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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냉장고 문을 닫으면, 안에서 누군가 숨 쉬는 소리

2026-10-09 04:29:15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냉장고 문을 닫으면, 안에서 누군가 숨 쉬는 소리. 처음엔 내가 귀가 예민해진 건가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아예 확신이 들더라. 밤 열한 시쯤, 매장 정리하면서 냉장 진열을 손보는데 냉동 쪽에서 “후우… 후우…” 하는 소리가 들린 거야. 냉장고 문은 분명히 닫혀 있었고, 내가 문을 살짝 건드리며 확인해도 소리는 계속 똑같이 따라왔어.

그날은 손님도 없었고, 계산대 주변은 조용했어. 나는 습관대로 문에 붙은 자석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하려고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그 순간 소리가 딱 멈췄어. 그리고 다시 문을 살짝 열어 냉기 바람이 새어 나올 때, 그 숨 쉬는 소리가 다시 시작됐지. 열면 들리고, 닫으면 멈추는 게 너무 규칙적이라 오히려 멈추는 쪽이 더 찝찝했어.

처음엔 기사님이 놓고 간 포장박스나, 냉장고 안에 잘못 들어간 무슨 기계 부품이 바람에 떨리는 줄 알았어. 그래서 다음 날, 점검하러 온 적 있는 가게 사장님한테 “냉장고 쪽에서 바람 소리가 나요”라고 툭 던졌지. 사장님은 웃으면서 “그거 가끔 서리 껴서 그렇지” 하고 넘어갔어. 그런데 내가 말한 “숨 쉬는 소리”라는 표현을 하려는 순간, 사장님 얼굴이 잠깐 굳는 느낌이 들었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데도, 눈이 잠깐 바닥을 피하더라.

며칠 뒤부터 그 소리는 매번 비슷한 타이밍에 나타났어. 보통 매장 문 닫기 30분 전, 내가 냉장고 정리를 마치고 손을 떼려 할 때였어. “후우…” 하고 길게 한 번 들리고, 그다음 “후… 후…”로 짧게 두 번 끊기는 패턴. 마치 누가 안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것처럼 들렸어. 나는 그 소리가 공기 순환 소리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숨인지 구분하려고, 손등으로 냉기 흐름을 느껴보기도 했는데 냉기랑 소리의 리듬이 따로 놀더라.

그 다음엔 더 소름 돋는 일이 생겼어. 어느 새벽, 혼자 근무하는데 냉장 진열대 가운데 칸에서 유난히 서리가 두껍게 껴 있는 걸 봤거든. 손으로 만지면 당연히 차갑고 뻑뻑할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안쪽이 더 차가운” 느낌이었어. 서리를 닦아내려고 문을 살짝 열었더니, 안쪽 어딘가에서 얇은 숨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렸어. 나는 등골이 서늘해서 뒤로 물러섰고, 문을 닫는 순간 소리가 다시 꺼졌지.

여기서부터는 내가 혼자 겪는 착각이라고 우기기 어려웠어. 왜냐면 CCTV를 몇 번 확인하려고 계산대 모니터를 켰는데, 냉장고 문이 닫혀 있는 동안 화면은 그대로인데도, 냉장고 앞쪽 바닥 쪽에 살짝 어두운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거든. 물론 카메라 화질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흔들림”이 아니라 “누군가가 움직이는 느낌”이었어. 더 무서운 건, 그 그림자가 나타나는 타이밍이 내가 냉장고 문을 닫을 때마다 겹쳤다는 거야.

나는 결국 사장님에게 다시 물어봤어. “혹시 냉장고 안에 뭐 들어간 적 없어요?”라고 묻자 사장님은 잠깐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런 얘기 하지 말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어. 그리고는 “예전에 누가 장난 치다가 말이 커졌어. 그 뒤로부터 아무도 냉장고 문을 오래 붙잡고 있지 말라고 했지”라고 했지. 장난이라니, 어떤 장난이 냉장고 안에서 숨소리처럼 들릴 수 있냐고 물으려 했는데 목이 마르면서 말이 안 나오더라.

그 뒤로 나는 냉장고 문을 최대한 빨리, 확인만 하고 닫는 걸로 바꿨어. 그런데도 가끔은 피할 수 없었어. 한 번은 새벽 두 시쯤, 내가 우유를 정리하다가 실수로 칸이 덜 닫힌 채로 두었거든. 그때도 소리가 들렸어. “후우…” 길게 한 번. 그리고 그 다음엔 아주 짧게, 마치 누군가 문 틈을 확인하듯 “후….” 내가 손을 문 손잡이에 올리자 숨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고, 문을 완전히 닫자마자 그 느낌이 딱 끊겼어. 공기가 멀어지는 게 아니라, 누가 멈추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가장 찝찝했던 건, 그 소리가 내 생각을 따라오는 것 같았다는 거야. 집에 가서도, 샤워할 때 물소리 사이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가끔 착각이 스쳤고, 다음 날 출근해서도 냉장고 앞을 보면 자연스럽게 내 심장이 먼저 뛰더라. 그래서 결국 나는 그 편의점을 그만뒀어. 그 냉장고를 교체한 건지, 조용해진 건지, 나도 확인할 엄두가 안 났어.

근데 아직도 가끔, 다른 편의점 냉장고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이 오면 잊히지 않아. 문을 닫기 직전, 아주 잠깐—정확히 그 찰나에—어딘가에서 숨을 고르는 것 같은 소리가 “안에서” 들리는 기분이 들어. 냉기가 먼저 오고, 소리는 마지막에 따라오잖아. 그래서 더 무섭다. 문을 닫는 행위가 누군가를 ‘가두는’ 건지, 아니면 그냥 ‘멈추게 하는’ 건지, 아직도 나는 판단을 못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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