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봉투가 늘 같은 모서리에서 찢어져 왔다
배달음식 봉투가 늘 같은 모서리에서 찢어져 왔다. 처음엔 포장지 뜯긴 거겠거니 했는데, 며칠 지나고 나서부터는 그게 “우연” 같지 않게 느껴졌다.
사건은 지난겨울, 야식으로 시켜 먹다가 시작됐어. 배달기사 아저씨가 문 앞에 두고 가는 순간부터 약간 찝찝했거든. 봉투를 잡는 데 손끝이 묘하게 걸렸고, 열어보려는 타이밍에 모서리 쪽이 먼저 툭 하고 벌어졌다. 그때 내가 확인한 건 딱 하나였어. 찢어진 방향과 위치가 너무 선명하게 비슷했다는 거.
나는 보통 포장봉투를 뜯을 때 손으로 잡아당겨도 잘 안 찢어지는데, 그날 봉투는 마치 누가 이미 약하게 만들어둔 것처럼 같은 면에서만 터졌다. 찢어진 선이 매번 같은 각도였고, 테이프 자국 같은 흔적도 늘 그쪽에만 남아 있었어. 음식은 대체로 멀쩡했지만, “멀쩡한데 찝찝함”이 계속 쌓이기 시작했지.
다음 날은 또 다른 가게에서 주문했는데, 똑같이 터졌어. 이번엔 치킨 포장봉투였고, 배달원이 서둘러 가는 모습이 더 또렷했어. 내가 문을 닫기 전에 봉투를 잠깐 들여다봤는데, 모서리 한쪽이 누렇게 눌린 자국과 함께 얇게 갈라져 있었거든. 분명 새 봉투일 텐데 왜 저 자국만 반복되는지 이해가 안 됐어.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 사진은 남겼고, 찢어진 위치를 기준으로 간단히 표시도 했어. 손잡이 쪽에서 3cm쯤, 모서리의 안쪽 면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방향. 숫자로 쓰면 별거 아닌데, 계속 비교해보면 차이가 거의 없더라. 어떤 날은 내가 뜯기 전에 이미 벌어진 상태였고, 어떤 날은 배달이 도착하고 한참 뒤에야 더 벌어졌어. 타이밍까지도 비슷하게 맞물리는 느낌이었어.
여기서부터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누가 일부러 찢어놓고 확인하나?” 아니면 “포장하는 사람 습관이 반복되나?” 같은 합리적인 설명도 떠올랐지만, 봉투마다 재질이 달랐고, 가게도 달랐는데 모서리만 고집하듯 같다는 게 말이 안 됐어. 그리고 찢어진 자리마다 공통으로 남는 작은 먼지 같은 것… 그게 매번 한쪽에만 붙어 있었어. 누군가 손으로 만졌다는 느낌이 들었지.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해보기로 했어. 주문은 평소처럼 했고, 배달 도착 시간을 최대한 맞춰서 현관 앞에서 기다렸지. 문 너머로 신발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멈추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봉투가 놓이는 소리가 너무 부드럽더라. “놓자마자 끌어당긴 건가?” 싶은 느낌. 나는 문을 열기 전에, 현관 바닥에 아주 미세한 가루를 살짝 뿌려놨어. 그 가루가 흔들린 방향이 봉투 모서리 쪽이랑 겹치더라. 누가 들고 간 게 아니라, 누가 이미 손을 댄 채로 내려놓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주문을 끊었어. 대신 직접 근처에서 포장해서 가져왔고, 가게에서 봉투를 받는 순간부터 포장 자체가 다르다는 걸 확인했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주문을 끊은 뒤에도 그 찢어진 모서리가 떠올랐다는 거야.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가. 누가 굳이 그 모서리만 고집했을까. 어떤 목적이 있었다면, 굳이 그렇게 일정한 방식으로 반복할 이유가 있을까. 그 질문이 계속 남았어.
결국 나는 한 달쯤 뒤에 배달 앱 고객센터에 조심스럽게 문의했어. “봉투 모서리가 반복해서 찢어져 오는데, 포장 상태 체크 가능하냐”라고. 상담원은 “이상 접수하겠다”는 말만 하고 끝이었고, 내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느낌이 더 찝찝했지. 지금도 가끔 배달 봉투를 보면, 내가 받는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미 찢어놓기 직전의 시간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아. 문 앞에 놓인 얇은 포장 하나가, 왜 그렇게 오래 남는지 아직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