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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경례 받던 순간, 내 오른손이 먼저 올라갔다

2026-10-11 04: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경례 받던 순간, 내 오른손이 먼저 올라갔다. 그날은 훈련이라고 해도 뭐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교관도 “대충 오늘은 몸만 풀고 끝내자” 같은 말투로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슴이 먼저 굳었다. 어차피 경례는 배운 대로 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왜인지 손이, 그것도 오른손이 먼저 올라갔다. 왼손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더라.

처음엔 그냥 내가 긴장해서 그런 줄 알았어. 체육관 앞에서 줄 맞춰 서 있다가 중대장이 걸어오고 있었고, 옆에서 누가 “경례!” 하고 외치는 것도 들렸다. 그런데 내 눈은 중대장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손은 내 명령과 상관없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팔꿈치가 딱 펴지면서 손바닥이 모자챙 쪽으로 갔고, 손가락이 경례 자세를 잡는 순간, 등 뒤에서 누가 툭 하고 건드린 것처럼 전신이 한 번 떨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랑 같은 줄에 섰던 애들이 동시에 경례를 했는데, 중대장은 다른 애들은 보다가 내 쪽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 표정이 기분 나쁘게 굳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가 났다는 느낌도 아니었어. 오히려 “어?” 하고 순간 멈춘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손을 내리는 게 늦어지면서 다시 한 번 오른손이 미세하게 움직인 걸 느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방금도 먼저 올라갔지’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중대장이 걸음을 멈춘 채로 잠깐 우리를 쭉 훑더니, 별말 없이 지나가긴 했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뒤로 한마디 던졌어. “다음부터는 손 동작 같이.” 그 말이 그렇게 평범한데도 이상하게 오래 남더라. 나는 ‘같이’라는 단어가 자꾸 다른 뜻으로 들렸다. 단순히 좌우 손을 맞추라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미 내 동작을 보고 있었던 것처럼.

그날 훈련 끝나고 병장 한 명이 내 옆에서 담배는 못 피우게 하던 장소에서(원래도 안 피우는 장소였음) 조용히 물었다. “너 오늘 경례할 때 뭐 착각했냐?” 내가 “그냥 긴장해서요”라고 했더니 그 병장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오른손을 슬쩍 봤다. 손등 쪽에 상처가 하나 있었는데, 훈련하다가 다친 건 아니고, 며칠 전부터 신경 쓰이던 멍이었다. 그 병장이 “그거 아직도 아프냐”라고 묻는 순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다 말이 목에서 걸렸다.

왜냐면 멍이 아픈 게 아니라, 그 순간마다 오른손이 먼저 올라갈 것 같은 감각이 다시 떠올랐거든. 마치 내 팔이 아니라 ‘어딘가’가 내 팔을 끌어올리는 느낌. 그 병장은 더 말 안 하고 그냥 돌아섰는데, 돌아서기 전에 “그런 건 한 번만 그러는 게 아니라, 반복되면 사람 마음부터 변한다”라고 낮게 말하고 가버렸다. 나는 그 말을 장난처럼 받아치려 했는데, 웃음이 안 나왔다.

며칠 뒤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아침 점호 때, 구령이 나올 때마다 내가 경례를 하는 속도와 상관없이 오른손이 먼저 올라가려고 했다. 분명히 내가 손을 맞추려고 생각하면, 왼손이 먼저 움직일 때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결정적인 순간’엔 오른손이 앞질렀다. 그게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틀어지는 건 아니었어. 그냥, 누가 보기엔 “손이 아주 미세하게 먼저” 같은 정도. 그런데 그런 미세한 차이를 중대장들이 어떻게 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한 번은 당직 소대장이 내 쪽에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때 소대장이 나를 불러세우면서 “너 오른손이 왜 그런지 알아?”라고 묻더라. 나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자세가… 제가 좀 헷갈렸습니다”라고 했고, 소대장은 잠깐 말 없이 내 손을 보다가, “헷갈릴 게 아니라, 네가 뭘 들었는지부터 확인해”라고 했다. 솔직히 그 말이 뭔 소리인지 몰랐는데, 그날 밤에 갑자기 이어폰도 안 꼈는데 귓속에서 구령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리고 잠을 자는데도 손이 먼저 올라가는 꿈을 꿨다. 꿈에서조차 오른손이 먼저 모자챙을 건드렸고, 손을 내리는 순간마다 누군가가 뒤에서 내 팔꿈치를 눌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부러 거울 앞에서 연습했다. 오른손을 일부러 늦추려고 손목 각도부터 조절했고, 왼손이 따라오도록 호흡도 맞췄다. 근데 신기한 건, 연습할 때는 완벽하게 맞았는데 점호 구령이 실제로 울리면 다시 오른손이 선수를 쳤다는 거야. 그때 깨달았어. 이건 내 동작이 아니라, 구령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 달라진 거 같았다. 내가 “경례”를 듣는 순간, 오른손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훈련장에서 내 오른손을 이상하게 의식하게 됐다. 누가 부르면 항상 왼손부터 움찔해야 하는데, 오른손이 먼저 반응해서 내 마음을 먼저 따라오게 만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 어느 날은 경례를 하고 있는데도 손바닥 감각이 아닌, 손바닥 아래의 공기가 먼저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군가가 내 손 위에 얇은 막을 덮어놓고, 그 막이 먼저 경례를 올리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도 웃기면서도 등골이 서늘해. 군대에서 배우는 동작은 결국 사람 몸에만 남는 게 아니라, 어떤 ‘순서’까지 남길 수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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