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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천장 스피커에서 방송이 아니라 대화가 들렸다

2026-10-09 16: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 새벽, 사내 회의실 청소를 맡기 전에 사무실 천장을 한 번씩 훑어보려다 이상한 걸 들었습니다. 컴퓨터가 꺼진 시간대라 스피커 잡음도 거의 없는 편인데, 천장 구석에서 라디오 같은 방송이 아니라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잡음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끊겼다 이어지고, 마치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답하는 대화처럼 흘러나왔습니다.

소리는 천장 스피커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회사는 건물 전체에 천장 스피커가 깔려 있고, 평소에는 점심시간 안내나 비상 방송만 짧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안내 멘트도 아니고, 누가 속삭이듯 낮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은 그냥… 그대로 두지 마.” 같은 문장이 딱 끊겨 들리는데, 그 뒤로 다른 목소리가 “알았어. 근데 왜?” 하고 되묻는 식으로 이어졌어요.

저는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습니다. 누가 장난치나 싶어서 천장 쪽을 올려다봤는데, 배관이나 스피커 주변에서 흔들리는 전선 같은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리의 방향이 어딘가에 고정된 느낌이었어요. 바람 따라 흔들리는 소리도 아니고, 방송처럼 일괄로 퍼지는 소리도 아니고, 딱 한 지점에서 대화가 “재생”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때 제 뒷목이 서늘해졌습니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면 안 되잖아.” “그래도 지금은… 시간 없어.” 이런 식으로 문장이 반복되는데, 중간중간 사람 숨소리 같은 게 섞여 들리는 게 제일 이상했어요. 스피커 특유의 전자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숨과 말 사이의 간격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천장 속에서 직접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멈춰 서 있었어요.

그 다음엔 목소리 톤이 바뀌었습니다. 아까는 두 사람 대화 같았는데, 한쪽이 더 낮고 단단한 말투로 바뀌더니, “문은 닫아. 절대 열지 마.”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회의실 문을 말하는 건가 싶어, 바로 회의실 쪽을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회의실 문은 잠겨 있었고, 건물 내부 CCTV가 돌아가는 시간도 아니었어요. 더 황당한 건, 그 문이 잠겨 있는 상태인데도 천장 스피커에서 “닫아”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반복했다는 겁니다.

저는 결국 경비실로 전화했습니다. “천장 스피커에서… 방송 말고 대화가 들려요.”라고 말했는데, 통화음 너머로 경비 아저씨가 잠깐 멈칫하더니 “스피커 테스트는 원래 새벽에 가끔 걸리긴 해요.”라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천장에서 다시 대화가 들렸습니다. 이번엔 더 분명하게 “테스트 아니야. 듣는 사람이 있어.”라고요. 제가 전화기를 든 손이 굳어서, 경비실이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엇을 확인해보는 소리 같은 게 났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지금 어디 계세요?”라고 물었고, 저는 “회의실 근처요”라고 답했어요. 그 순간 천장 스피커 쪽에서 세 번째 소리처럼 들리는 게 있었는데, 사람 말은 아니고, 마치 누가 케이블을 만지는 듯한 잡음이 짧게 났다가 끊어졌습니다. 이어서 아까 그 낮은 목소리가 한 번 더 “사람 없다고 하지 마.”라고 말하더니, 목소리가 갑자기 줄어들었습니다. 볼륨이 점점 낮아진 게 아니라, 마치 누가 소리 입을 멀리 옮긴 것처럼요.

그 뒤로 저는 회의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문틈이나 바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 것도 아니고, 누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확 눌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사가 오래된 편이라 가끔 전기 배선이나 스피커 연결이 헐거워지는 일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고장”일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대화가 너무 구체적이었어요. 누가 어디를 닫으라고 지시하는 느낌, 그리고 “듣는 사람이 있어” 같은 말투가 너무 사람 같아서요.

다음 날 출근해서 확인해보니, 전날 새벽에 스피커 제어 장치 점검이 있었던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직원들이 말하는 점검 방식은 보통 음악이나 테스트 멘트가 나오는데, 저한테 들린 건 그 어떤 안내도 아니었습니다. 기술팀에 물어보니 “녹음 파일이 들어간 상태로 남아있을 수는 있는데, 그런 문장까지 나올 리는…” 하고 말끝을 흐리더군요. 그날 이후로 회의실 천장 스피커만 유독 자잘한 잡음이 가끔 섞였고, 전엔 없던 “말소리처럼” 들리는 순간이 간혹 생겼습니다.

며칠 뒤, 저는 혼자 야근하다가 천장을 봤습니다. 아직도 스피커는 정상처럼 작동하는데, 가끔 아주 짧게 “여기서 말하면 안 돼” 같은 조각이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분명 방송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주 급하게 입을 닫는 듯한 끊김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른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제 등이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그날 이후로 저는 회의실 문을 닫을 때마다, 괜히 천장 스피커가 아니라 “그 말”을 듣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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