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생활관에서 누가 내 이불만 접어놨다
군대 생활관에서 누가 내 이불만 접어놨다. 처음엔 그냥 별일 아니라고 넘겼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내 이불이 “매번” 같은 방식으로 접혀 있어서, 그게 습관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건드리는 건지 자꾸만 마음이 걸렸다.
사건은 이등병 때, 겨울이라 생활관 바닥이 차갑던 시기였어. 아침 점호 전까지는 다들 눈 뜨고 대충 정리만 하고 바로 나가는데, 나는 유난히 이불에 신경 쓰는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먼저 가게 돼. 근데 어느 날 아침,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침구가 이미 정리돼 있는 거야. 딱 봐도 내가 접는 방식이랑 똑같이, 모서리 각이 정갈하게 맞춰져 있었고, 겉면도 손자국 없이 매끈했다.
처음엔 “누가 치웠나?” 하고 생각했지. 생활관에선 정리 잘하는 선임들이 가끔 도와주기도 하거든. 그래서 나도 그냥 고맙다고 넘어가려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됐어. 나는 그날도 점호 전에 일찍 눈을 떴는데, 방 안을 둘러보니 내 이불만 접혀 있었고, 다른 사람 이불은 전날처럼 구겨진 채로 그대로였어. 딱 한 사람 것만, 정확히 내 침구만.
나는 좀 억울했어. 병사가 사소하게 건드리면 기분이 상하는 건 당연한데, 이불을 접는 게 뭐가 대단하냐 싶다가도, 그게 계속되니까 이상해지더라. 그래서 점호 끝나고 일부러 내 이불을 다시 펴놨어. “오늘은 네가 접어보든지 확인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일부러 모서리도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침대 위에 펼쳐 뒀지.
근데 다음 날 아침, 내가 다시 펴둔 그대로의 상태로 잔 흔적만 남아있고, 이불은 또다시 똑같이 접혀 있었어. 구겨져 있던 부분이 말끔히 정리돼 있었고, 접은 선도 내가 하던 것과 거의 같은 위치였어. 손으로 한 번 쓱 치면 저 정도 각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 누가 매일 아침 똑같이 접는 건지, 아니면 누가 내 패턴을 계속 보고 있는 건지 그때부터는 좀 소름이 돋기 시작했어.
생활관 사람들한테 티 내고 물어보긴 싫어서, 나는 관찰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내가 일어나기 전 타이밍에 누가 먼저 움직이는지, 침구를 정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걸 몰래 눈으로 확인하려고 했지. 그런데 신기한 건, 누가 일부러 내 이불을 건드리는 걸 “직접” 본 적은 없다는 거야.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는데, 내 쪽으로 시선이 닿는 순간엔 항상 다른 데를 보고 있거나 조용히 사라졌어.
그래서 결국 나는 내 이불 위에 아주 티 안 나는 표시를 해뒀어. 이불 안쪽 모서리에 작은 천 조각을 끼워두고, 접히면 그 천 조각 위치가 달라지게 만들어 둔 거야.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천 조각이 완전히 숨겨져 있었고, 접힌 방향도 내가 기대한 대로 움직여 있었어. “누가 내 이불을 단순히 정리한 게 아니라, 아예 접는 순서 자체를 알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들었지.
그때부터 나는 잠들 때도 좀 예민해졌어. 눈 감으면 들리는 소리도 다 다르게 들리더라. 누군가 일어나서 복도 쪽으로 나가는 소리, 물 마시러 가는 발걸음 소리, 누군가 침대 옆을 지나갈 때 나는 천 소리 같은 것들. 문제는, 그런 소리가 날 때마다 내 이불 쪽으로 시선이 자동으로 향한다는 거야. 나도 모르게 귀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기다리는 느낌이었어.
결국 한 번은 참다 못해 밤에 일부러 깨어있기로 했어. 조용히 숨만 쉬고, 누가 내 침대를 건드리는지 끝까지 보려 했지. 그런데 새벽, 내 침대 앞에서 잠깐 그림자가 움직였고, 이불 위로 손이 닿는 감각 같은 게 느껴졌어. 딱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손길은 오래 머물지 않았어. 이불을 “접을 만큼”만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 것 같았고, 공기는 다시 조용해졌지.
그 뒤로도 내 이불은 계속 접혀 있었어. 다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공개적으로 건드리지 않았고, 늘 딱 ‘내 이불만’ 손을 대는 식이었어. 선임이든 후임이든 생활관에서 이불은 다 내 거잖아? 근데 누군가가 계속 내 사각을 맞추고, 내 선을 따라 접어둔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단순한 장난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집착인지 끝내 확신이 안 들더라.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 군대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물건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감각이더라. 내 이불은 매일 정갈했는데, 내 마음은 그때부터 계속 구겨져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