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 개가 없는 밤에도 짖는 소리가 들린다

2026-10-11 20:29:14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개가 없는 밤에도 짖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그냥 귀가 예민해져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 밤은 유난히 또렷했다. 밤 11시가 넘자마자 마당 쪽에서 “멍—” 하고 한 번 울리고, 이어서 바로 옆 골목을 따라 두 번 더 울렸다. 집 안에 사람은 나 혼자였고, 창문을 열어보면 바람소리밖에 없었는데도 소리는 계속 따라왔다.

우리 집 마당엔 원래 개가 한 마리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있었다”가 맞는지 “있던 척”만 한 건지 헷갈릴 정도야. 오래전에 키우던 강아지는 병으로 먼저 떠났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밤마다 짖는 소리는 더 이상해야 한다. 특히 개가 없는 집이면 짖음이란 게 없잖아. 그런데도 그날 소리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옆집 누가 개를 키우나 싶어서, 나는 불을 끄고 거실 창문 뒤에 서서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마당에는 검은 그림자 하나도 없었고, 가로등은 고장 난 듯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런데도 짖는 타이밍이 이상하게 규칙적이었어. 한 번은 정확히 현관 앞에서 들리고, 한 번은 대문 오른쪽 담장 쪽에서 들리는 것처럼 번갈아가며 울렸다. 바람이 아니라, 누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동네를 돌며 “밤에 개 짖는 소리 들려?” 하고 가볍게 물어봤다. 다들 “무슨 소리야, 우리 집 개 없어”라고 하면서 웃더라. 웃음이 좀 무심해서 오히려 더 찜찜했다. 어른들은 다들 입을 다물고, 대신 “밤엔 마당 쪽에 오래 서 있지 마” 같은 말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이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개가 없는 집에서도 짖는다’는 말이 그냥 농담이 아니었던 거지.

그날 이후로 나는 일부러 그 시간대를 피해 잠을 청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피하려고 하면 더 또렷해졌다. 잠들기 직전, 베개 옆에서 숨소리처럼 “멍”이 들리는 날도 있었고, 아예 현관문 아래 틈으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섞여서 “컹—” 하는 것처럼 들리는 날도 있었다. 나는 한 번은 용기 내서 문을 열었는데, 마당은 평소처럼 고요했고 냄새도 그냥 흙냄새뿐이었다. 그런데 문을 닫는 순간, 바로 뒤에서 짖음이 터졌다. 바깥에서가 아니라, 문 안쪽 어딘가에서 울리는 느낌이었어.

집 안 구조가 이상하게 들렸다. 오래된 시골집이라 방이 몇 개 비슷하게 이어져 있고, 복도 끝에는 창문도 없는 구석이 하나 있다. 그 구석은 겨울이면 벽이 젖어 축축해지고, 여름이면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진다. 나는 그 구석을 지나갈 때마다 발등이 간지럽고, 귀가 멍해지곤 했다. 특히 밤에 그쪽을 쳐다보면, 어둠 속에 무언가가 숨을 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짖음이 그쪽에서 시작되는 날이 많았거든.

어느 날은 내가 먼저 ‘소리’를 냈다. 일부러 확성기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집 안에서 조용히 “쉿” 하고 숨을 멈췄다. 그랬더니 반응이 빨랐다. 마당에서 울리던 짖음이 갑자기 멈추더니, 바로 뒤이어 이번엔 담장 바깥 쪽이 아니라 집 안 복도에서 “멍” 하고 울렸다. 마치 누군가가 “너 누구야” 하고 확인하듯한 소리였다. 그날 밤은 끝까지 잠을 못 잤고, 새벽에야 겨우 방문을 닫고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 뒤로 나는 이상한 습관을 들였다. 잠들기 전 창문은 모두 잠그고, 현관문 앞에는 신발을 일부러 가지런히 놓았다. 개가 있던 시절엔 누가 봐도 질서가 있었던 것 같아서, 지금은 없어도 그 흔적을 맞춰두면 덜 무서울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짖음이 시작될 때마다 신발 위치가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는 거야. 누가 장난을 치는 거면 누군가가 아니라, 손도 없이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본 건 어긋난 각도뿐이니까 더 기분 나빴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그 짖음이 항상 “밤”이라는 시간에만 오진 않는다는 거야. 새벽 3시쯤엔 멈추는 줄 알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 날은 오전인데도 울었다. 그때는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예전엔 경계하듯 짖는 소리였다면, 이번엔 마치 부르면 돌아오는 소리처럼 낮고 끌리는 느낌이었어. 나는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빗물 위로 그림자가 지나가는 걸 봤다. 바깥에 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근데도 그림자는 네 발처럼 움직였고, 곧바로 마당 쪽에서 다시 “멍”이 울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집에서 개가 없는 밤에도 짖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맞닥뜨린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소리는 사라졌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는 방식이 꼭 누가 어떤 걸 지키려는 것 같았다. 지금도 가끔 그 시간대가 되면, 귀가 먼저 기억을 건드려. 마당이 비어 있는데도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문득 생각하면, 그 짖음은 동네의 개가 아니라, 집이 기억하는 어떤 주인의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소름 돋는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