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계단에 매일 젖은 발자국이 새로 생긴다
지하주차장 계단에 매일 젖은 발자국이 새로 생긴다. 분명 어제 퇴근하고 나갈 때만 해도 없었는데, 아침에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계단 아래에서부터 위로 이어지는 발자국이 줄줄이 번져 있다. 비가 온 날도 아니고, 건물 관리하시는 분들이 새벽에 청소한다는 소리도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신발 바닥이 눌려 남긴 것처럼 선명한데, 문제는 그게 늘 “하필” 계단 한가운데, 사람 다니는 동선이 딱 겹치는 위치라는 거다.
처음엔 그냥 누군가 물을 흘렸겠거니 했다. 실제로 우리 회사 주차장은 지하 1층부터 환기구 쪽이 좀 축축해서, 장마철엔 물자국이 여기저기 생기긴 한다. 그런데 발자국은 방향이 이상했다. 계단의 중간쯤에서 갑자기 퍼지듯 넓어지고, 그 다음엔 다시 또렷해졌다. 누가 급하게 뛰다 멈췄다가, 다시 조심조심 걷는 모양새랄까. 나는 출근하면서 두 번이나 같은 자리에 멈춰 서서 확인했는데, 그때마다 발자국은 생각보다 차갑고, 냄새가 있었다. 젖은 콘크리트에서 나는 냄새랑 비슷했지만, 그보다 조금 더… 오래된 천 같은 느낌?
다음 날은 더 노골적이었다. 어제 보였던 발자국은 그대로 마른 흔적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 위에 또 새 발자국이 생겼다. 그러니까 누군가 매일 같은 방식으로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오는 거다. 계단에서 1층으로 향하는 쪽 말고, 우리 건물은 지하주차장이랑 지하창고가 이어지는 구조라서 “내려가는” 동선도 따로 있다. 그런데 젖은 발자국은 늘 위로 향했다. 나는 그제야 관리실에 물어봤다. 혹시 누가 새벽에 창고 물청소라도 하냐고. 관리실 아주머니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 계단은 청소 도구가 안 닿아요. 거긴 계단형이라서요”라고만 했다.
사실 그때부터 건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침에 보였어?” 같은 말이 슬쩍슬쩍 돌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계단 앞을 지나갈 때 한 번 더 발걸음을 멈추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각자 말하는 디테일이 전부 비슷했다. 발자국이 “신발이 젖어 생긴” 느낌이라기보다, 바닥에 뭔가 묻은 채로 걸어온 것 같다는 거다. 어떤 날은 발자국 끝이 유난히 길게 늘어졌고, 어떤 날은 발등 쪽이 더 짙게 눌렸다. 그 모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래도 방향은 똑같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퇴근하고 나서 한밤중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근무가 늦어져 거의 새벽이 돼서야 지하로 내려갔다. 조명은 다 켜져 있었지만, 계단 쪽은 유난히 어둑했다. 출입문이 닫히는 소리만 크게 울리고, 복도는 고요했다. 나는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계단 아래부터 훑어봤다. 그리고 그 순간, 발자국이 내 시야에 “생긴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 눈이 착각한 건지 아니면 조명이 각도를 바꾼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고개를 들어 계단 중간을 비추는 타이밍과 맞물려 젖은 흔적이 더 또렷해졌다.
나는 가까이 가서 바닥을 만져봤다. 손끝이 닿자마자 차갑게 젖어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고, 손바닥에 아주 얇은 물기가 번졌다. 그 물기가 마치 물이 아니라 “무언가가 오래 젖어 있던 흔적” 같았다. 그리고 그 냄새. 오래된 천 냄새가 확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단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아니라 발자국 자체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급하게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났고, 그때 등 뒤에서 아주 작게…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쓸거나 누군가 장비를 끌 때 나는 소리랑 비슷했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는 CCTV를 확인해보려 했는데, 지하계단 카메라는 이상하게도 “화면이 자주 끊긴다”고만 나오더라. IT팀에 문의하자 “해당 구역이 오래된 설비라서요”라고 했다. 근데 끊기는 시간이 늘 이상하게 맞물렸다. 발자국이 새로 생기는 시간대, 그러니까 새벽 무렵에만 화면이 흔들리거나 멈췄다. 나는 그 말이 너무 편해서 화가 났다. 관리하시는 분들 말이랑, IT팀 말이랑, 다들 뭔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가 이미 해답을 가려둔 것처럼.
일주일쯤 지나자, 발자국이 멈추는 날이 생겼다. 그날 아침엔 계단이 말끔했다. 다들 잠깐 안도하는 분위기였고, 누군가는 “드디어 끝났나 보다”라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날 점심쯤, 누군가가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웠다며 사진을 올렸다. 작은 비닐봉지였는데, 안에는 젖은 신발끈 조각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봉지는 계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하단 쪽에 있었다. 그리고 사진 속 비닐봉지에 붙은 물때가 계단 발자국과 색이 같았다. 누군가는 “장난이지”라고 했지만, 다들 얼굴이 확 굳었다.
그 이후로 발자국은 다시 생겼다. 다만 방향이 달라졌다. 처음엔 늘 위로 향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가 다시 내려오는 흔적처럼 보였다. 걸음걸이가 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았다. 발자국이 계단 중턱에서 한 번 “겹친다”. 앞발과 뒷발의 간격이 틀어진 채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자리를 두 번 밟은 것처럼. 그게 정확히 내가 계단을 지나갈 때마다 보였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게 누군가의 이동 경로라기보다, 누군가가 ‘확인당하는 순간’을 따라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걸.
마지막으로 남긴 건, 오늘 아침에 본 모양이었다. 발자국이 계단 아래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한 발이 멈춰선 뒤 그 주변만 유난히 더 젖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손을 뻗어 난간을 잡았던 것처럼, 물기가 옆으로 번진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아주 희미하게—발자국과 다른 결의 눌림이 하나 더 보였다. 사람 발이 아니라, 손바닥이 바닥을 짚고 남긴 흔적 같은 것. 나는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올라오는 걸 멈추지 못했다. 그날도, 누군가의 발자국은 끝까지 이어졌지만… 끝에 도착한 쪽은 늘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