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외래 대기실 의자가 자꾸만 내 쪽으로 돌아간다
병원 외래 대기실 의자가 자꾸만 내 쪽으로 돌아간다. 처음엔 내가 앉았다 일어나면서 방향을 건드린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매번 “내가 손을 뗀 뒤에도” 의자가 조금씩, 아주 천천히 돌아간다는 거야. 그날도 접수하고 나서 기다리는데, 맞은편에서 누가 장난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확히 내 쪽을 향하더라.
나는 정형외과 쪽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회색 플라스틱 의자가 줄지어 있고, 팔걸이 없는 대신 바닥에 고정볼트가 박혀 있는 타입. 처음 앉았을 때는 벽 쪽을 보고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휴대폰을 봤지. 그런데 휴대폰 화면을 내리자, 내 옆 의자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방향이 틀어진 게 눈에 들어왔어. 누가 앉았다 일어난 흔적도 없었는데, 딱 내 시야에 들어오는 각도만큼 돌아가 있더라.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돌아가?” 싶어서 한동안 숨을 죽이고 관찰했어. 사람들 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대기실은 늘 그렇듯 조용한 편이었거든. 나는 일부러 손을 의자 근처에 두고, 발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10분 정도를 보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 전 그 의자가 다시 내 쪽을 향해 조금 더 돌아가 있더라. 움직일 때 소리는 거의 없었는데, 소리 없는 대신 플라스틱이 바닥을 스치는 아주 약한 마찰감 같은 게 들린 것 같았어.
처음엔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어. 혹시 다른 환자들이 다니면서 부딪히는 걸 내가 못 봤을까, 혹은 공조기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거 아닐까. 하지만 의자는 바닥 고정이 되어 있는 걸 내가 접수할 때 한번 봤었고, 바람으로 돌아갈 구조도 아니었어. 무엇보다도 방향이 바뀌는 각도가 매번 “내가 앉아 있는 좌석 기준으로” 일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가 나만 계속 쳐다보게 맞춰두는 것처럼.
그날은 진료받기 전이라 사람들 앞에서 괜히 티 내기도 애매해서, 그냥 웃고 넘기려고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의자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어. 다른 환자들 쪽 의자는 그대로인데, 유독 내 주위를 둘러싼 의자들만 내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틀어져 있었거든. 누가 내 등 뒤에서 바닥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전체가 한 줄로 같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내 옆 라인”만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이상했어.
결국 내가 참다가 직원 호출벨이 있는 쪽을 슬쩍 봤는데, 그때도 그 의자들이 바로 멈춘 것처럼 보였어. 나는 일부러 일어나서 의자 앞쪽을 살폈다. 바닥에 먼지처럼 보이는 게 끼어 있긴 했지만, 구조적으로 헐거워 보이지는 않았어. 그래서 손으로 의자 바닥을 잡고 살짝 흔들어 봤는데, 확 돌아갈 만큼 유격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 그런데도 앉으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내 쪽을 더 보게 되는 그 느낌이 다시 올라왔어.
진료실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잠깐 화장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어.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의자들이었는데, 이번엔 더 심했어. 내가 돌아온 순간, 내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의자 두 개가 내 정면을 향해 약간 더 틀어져 있었거든. 나는 그때 솔직히 등줄기가 서늘해졌어. 동시에 “아까부터 내가 본 게 전부 내 시선의 변화였던 걸까”라는 생각도 스쳐갔지만, 이미 체감으로는 너무 누적되어 있었어. 내가 확인하는 순간마다 방향이 달라지는 느낌이 반복됐으니까.
진료받고 나와서도 집에 가는 길 내내 찝찝했어. 특히 내가 병원 밖으로 나올 때, 로비 쪽 안내 표지판에 비친 내 그림자 각도가 떠올랐거든. 대기실 창문이 살짝 반사되는데, 그 반사 영상 속에서 의자들이 내가 보는 각도에 따라 “나를 향해 정렬되는 것” 같았어. 물론 그건 빛과 각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실제 의자가 움직였다는 거야. 손으로 확인했을 때 구조적 이유가 없었는데도 계속 돌아갔다는 사실이 계속 머리를 붙잡았지.
며칠 뒤에 다시 같은 병원에 갈 일이 생겼어. 이번엔 일부러 대기실에 들어가서, 내가 앉지 않은 상태로 의자 방향을 몇 번 확인했지. 그런데도 내 예상대로, 내가 관찰하는 자리 근처 의자들이 미세하게 틀어지더라. 단번에 확 바뀌는 건 아니고, 사람이 지나가거나, 내가 한 번 시선을 옮기는 타이밍에 맞춰지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나는 마지막에 그냥 다른 구역 대기석으로 옮겨 앉았는데, 이동하고 나서야 이상하게도 마음이 좀 놓였어.
그 이후로도 한동안 병원 대기실만 보면 등 뒤가 먼저 서늘해져. 의자가 자꾸 내 쪽으로 돌아간다, 그 말 그대로였는데도 왜 그렇게까지 불길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돌아간 의자가 무서운 게 아니라, 계속 “내가 있는 방향”을 찾아 정렬하는 것 같은 느낌. 내가 거기 앉아 있는 동안만 세상이 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아주 조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