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휴대폰이 새벽마다 진동했다
중고거래로 산 휴대폰이 새벽마다 진동했다. 처음엔 단순한 버그인 줄 알았는데, 새벽이 되면 늘 같은 패턴으로 울려서 결국엔 내가 그 전화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어.
거래는 평범했어. 중고폰 사이트에서 상태 괜찮다는 모델을 보고, 판매자가 “초기화 다 했고 기능 정상”이라고 말해서 그대로 샀지. 박스도 깔끔했고 액정에 기스도 거의 없어서, 배송 받고 나서 전원 켜자마자 유심만 넣으면 바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근데 첫날 밤부터 이상했어. 알람 설정도 없었고, 진동 세기만 기본으로 맞춰놓았는데 새벽 두 시쯤, 정확히 그 시간에 한 번씩 ‘툭’ 하고 진동이 왔거든. 처음엔 내가 잠결에 배경화면 만진 줄 알았어. 그런데 다음 날도 똑같이 왔어. 새벽 두 시, 딱 그 타이밍에 진동이 울리고 바로 조용해지더라.
나는 설정을 다 뒤졌어. 알림 기록, 방해금지 모드, 접근성 기능, 배터리 최적화, 심지어 설치된 앱도 확인했지. “알 수 없는 소스”로 설치된 앱도 없었고, 진동을 유발할 만한 권한을 가진 것도 없어 보였어. 그래도 불안해서 공장 초기화까지 한 번 더 했는데, 놀랍게도 진동 패턴은 초기화 전과 똑같이 새벽 두 시에 다시 시작됐어.
그때부터는 조금씩 신경이 날카로워졌어. 진동이 울리면 화면이 잠깐 켜졌다 꺼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물론 잠금화면에 알림이 뜨진 않았어. 대신 진동이 끝나고 나면 통화 기록이나 문자함에 뭔가가 ‘갱신’되는 느낌이 들어. 실제로 무슨 메시지가 온 건 아닌데, 마치 동기화가 한 번 실행된 것처럼 상태가 바뀐다고 해야 하나.
나는 판매자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이미 답이 없더라. “초기화 후에도 진동이 계속된다”고 보내자마자 읽씹이 되더니, 며칠 뒤에는 계정이 조용히 사라졌어. 그래서 더 어이없었지. 폰이 문제인지, 내 설정이 문제인지, 아니면 그 폰이 애초에 뭔가 남겨둔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됐어. 특히 진동이 매일 같은 시간에 온다는 점이, 그냥 우연이라 보기엔 너무 성실했어.
세 번째 주쯤 되니까 진동이 오기 전부터 이상한 준비가 되는 것 같았어.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지면 배터리 잔량이 이상하게 미세하게 움직이고, 와이파이가 끊겼다 다시 붙는 게 반복됐거든. 위치 서비스 같은 것도 잠깐 켜졌다 꺼지는 흔적이 있었고, 화면 상단에 ‘동기화 중’ 같은 표시가 아주 짧게 지나가. 그 순간마다 나는 폰을 보려다 말고 다시 누웠는데, 잠에서 깰 정도로 진동이 묵직하게 들어오니까 결국 눈이 떠져.
한 번은 진짜로 대응해보려고 폰을 들고 있었어. 새벽 두 시가 되자마자 역시 진동이 왔는데, 이번엔 잠금화면이 아주 짧게 깨졌다가 다시 잠겼어. 그리고 화면이 켜진 그 찰나에, 알림처럼 뜨지도 않는 글자가 스쳐갔어. “다음” 같은 단어 하나가 희미하게 보였다가 바로 사라졌어. 나는 그게 무슨 앱 알림인지도 모르겠고, 스크린샷도 저장이 안 되더라. 폰이 내 눈앞에서만 잠깐 존재하고, 내가 확인하려는 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어.
그날 이후로는 진동이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어. 이상하게도 진동이 울리면 내 방 안 공기가 차가워지고, 귀가 멍해지는 것 같았거든. 물론 내가 과민한 걸 수도 있겠지. 근데 그날은 침대 옆에 올려뒀던 이어폰이 저절로 켜진 것처럼 보였어.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상태 표시등만 변했어. 나는 “그냥 전기적인 문제겠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 설득이 매일 새벽 두 시마다 무너졌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초기화하고 설정을 최소화했어. 알림도 다 껐고, 동기화도 꺼버리고, 시스템 앱 권한 외에는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새벽 두 시에는 똑같이 진동이 왔어. 그때 나는 확신이 들더라. 이건 기능 오류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그 시간에 ‘건드리는’ 신호가 들어오는 것 같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섬뜩한 건, 진동이 올 때마다 내 생활이 딱 그 순간만큼 잠깐 흔들린다는 거야. 어젯밤에도 새벽 두 시에 진동이 오는데, 그제야 나는 폰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 시간에 내가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부터 떠올리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