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다락방에서 누군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난다
시골집 다락방에서 누군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난다. 처음엔 바람 때문에 판자가 울리는 건가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소리가 너무 규칙적이어서 그냥 넘기질 못하겠더라. 밤 11시만 되면, 다락방 쪽에서 “툭, 툭” 하고 발자국이 시작됐고, 그다음엔 한 발씩 옮겨 다니는 듯한 “사각… 사각…”이 이어졌다. 나는 그 집이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써온 곳이라, 어릴 때부터 밤소리에 익숙한 편이었는데도 그건 확실히 달랐다.
그 소리는 주로 비가 오거나 습기가 찰 때 더 크게 났다. 다락방은 마루 밑 창고처럼 쓰던 공간이라, 누가 드나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장롱 같은 건 아래에 있고, 다락방엔 오래된 이불과 상자들이 쌓여 있을 뿐이니까. 그런데도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다락방 가운데를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시작됐다. 그리고 꼭 벽 쪽에 가까워지면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딱, 딱” 하고 멈췄다.
처음엔 혼자 핑계를 만들었어. 전기 난로를 옮기면서 생긴 소리, 나무가 수축하는 소리,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 소리 같은 것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새벽 1시 30분쯤, 내가 잠결에 거실 문을 열고 계단 쪽을 보는데도 소리가 계속 났거든. 나는 괜히 놀라서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고,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다락방 문은 반쯤만 닫혀 있었는데, 열기 전부터 손잡이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숨을 삼켰을 때,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오래된 천과 먼지 냄새가 섞여 있는데, 그 와중에 젖은 흙 같은 냄새가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사람은 움직이다가 멈추면 보통 숨소리나 작은 잡음이 같이 따라오잖아. 그런데 정적이 너무 깔끔했다. 나는 용기 내서 “누구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대답 대신 천장 쪽에서 딱 한 번, 아주 낮게 탁 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부터 나는 규칙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매번 “두 번 걷고, 한 번 멈추고, 다시 한 번 걷는” 패턴이었고, 멈출 때마다 다락방 한쪽 모서리에서 나는 것처럼 났다. 마치 누군가가 구석을 확인하듯이. 나는 상자들 사이를 대충 비집고 봤지만, 이상하게도 열어볼 만한 자리가 없었다. 상자들은 다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그 위에 먼지가 쌓여 있었는데 먼지가 쌓인 모양이 아주 일정했어. 누가 오래전에 한 번 정리해두고 계속 같은 상태로 두었을 때처럼.
며칠 뒤에는 가족 중 한 명에게 얘기했어. 엄마는 한참을 듣더니, “그 집 다락방은 원래 소리가 나. 네가 어릴 때도 그랬다”고 하더라. 근데 그 다음 말이 문제였다. 엄마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거기 들어가서 찾지 마. 찾기 시작하면 더 오니까”라고 말했거든. 나는 그 말이 뭔 뜻인지 물었지만, 엄마는 표정만 굳고 더는 대답을 안 했어. 그리고 다음날부터 다락방 문을 아예 잠가버렸다.
그래도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어. 잠근 문을 피해갈 수 없는지, 아니면 문 잠금 따위는 상관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밤마다 계단 아래까지 진동처럼 느껴졌다. 특히 장롱에서 옷을 꺼내려 하면, 그 순간에 맞춰서 다락방에서 “사각… 사각…”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꺼내는 걸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나는 한동안 집을 비우려고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집 안 공기가 더 무거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는 느낌.
어느 날은 용기를 내서, 다락방 문 앞에 뭔가를 두고 테스트해봤다. 가루를 조금 바닥에 뿌려두면 발자국이 남을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아침엔 가루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신 문 옆에 있던 얇은 나무판이 아주 살짝 들어가 있었다. 손으로 누르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정도였는데, 그 작은 움직임을 누가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 소름이었던 건, 판을 제자리에 놓자마자 다락방에서 탁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는 거야. 마치 “찾았네”라고 말하듯.
그 뒤로 나는 다락방을 볼 때마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누군가가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있던 자리만 남아 계속 걸어 다니는 건지. 그런데 매번 소리가 나는 시간이 똑같다는 점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11시 03분쯤. 시계는 방마다 조금씩 오차가 있는데도, 그 집에서는 유난히 정확하게 맞춰지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기 직전에 거실에서 물을 한 컵 떠서 마셨다. 그 순간 다락방에서 발자국이 한 번 끊겼고, 바로 이어서 이번엔 한 발짝이 아니라, 두 발짝이 붙어서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기다리다, 이번엔 더 가까이 오기로 한 것처럼.
지금도 나는 다락방 문을 일부러 오래 쳐다보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가끔 밤이 깊어질수록, 위에서 걷는 소리가 더 또렷해지다가 어느 순간엔 “사각” 하고 멈추는 타이밍이 있어. 그 멈춤 뒤에, 아주 조용한데도 분명히 들리는 게 하나 있다. 다락방 바닥이 아니라, 아래에서 나는 소리 같은 느낌. 계단을 한 칸씩, 천천히 올라오는 듯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을 잠가놓고, 시계를 보다가도 눈을 떼지 못한다. 시골집 다락방에서 누군가 걸어 다니는 소리는, 끝까지 ‘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