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계산대에 카드를 대면 다른 사람 결제가 찍혔다
편의점 계산대에 카드를 대면 다른 사람 결제가 찍혔다. 이게 뭐냐 싶어서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그 편의점만 보면 손바닥이 축축해진다.
밤 열한 시쯤, 급하게 물이랑 도시락을 사려 편의점에 들어갔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계산대 앞에는 나 혼자였다. 직원은 바쁘지 않은 표정으로 리모컨처럼 단말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금방이라도 “됐어” 하고 쳐낼 것 같은 기계적인 눈빛이었어.
나는 카드를 꺼내서 단말기 정면에 가져다 댔다. 삐- 하고 결제음이 울리기 전에, 화면에 먼저 뜬 건 ‘승인 완료’가 아니라 다른 고객 결제 비슷한 문구였다. 정확히는 “OOO 고객 결제 승인”이라고 표시가 됐는데, 옆에 결제 금액도 내 장바구니랑 다르게 1만 원 후반대였어. 나는 순간 멈춰서 손을 거뒀다.
그래도 직원이 “어, 이거 시스템이 가끔 그래요” 하고 웃으면서 내 물건부터 다시 찍었다. 내가 “방금 제 카드로 결제된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직원은 고개만 끄덕이며 “카드만 대면 알아서 처리되는 걸로 돼 있어요. 다음 거 하세요”라고 말했어. 말투가 너무 당연해서,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두 번째로 다시 카드를 가져다 댔다. 이번엔 또 한 번 단말기가 잠깐 멈칫하더니, 화면이 깜빡거리면서 ‘승인 완료’가 떴다. 그런데 그 금액이 또 이상했다. 분명 도시락이랑 물이었는데, 화면에는 “다음 결제 예정 금액” 같은 안내가 뜨고, 이어서 ‘이전 결제 건 자동 반영’이라고 떴다.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영수증을 뽑아 내 밀봉 봉투 옆에 얹어줬고, 나는 그제야 영수증을 확인했다.
영수증에는 내 가게 구매 내역이 아니라 다른 품목이 찍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어렵지만, 누군가가 사 간 것 같은 생수 큰 거 몇 개랑 냉동 간식, 그리고 날짜 아래에 이상하게도 내가 계산한 시간보다 10분 전 시간이 찍혀 있었어. 나는 손이 차가워져서 “이거 왜 제 카드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은 이번에도 그냥 넘기려는 얼굴이었다. “아까 손님이 결제하고 나가시는데, 단말기가 늦게 반영될 때가 있어요.”라고만 하고, 마치 내 앞에서 확인하는 걸 못 하게 하려는 듯이 계산대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 따지려다가, 그 순간 편의점 안에 있던 냉장고 쪽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 말을 삼켰다.
그날 집에 와서 카드 내역을 확인하니, 정말로 그 시간대에 내 카드로 결제가 한 번 더 들어가 있었다. 근데 그 결제는 내가 산 물건과 전혀 달랐고, 금액도 영수증에 적힌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는 놀라서 카드사 앱을 다시 눌러 봤는데, 상태는 ‘정상 승인’으로 되어 있었어. 취소하려고 했더니, “이미 처리 완료된 건”이라면서 확인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떠서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며칠 뒤, 그 편의점에 다시 갈 일이 생겨서(사실 일부러는 아니었고 근처에 다른 데가 없었어) 계산대 쪽을 슬쩍 봤다. 단말기 옆에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 누가 급하게 써둔 듯한 글씨로 “결제 확인 후 재시도”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 아주 짧게 “다른 화면 뜨면….”까지만 남겨져 있었다. 읽고 나서 목 뒤가 서늘했어. 그 문장 끝이 지워진 게 아니라, 누가 끝내지 못하고 떼어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 뒤로 나는 카드를 대기 전, 화면이 먼저 “내 승인”을 띄우는지부터 확인하고 손을 떼는 습관이 생겼다. 편의점은 늘 똑같은 조명 아래 돌아가는데, 단말기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내 결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하루가 끼어드는 것 같았다. 혹시 누군가는 이미, 내가 모르는 시간의 계산대를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잔상이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