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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초인종이 울리는데 현관 앞은 비어 있었다

2026-10-08 20: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초인종이 울리는데 현관 앞은 비어 있었다. 그날은 비가 얇게 내려서 복도가 축축한 냄새로 눌려 있었고, 새벽이라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다들 잠이 덜 깬 얼굴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나는 전기장판을 켜둔 채로 문 쪽을 습관처럼 확인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처음엔 택배 오배송인가 싶었다. 초인종이 한 번 울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짧게 끊기는 패턴처럼 두 번, 세 번 이어졌다. 현관 앞은 1~2걸음 거리라 시야가 막힐 것도 없는데, 문을 열고 나가면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조명이 깜빡이는 듯 흔들리는데, 그 그림자마저도 오래 붙어 있지 않았다.

“누구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목에 걸렸다. 그저 문밖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지, 아니면 내 등 뒤의 방 안이 갑자기 더 따뜻해 보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복도 끝을 봐도 계단 쪽은 비어 있었고, 누가 뛰어가는 소리도 없었다. 대신 문틈으로 바람이 스며들면서, 누군가 숨을 고르던 것 같은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나는 초인종 버튼 쪽을 떠올렸다. 우리 집 현관 초인종은 버튼을 누르면 안에서 ‘딩’ 하고 울리는 구조인데, 가끔 배달 기사들이 잘못 누르곤 한다. 그래서 다시 문을 닫고, 인터폰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화면이 아니라 작은 스피커에서 잡음이 뭉개졌다. “……어?” 같은 말이 섞여 나왔다. 분명 사람 목소리 같았는데, 또렷하게 들리진 않았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한 번, 두 번은 그냥 ‘착각’이라 치고 싶었다. 그런데 새벽이 아니라 오전이 되기 전까지도 초인종은 계속 울렸다. 다섯 번 울릴 때마다 나는 문을 열었고, 열 때마다 복도는 똑같이 비어 있었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건, 현관 앞 바닥에 아주 얇은 물기 자국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비가 오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자국이 생기는 위치가 매번 버튼이 있는 정면에서만 생겼다.

관리실에 전화할까 하다가도, 괜히 내가 소란을 피우는 사람처럼 보일까 겁이 났다. 대신 CCTV 앱을 켜서 확인해 봤다. 내 방 안에서 현관 쪽을 비추는 카메라라 각도는 좁지만, 버튼 누르는 사람이 보일 정도는 된다. 그런데 화면엔 누가 지나가는 흔적이 없었다. 대신,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화면 상단이 잠깐씩 어둡게 죽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치 누가 내 시야만 잠깐 가리는 것처럼.

그날 점심쯤, 나는 임대 계약서에 적힌 ‘전기/통신 이상 시’ 연락처를 찾아 관리실에 문자를 보냈다. “초인종이 비어 있는데 울립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짧게 적었는데, 답장은 몇 시간이 지나서 왔다. “복도에 연결된 배선이 오래되어 간헐적으로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너무 흔해서 오히려 더 찝찝했다. 오작동이면 왜 매번 같은 패턴으로 울렸고, 왜 매번 현관 앞에만 물기 자국이 생겼을까.

며칠 뒤, 나는 결국 한 가지를 해보기로 했다. 현관 문 앞에 작은 종이를 깔고, 초인종이 울릴 때 문을 열지 않고 종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결과는 더 이상하게 나왔다. 초인종이 울린 뒤, 종이는 그대로였는데 종이 위에 손자국 같은 얇은 눌림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눌림은 내 쪽에서 생긴 게 아니라, 문밖에서 누른 것처럼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내 귀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닌데, 손만 대고 간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날 새벽의 패턴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 짧게 끊기는 두 번, 세 번. 나는 더 열어보지 않기로 다짐하면서도, 이상하게 초인종 버튼이 있는 쪽을 자꾸 보게 됐다. 어느 날 밤, 초인종이 또 울리는데 이번엔 ‘딩’ 소리가 아니라, 아주 낮은 소리로 숨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 손잡이 아래, 보이지 않아야 할 곳에서 아주 희미하게 손가락 끝 같은 마찰 자국이 나타났다. 그 자국은 젖어 보이기도 했고, 마치 무언가가 안쪽에서가 아니라 바깥쪽에서 내 방으로 들어오려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도 가끔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괜히 몸이 먼저 굳는다. 문을 열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문제는 문이 아니라 소리가 먼저 나를 찾아온다는 거였다. 원룸 복도는 넓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게 더 선명하게 느껴지고, 그 선명함이 더 무섭게 남는다. 현관 앞이 비어 있는데도 울린다면, 그 다음엔 ‘누가’가 아니라 ‘무엇’이 찾아오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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