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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님이 ‘오늘은 태우지 말라’는 말을 했다

2026-10-11 00: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은 태우지 말라니, 그 말이 왜 이렇게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어젯밤에 집에 가려고 택시 잡았는데, 기사님이 시동 걸기도 전에 “오늘은 태우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고요. 저는 장난인 줄 알고 “네? 무슨 말씀이세요?” 하니까, 기사님이 거울을 한번 보더니 표정이 굳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저는 원래 경로가 좀 꼬였던 날이었어요. 약속도 늦어지고, 지하철 막차는 놓치고, 폰 배터리는 10% 남짓이라 근처를 빙빙 돌다가 택시를 겨우 잡았죠. 기사님은 목적지를 묻기 전에 먼저 저를 보면서 “오늘은 그냥 걸어가요. 태우면 안 돼요.” 하고 말했어요. 말투가 너무 평범해서 더 이상했어요. 무섭다기보다… 이미 결정된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처럼요.

저는 괜히 기분 나빠져서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하고 물었는데, 기사님이 한참 있다가 “잘못은 아니고요. 오늘은 사람을 태우면 안 되는 날이 있어요.”라고 했어요. 그러더니 계기판을 가리키듯 손을 뻗었다가, 손을 다시 거둬요. 그 순간 브레이크를 살짝 밟는 소리가 났고, 차 안 공기가 확 식는 느낌이 들었어요.

목적지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기사님이 손을 들어 제 말을 막았어요. “말하지 마요. 그냥 내리세요.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해요.” 제가 “그럼 돈은요?”라고 묻자, 기사님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돈 계산은 나중에 해요.”라고 했어요. 이상하죠. 보통은 목적지부터 찍고 바로 계산할 텐데, 그분은 계속해서 제 행동을 ‘막는 쪽’이었어요.

저도 그때는 ‘아, 무슨 보험 사기 같은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혹시 목적지 바뀌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기사님이 아주 짧게 웃더라고요. 그런데 그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는 걸, 웃고 나서 바로 표정이 굳어 버린 걸로 알았어요. 그리고 저를 보며 “창문 열지 마세요. 라디오도 끄지 말고요.”라고 했어요.

차 안 라디오는 낮게 잡음만 나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말하자마자 잡음이 아주 잠깐 끊겼어요. 대신, 아주 가까운 데서 누가 숨을 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요. 물론 제 상상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한 번’이 아니라 ‘리듬’처럼 들렸거든요. 저는 등줄기가 서늘해져서 손을 가만히 두고 눈만 깜빡였어요.

그 다음 신호등에서 차가 멈춰 섰을 때, 기사님이 저한테 “오늘은 태우지 말라”는 말을 다시 했어요. 근데 이번엔 더 작게요. 마치 제게 하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확인하듯이요. 저는 순간적으로 문손잡이를 잡았는데, 기사님이 바로 “내리세요. 지금요.”라고 하더니, 차를 아주 천천히 갓길 쪽으로 붙였어요. 속도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차 안에 그 ‘숨소리 리듬’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결국 내려버렸어요. 택시 문이 열리자 찬 공기가 확 들어왔고, 그제야 라디오 잡음이 다시 돌아왔어요. 뒤돌아보니 기사님은 거울을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차 안 조명이 깜빡이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고 했는데, 배터리가 10%에서 단숨에 1%로 떨어져 있더라고요. 거기서부터는 진짜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요.

내가 걸어가려고 몇 걸음 떼는 순간, 택시가 뒤에서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데 신호등은 아직 빨간불이었고, 도로 옆 차선은 막혀 있었거든요. 그래도 차는 분명 움직였는데, 제 시야에는 택시가 ‘한 번’ 지나가는 것처럼만 스치고, 곧이어 그 길에서 소리만 사라졌어요. 저는 뒤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발이 자꾸 멈칫했어요. 가로등 아래에 이상하게도 제 그림자만 길게 늘어나 있던 게 기억나요.

집에 도착해서 보니까, 그날 택시로 찍힌 위치 기록이 이상하게도 3분 전쯤부터 끊겨 있었어요. 통신이 끊긴 것도 아니고, 앱이 멈춘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같은 시간대에 그 주변을 검색하다가 ‘택시 기사 실종’ 같은 글을 봤어요. 내용이 자세하진 않았지만, 딱 한 줄이 신경 쓰였어요. “당일에 ‘태우지 말라’는 말을 한 목격자가 있다.” 저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아직도 기사님 목소리 톤이 제 귓가에 남아 있는 걸 느꼈어요. 정말로 그분이 제게 무언가를 막으려 했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내린 순간부터 이미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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