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통화만 끝나면, 내 문 앞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배달기사 통화만 끝나면, 내 문 앞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그냥 누가 벨 누르고 내려간 줄 알았다. 새벽이었고, 방문 앞 복도는 유난히 소리가 잘 울리는 구조라서 “누가 장난치나?” 싶을 정도로 짧게, 그리고 정확히 들리는 타이밍이 이상했다.
그날은 치킨을 시켰다. 배달이 늦는다고 통화가 한 번 왔고, 기사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ㅇㅇ호 맞으세요? 문 앞에서 전화드릴게요.” 그러고 나서 진짜로 잠깐 조용해졌는데, 통화가 끝난 순간부터 울음이 시작됐다. 아기가 우는 소리처럼 길게 울다가, 금방 숨이 막힌 듯 끊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아서, 배달 확인 앱만 새로고침했다.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현관문 앞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는 없었고, 복도 조명만 하얗게 깜빡였다. 하지만 울음은 계속 됐다. 배달기사님이 통화할 때는 울음이 멈추고, 통화가 끝나면 다시 시작되는 패턴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내가 통화를 끊지 않은데도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혹시 배달하시는 분이 장난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보려다 말았다. 문 앞에는 안내문도 없고, 누가 엎드려 있는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울음이 나는 방향만큼은 분명했다. 현관문 정면, 정확히 초인종 아래 틈에서 소리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숨을 삼키고, 기사님이 전화를 다시 걸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두 번째 통화가 왔다. 기사님이 “문 앞에 놓고 갈게요. 죄송한데 조금만 내려와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나는 “네, 알겠어요” 하고 말했지만, 통화 중에는 울음이 없었다. 기사님이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마지막 말을 끝내는 순간, 아까랑 똑같은 울음이 터졌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마치 누가 문을 두드리진 않는데도, 귀 바로 옆에서 숨을 떨며 우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때부터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배달기사랑 통화한 시간대에만 울음이 재생되는 것 같았다. 내가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통화하는 시간에는 조용했고, 통화가 끝나면 울음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울음은 매번 같은 리듬이었다. “살려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다가 갑자기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들렸다. 내가 문 앞에 서 있으면 더 커지고, 반대로 거리를 조금만 옮기면 갑자기 멀어졌다.
결국 나는 배달을 받은 뒤에도 문 앞에 뭔가를 확인하려고 현관문을 열지 않고, 도어락 버튼을 만지며 조심스럽게 틈을 살폈다. 아주 얇은 틈 사이로 바닥이 보였는데, 복도 바닥은 평소처럼 콘크리트였고, 젖어 있거나 이상한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울음은 계속 났다. 소리는 있는데, 눈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반복되니까 머리가 서서히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 앞에 놓인 건지, 내 발밑에서 올라오는 건지 모를 희미한 냄새가 났다. 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오래 참고 견뎌온 듯한, 약간 쓴 냄새. 그때부터 나는 문을 열면 안 된다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됐다.
다음 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관리실에 물어봤다. “복도 쪽에서 밤에 우는 소리가 난 적 있나요?”라고 묻자 관리실 아주머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요즘 새로 이사 온 분들한테 종종 그런 민원이 들어오긴 해요. 근데 다들 ‘전화 통화할 때만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굳었다. 내가 겪은 패턴을 관리실도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나는 배달을 끊고 조용한 밤만 기다렸다. 그런데도 가끔, 누군가가 내 앞 복도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 그리고 통화가 끝나는 순간마다, 똑같은 울음이 문 앞에서 올라왔다. 아기 울음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억지로 참는 소리 같기도 해서, 들을수록 마음이 꺾였다. 나는 그 울음이 “내가 열어주길 바란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반대로 “열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정말로 문 앞에서 울음이 멈췄는데, 대신 도어락이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딸깍.” 누가 키를 돌린 것도 아닌데, 그저 손잡이 쪽에서 바람이 스치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은 뒤로, 누구든 통화가 끝나는 타이밍을 조용히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아직도 어떤 날은, 통화가 끝나기 직전 내 귀가 먼저 울음의 숨소리를 기억하는 것처럼 먼저 차가워진다. 그 소리가 다시 시작되기 전, 나는 문 앞에서 절대 발을 옮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