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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알바가 CCTV 앞에서 멈춰 섰다

2026-10-07 12:29:12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야간알바가 CCTV 앞에서 멈춰 섰다.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계산대 옆을 정리하고, 진열대 사이를 훑고, 냉장고 앞에서 손님 동선이 겹치지 않게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불이 한 번 깜빡이더니, 매장 안에 설치된 CCTV 모니터가 이상하게도 더 또렷해졌다.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다음 순간부터 내 발이 이상하게 굳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새벽 두 시 반쯤이면 사람 정신이 반쯤 풀리잖아. 그런데 CCTV 앞에 다가갔을 때, 화면 속 시간이랑 실제 시간이 살짝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모니터에 비친 나는 분명히 움직이는 중인데, 실제 내 몸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찰나에 나는 바로 ‘이건 장난이겠지’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 나는 모니터 바로 앞까지 갔다. CCTV가 달린 천장 쪽을 쳐다봤는데, 화면에는 내 얼굴이 거의 꽉 차 있을 정도로 크게 잡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화면 속 내 표정이 내가 느끼는 표정이랑 달랐다는 거야. 나는 별생각 없이 무표정이었는데, 화면 속 나는 마치 무언가를 확인한 사람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사람이 나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굳을 수밖에 없잖아.” 그때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라기보다, 내 머릿속에 문장처럼 박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매장 뒤쪽에는 진열된 생수와 라면, 그리고 가끔 밤에 들어오는 무인 경비함 하나만 조용히 있었어. 손님은 없었고, 누구도 내 뒤에 서 있지 않았다.

그런데 모니터 속 CCTV 화면이 갑자기 줌을 당긴 것처럼 가까워졌다. ‘고장 났나?’ 싶어서 나는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어. 근데 손가락 끝이 화면 유리 같은 걸 만질 듯한 감촉이 아니라, 아예 공기가 찢어지는 느낌이 났다. 손을 거두자마자 손등이 살짝 차가워졌고, 이상하게도 피부가 붉어지진 않았는데도 감각이 무뎌졌다.

그때부터 이상한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CCTV 화면에서 나는 세 번 정도 고개를 살짝 움직였고, 실제 내 몸도 그 타이밍에 맞춰 따라 했다. 내가 움직이기로 마음먹으면 멈추고, 내가 멈추려 하면 화면 속 내가 먼저 움직였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내 몸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CCTV가 내 존재를 먼저 인식하고 그다음에 실제를 따라오게 만드는 것 같았어. 내가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화면이 나를 보고 있었다는 느낌.

나는 본능적으로 카운터 밑에 있는 비상스위치를 찾으려 했는데, 스위치가 있는 위치를 알면서도 손이 헛갈렸다. 분명 예전에 몇 번 써본 동선인데도, 오늘은 길이 낯설게 느껴졌어. 대신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작은 글자가 뜨더니, 무언가가 계속 깜빡였다. 글자를 확대해서 보려는 순간, 모니터 속 내 눈동자가 아주 천천히 옆을 바라봤고, 그 방향을 따라가려는 듯 내 시선도 옆으로 끌려갔다.

옆에는 계산대 위에 놓인 종이 광고 전단이 있었거든. 평소엔 바람에 약간씩 들썩이기만 하는데, 그날은 전단이 접힌 모서리 부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누가 종이 뒤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나는 천천히 전단을 들추려 했는데, 손끝이 닿기 전에 모니터 속 내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안 났는데, 입 모양이 분명하게 ‘그만’이란 뜻처럼 보였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전단을 내려놨어.

그 다음부터 CCTV 앞에서 멈춰 선 건 내 선택이 아니게 됐다. 나는 카운터 쪽으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발은 자꾸 화면 쪽으로만 정렬됐다. 매장 시계 초침 소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크게 들렸고, 냉동고에서 나는 작은 ‘윙’ 소리도 마치 경고음처럼 들렸어. 새벽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면서,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CCTV가 고정된 시선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정지된 프레임’에 들어가 버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모니터 전원을 끄는 것뿐이었다. 스위치를 내리자마자 매장 전체가 한 박자 어두워졌고, 그 어둠 속에서만큼은 몸이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전등이 다시 밝아졌을 때, 이상하게도 CCTV는 꺼져 있지 않았다. 화면은 멀쩡했고, 모니터 속에는 내가 여전히 CCTV 앞에서 멈춰 서 있는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화면 속 나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고, 그 숙인 각도가 내가 전원을 끄기 전의 자세랑 달랐어.

그날 출근 기록을 찍으러 가는 길, 매장 문 옆에 붙어 있는 CCTV 안내 스티커를 다시 봤는데, 누가 펜으로 작은 글씨를 추가해놨더라. “녹화는 당신을 찾는다.”라고. 나는 그 글씨를 한참 동안 지우지 못했어. 지우는 순간, 아마도 또 누군가가 내 위치를 더 정확히 맞춰서 불러낼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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