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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면 항상 앞좌석 등받이에 손때가 있었다

2026-10-07 16:29:15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를 타면, 이상하게도 항상 앞좌석 등받이에 손때가 묻어 있었어요. 처음엔 비가 와서 그런가 싶었는데, 택시 기사님마다 손 닦는 방식이 다를 리도 없고… 그런데 그 손때가 매번 같은 위치, 같은 높이로 남아 있는 거예요. 손가락으로 쓸어 올린 자국처럼 번들거리는 게, 내릴 때마다 눈에 딱 걸렸습니다.

처음 그걸 확실히 느낀 건 늦은 밤이었어요. 회사 끝나고 집 가려는데, 근처에 택시가 한 대 딱 서 있더라고요. 타자마자 앞좌석 등받이를 보는데, 등받이 상단 쪽에 얇게 손가락이 닿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어요. 저는 솔직히 “누가 먼저 탔나 보네” 하고 넘겼죠. 그런데 문득, 내 좌석은 뒷좌석이고 손때는 앞좌석 등받이 옆면에 있었어요. 제가 타기 전부터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집에 가는 길이 비슷한 시간대로 고정되다 보니, 택시를 또 타게 됐고, 또 앞좌석을 보게 됐어요. 어느 기사님 택시인지, 차량 색이 뭐가 다른지 같은 건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등받이 자국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더 이상 “누가 흘리듯 묻힌 때” 같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마치 누가 자꾸 같은 자세로 손을 올려두는 것처럼, 손때의 모양이 매번 비슷했습니다. 손가락이 두 개 정도로 찍힌 듯한 점이 있고, 그 아래로 가볍게 쓸어내린 얇은 선이 이어지는 형태였어요.

처음엔 제가 예민한가 싶어서 일부러 안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눈이 먼저 그 부분으로 가더라고요. 신호 대기할 때, 흔들릴 때,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반사광이 생겼고 그때마다 자국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뭔가 찝찝해서 기사님께 “앞좌석 관리 좀 하셔야겠네요”라고 말하려다 말았어요. 괜히 민폐가 될까 봐요. 대신 다음부터는 뒷좌석 더 안쪽으로 앉아 봤는데, 그래도 등받이 상단은 시야에 걸렸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습관이 생겼어요. 택시를 타기 전에, 계기판 불빛 반대쪽을 잠깐 보고, 내릴 때는 거울 대신 등받이 자국을 확인했어요. 신기하게도 그 손때는 매번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즉, 청소를 안 해서 누적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탑승할 때마다 같은 위치에 손을 올려두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패턴”일 수 있다고 계속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어느 날은 차 안에서 전화가 울린 듯한 소리가 났는데, 제 핸드폰은 조용했어요. 소리는 분명 택시 내부에서 났고, 계기판 쪽 진동 같은 게 있었어요. 기사님은 평소처럼 말만 하시고, 저는 그 소리가 반복되길 기다렸죠. 그런데 그 다음 신호에서, 앞좌석 등받이 자국이 잠깐 더 번들거리더라고요. 제가 멀리서 본다고 착각한 게 아니라, 손때의 경계가 미세하게 진해졌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 “이게 지금도 묻히고 있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이상하게도 그 택시에서만, 뒷좌석 문 손잡이 쪽 공기가 차가웠습니다. 에어컨이 세게 나오는 건 아닌데, 등 쪽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결국 기사님께 “여기 등받이 왜 이렇게 자국이 많아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분은 잠깐 웃으시더니 “아, 그거요? 손이 닿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어차피 금방 닦이는데…”라고 대충 넘기셨어요. 근데 그 말이 이상했어요. 금방 닦인다면서, 저는 왜 거의 매번 같은 자리에서 그 자국을 봤을까요.

그 후로 택시를 타는 게 좀 꺼려졌는데, 또 같은 동선으로 가는 날이 생겼고 결국 택시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유난히 늦은 시간이라 기사님 혼자 조용히 운전하셨고, 저는 안전벨트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내리기 직전에, 앞좌석 등받이 자국이 제 쪽으로 더 또렷해져 보였습니다. 손때가 ‘같은 모양으로’ 남아 있는데도, 그 손이 방금 전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저는 등받이를 직접 만지지는 않았는데, 손가락 끝 감각이 등 위 어딘가에 스치듯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이었던 건, 다음날 낮에 근처 다른 택시를 타도 그게 떠오른다는 점이었어요. 멀쩡한 택시인데도 앞좌석을 보면 눈이 먼저 그 자국을 찾았습니다. 저는 결국 며칠 동안 택시를 피했어요. 지하철로만 다녔는데, 어느 쪽으로든 사람의 손이 닿는 흔적은 다 있잖아요. 그런데 제 기억 속 그 손때는 유독 “습관처럼 남는 자리”였고,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택시를 타면, 앞좌석 등받이에 묻은 손때를 무심히 보다가 멈추게 됩니다. 분명 누군가가 닦거나 청소하면 사라져야 하는데, 제 눈에는 자꾸 그 자리에서 다시 생기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택시 탈 때마다 짧게 한 번, 아주 짧게만 그 부분을 확인하고 내내 숨을 크게 쉬고 내립니다. 혹시 내가 보는 게 손때가 아니라, 내가 타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어떤 다음 행동’의 시작은 아닐까… 그 생각이 들면, 집에 도착해도 한동안 손끝이 찝찝하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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