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전등이 켜질 때마다 방 한구석이 더 어둡다
중고거래로 산 전등이 켜질 때마다 방 한구석이 더 어둡다. 처음엔 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거래 후 며칠 동안은 진짜로 “패턴”이 생기더라. 불을 켜는 순간마다, 마치 방 안 어딘가가 빛을 받아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대편 구석이 더 짙어졌어. 사진으로는 멀쩡했던 그 전등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이상한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전등은 중고 앱에서 저렴하게 올라온 거였어. “바꿔치기 없이 세척해서 드림” 같은 말이 붙어 있었고, 실제로도 외관은 깨끗했어. 나는 전구만 집에 있는 걸로 끼우면 될 줄 알았지. 박스에서 꺼내고 스위치에 연결하는 순간, 손끝이 살짝 서늘하다고 느낀 건 그냥 컨디션 탓이라고 넘겼다. 설치도 금방 끝났고, 첫 테스트로 스위치를 올렸을 때 빛이 확 퍼지는 건 정상처럼 보였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등을 켠 직후엔 방 전체가 환해지기는커녕, 이상하게도 창문 쪽 말고 반대 구석이 유난히 어두웠어. 처음엔 그림자겠지 싶어서 커튼을 열었다 닫아 봤고, 다른 조명도 켜봤는데 계속 같았어. 전등의 빛은 내 눈에 보이는 범위까지 분명히 밝아지는데, 이상하게도 그 밝음이 “벽을 넘지 못하고” 한 지점에서 멈추는 느낌이 들었달까.
그래서 나는 전등 자체를 의심했어. 혹시 전구 밝기가 낮아서 그렇나 해서 다른 전구로 바꿔 끼웠지. 그런데도 똑같았어. 전구를 바꾸면 밝기는 달라졌는데, 그 대신 더 이상하게도 어두운 구석은 “그 수준에 맞춰” 더 어두워졌어. 마치 방의 어떤 부분이 내 조명 변화에 반응해서, 빛이 도달하기 전에 먼저 빼앗아 가는 것처럼. 그때부터 그냥 기분 탓이라 하기엔 너무 반복됐어.
그날 밤부터는 더 확실해졌어. 나는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관찰했는데, 전등을 켜기 전에는 그 구석이 그냥 평범한 어둠이었거든. 그런데 스위치를 켜는 순간, 그 어둠이 “깊어져.” 단순히 그림자가 진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어둠 자체가 한 겹 더 덧씌워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중요한 건, 전등을 끄면 그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데, 최소한 켰을 때만큼 극단적으로 짙어지진 않았다는 거야.
나는 혹시 전기 문제나 배선 문제일까 싶어서 관리도 해봤다. 스위치 위치를 바꿔보거나, 멀티탭을 다른 콘센트로 옮겨보는 식으로 테스트했는데도 결과는 같았어. 게다가 전등에서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었어. 이상한 건 “켜짐”의 순간이 항상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는 거야. 전등이 켜지면, 어두운 구석이 동시에 반응해. 불이 들어오고 1~2초 뒤에 지연되는 것도 아니고, 딱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았어.
그래서 결국 판매자에게 연락했는데, 답장은 느렸고 내용은 단순했어. “정상 작동해요. 혹시 다른 조명도 이상한가요?” 이런 식. 나는 사진을 몇 장 보내면서 ‘전등을 켜면 특정 구석이 유독 어두워져요’라고 했지. 근데 답장이 오기 전, 내가 실수로 방 한구석을 정리하다가 벽지 아래를 살짝 건드렸거든. 그 부분 벽지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눌려 있었고, 손가락으로 톡 치면 소리가 묘하게 먹먹하게 들렸어. 그리고 그때, 전등이 켜져 있는 상태였는데도 어두운 구석만큼은 시선이 오래 머물 수가 없더라. 자꾸 눈이 도망가는 느낌이었어.
판매자 답장이 오고도 찜찜함은 남았어. 그는 결국 환불은 어렵다며, “조명은 정상이라 책임이 없다”는 말만 남겼거든. 나는 그 말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더 확신이 생겼어. 왜냐면 정상이라는 말이 너무 단정적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느낀 현상”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말했으니까. 그런 건 누가 겪어야 아는 거잖아. 이후부터는 전등을 켤 때마다, 내가 보고 있는 구석이 단순히 어두운 게 아니라 뭔가 “안쪽으로 접히는” 느낌이 들더라. 빛이 모이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쪽에 가까웠어.
가끔은 전등을 켰다가 다시 끄기 전에, 그 구석을 오래 쳐다보곤 했어. 장난처럼, 혹시 착시일지 확인하려고. 근데 문제는 늘 같은 결말이야. 전등을 끄면 화면 전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어두운 구석만은 조금 늦게 돌아와. 마치 누가 안에서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야 나가주는 것처럼.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가 분명 전등을 밤에 껐는데도 그 벽 쪽 그림자가 더 짙게 남아있는 날이 있었어. 나는 그때부터 전등을 켜는 일이 점점 귀찮아졌고, 결국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스위치를 한참 망설이게 되더라.
지금도 전등은 멀쩡히 켜져. 밝기 세기도 조절되는 것처럼 보이고, 고장도 없어. 다만 그 전등을 켜면, 방 한구석이 더 어두워지는 건 여전해. 나는 그 어둠이 사라지는 방식이 “빛의 반대”가 아니라 “빛을 대신해 뭔가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아. 중고로 산 물건이니까 마음 편히 쓰자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이 바뀌었어. 전등이 켜지는 게 아니라, 그 어둠이 켜지는 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