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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CCTV 영상이 유난히 ‘앞 장면’부터 지워진다

2026-10-11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CCTV 영상이 유난히 ‘앞 장면’부터 지워진다는 말, 처음엔 그냥 웃자고 넘겼는데… 그날 이후로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더라. 퇴근하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가자마자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고, “오늘 새벽에 이상한 소리 들렸죠? 그런데 CCTV가 좀…” 하며 말을 흐렸다. 문제는 화면이 멈춘 게 아니라, 유난히 ‘앞 장면’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는 거다.

내가 관리실에 도착했을 때도 사람들 표정이 비슷했다. 보안 담당은 모니터 앞에서 파일 재생 버튼을 누르다 말고, “오늘 영상만 그래요”라고만 반복했다. 보통은 사람이 들어오는 시점이나 차량이 움직이는 시간부터 끊기기 마련인데, 그날 영상은 이상하게도 사건 직전부터 바로 다음 장면으로 점프했다. 마치 누가 의도적으로 “지금부터는 보여줄게”라고 잘라낸 것처럼.

화면엔 밤 2시 17분 03초가 찍혀 있었고, 그 직후에선 이미 누군가가 주차 칸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고 있었다. 근데 그 사람의 모습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다. 복도 쪽에서 내려오는 계단, 문이 열리는 순간, 라인에 들어오는 동작 같은 것들이 전부 공백처럼 지워져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혹시 녹화가 늦게 시작된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지만, 담당은 손사래를 쳤다. 녹화 시간표는 정상, 디스크 용량도 충분했고, 다른 날짜 영상은 멀쩡했으니까.

그래서 관리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원인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누가 일부러 지웠겠죠. 요즘은 영상 덮어쓰기나 포맷도 가능하다더라” 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럴 리가, 주차장 출입은 카드 찍어야 하잖아요”라며 맞받았다. 그런데 그 카드 기록을 대조해도 이상했다. 카드 로그에는 분명 내려온 사람이 찍혀 있는데, CCTV엔 그 사람이 들어오는 과정이 없다. 마치 카드만 찍고, 영상은 그냥 지나가버린 것처럼.

나는 예민해서 그런지, 그 장면 점프가 단순한 기술 오류 같지 않았다. 점프된 구간의 경계가 너무 매끈했기 때문이다. 영상이 끊기는 게 아니라, 프레임 단위로 딱 끊긴다. 무엇보다도 ‘방향’이 같았다. 앞 장면이 지워진 영상들 공통점이 있는데, 항상 사건이 시작되기 직전, 카메라가 아직 “정상적으로” 보고 있어야 할 타이밍만 비어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동안에는 화면 전체 밝기가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화면을 흔들거나 렌즈를 가린 흔적도 없었다.

그때 누가 갑자기 “혹시 밤마다 정각에 점검하나요?”라고 물었다. 담당은 “정각 점검은 없어요. 다만 새벽에 시스템 업데이트가 한 번 들어가긴 해요. 그런데 그건 전혀 다른 시간대고, 날짜마다 반복 패턴이 다릅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섬뜩했던 건, 업데이트가 들어가는 날도 아니었는데 특정 요일의 특정 시간대만 계속 앞 장면이 날아간다는 점이었다. 마치 누가 ‘원하는 구간’만 골라서 잘라내는 것 같았다. 화면 속 사람은 분명히 사라지기 직전까지 걸어오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흐름이 됐거든.

나는 커뮤니티 글로도 올려진 걸 봤다. 제목은 비슷하게 “CCTV가 앞만 지워진다”였고, 내용도 같은 아파트, 같은 지하주차장 구조라고 했다. 처음엔 다들 ‘연출’이라거나 ‘코덱 문제’라고 했는데, 댓글이 이상하게도 한 번도 똑같이 틀리지 않았다. 다들 공통적으로 “항상 시작만 지워진다” “사건이 진행되는 건 남아있다” “누군가가 문 앞에 서는 순간은 없다” 같은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오류라고 치기엔 너무 반복적으로 ‘서술 방식’이 동일했다.

며칠 뒤, 실제로 다시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번엔 내가 먼저 모니터를 확인하려고 관리실에 붙어 있었는데, 사건 시작 전까진 화면이 정상 재생됐다. 그런데 딱 특정 초가 넘어가는 순간, 앞부분이 아니라 ‘바로 그 직전’만 깔끔하게 지워졌다. 사람들이 놀란 건 당연했지만,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점프된 장면에는 누군가가 이미 다른 위치에 서 있었고, 표정이나 자세 같은 디테일이 오히려 선명했다. 마치 “지워야 할 것”만 정해진 사람처럼, 앞부분만 정리해 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갈 때마다 카메라 각도를 먼저 본다. 위쪽 돔형 카메라가 돌아가는지, 혹은 고정인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고,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날 법한 시간’에 눈이 먼저 간다.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화면 속 시간만 어딘가로 밀려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지워진 건 단순히 영상이 아니라, 우리가 “무슨 일이 시작됐는지”를 알 권리였던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남는 건 이상하게도, 앞 장면이 없어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불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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