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알바가 바코드를 찍는 순간, 직원 얼굴이 바뀌었다
편의점에서 알바가 바코드를 찍는 순간, 직원 얼굴이 바뀌었다. 그날도 별거 없을 줄 알았어. 계산대 앞에 손님 한 명이 서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상품을 스캔하고 영수증에 찍히는 소리만 듣고 있었거든. 정확히는, 바코드가 “삐” 하고 인식되는 그 타이밍에 매장 직원의 얼굴이… 딱,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처럼 보였어.
처음엔 조명 탓이라고 생각했어. 편의점 조명은 늘 조금 노랗고, 형광등이 오래되면 깜빡이는 느낌이 날 때가 있잖아. 그런데 나는 그때 매장 쪽을 봤고, 직원이 카운터 뒤에서 고개를 살짝 들어서 손님을 보던 중이었거든. 그 순간, 직원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듯 바뀌었어. 눈매가 달라지고, 입꼬리 각도도 다르게 잡히는 느낌. “아, 뭐야” 하고 눈을 찡긋하는데도, 바뀐 얼굴은 그대로였어.
내가 놀란 건 한두 초가 아니라, 계산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랬어. 나는 손님이 카드를 내밀면 리더기에 가져다 대고, 상품 바코드를 다시 한 번 찍으면서도 계속 직원 얼굴만 봤거든. 손님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는데, 웃는 얼굴은 평범했는데, 직원은 손님을 보는 게 아니라… 어딘가를 “확인”하는 표정이었어. 마치 저 사람이 맞는지, 지금 이 시간대가 맞는지 체크하는 것처럼.
그때 내가 찍던 물건이 하나 있었어. 보통은 그냥 진열대에서 가져오면 끝인데, 그날은 손님이 편의점 안쪽에서 가져온 작은 상품이 하나 섞여 있었거든.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유통기한이 유달리 가까워 보였고 포장이 약간 구겨져 있었어. 손님이 바코드를 꺼내서 내 앞에 내밀었고, 나는 습관처럼 스캔했지. 근데 바코드를 읽는 순간 또 한 번 직원 얼굴이 변했어. 이번엔 더 확실했어. 눈동자가 옆으로 살짝 움직였는데, 그게 사람 반응이 아니라 영상 재생처럼 느껴졌어.
나는 그 자리에서 실수를 한 번 했어. 바코드를 찍고 나서, 원래는 가격이 뜨면 바로 다음 상품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손가락이 멈췄어. 직원이 뭘 하는지 내 쪽을 보는데, 그 시선이 너무 정확하게 내 손에 고정돼 있었거든. 혹시 바코드 인식이 안 된 줄 알고 다시 찍으라는 건가 싶었는데, 직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내가 스스로 이상함을 느꼈어.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 목소리가 “내가 아는 그 직원” 목소리랑 결이 달랐거든. 마치 녹음된 걸 재생하는 것 같은 느낌.
“다시 찍으세요.” 직원이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그 말이 너무 빠르고, 너무 건조했어. 나는 고개를 들었고, 손님은 여전히 별일 없는 표정으로 내 쪽을 보고 있었지. 손님은 계산이 늦어지는 걸 불편해하지 않았어. 오히려 “빨리 해주세요” 같은 말도 없었고, 그저 카드만 들고 기다렸어. 그런데 직원 얼굴은 계속 바뀐 상태였고, 나는 그걸 부정하고 싶어서 다시 바코드를 찍었어. 스캔은 정상적으로 됐고, 화면에 금액도 떴는데… 직원 얼굴만은 이상하게 굳어 있었어.
결국 계산이 끝나고 손님이 나가자, 직원은 평소처럼 웃었어. 카운터에 팔꿈치를 괴고 “오늘 바쁘시네요” 이런 식으로 농담을 던지는데, 그 순간엔 내가 본 얼굴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지. 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 조명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피곤해서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뒤로도 계속 찝찝했어. 왜냐하면, 손님이 나간 직후 내가 다음 손님을 기다리며 화면을 켜놨는데, 화면 구석에 아주 짧게—스캔됐다는 표시가 아닌 다른 종류의 표시가 지나간 것처럼 보였거든. 내가 다시 보려고 눈을 옮기는 사이에 바로 사라져서 확신은 못 했지만, 분명 “뭔가 읽혔다”는 느낌이었어.
그날 근무가 끝나고도 나는 집에 가는 길 내내 계산대 생각만 났어. 바코드는 늘 같아. 바코드를 찍는 소리도 늘 같고, 기계가 인식하는 방식도 뻔하잖아. 그런데 왜 하필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직원 얼굴이 바뀌는 걸까. 내가 다음날 출근했을 때는 그 직원이 그대로였어. 인사도 똑같이 하고, 웃음도 똑같이 나왔지.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생각 안 하려고 했어. 근데 그날 밤, 그 스캔 소리가 잠들기 직전 머릿속에서 계속 굴러갔어. 마치 누가 계속 “삐” 하며 확인하는 것처럼.
며칠 뒤에야 한 가지를 알아챘어. 우리 매장에 오래된 바코드 스캐너가 하나 있었거든. 직원들이 가끔 “이거 요즘 인식이 좀 느리다” 하고 새로 바꿔달라고 했던 그 스캐너. 그런데 그날 손님이 들고 온 상품은, 이상하게도 그 스캐너로만 잘 인식됐어. 다른 스캐너를 대면 인식이 늦거나 오류가 났고, 결국 그 스캐너로 찍어야 했지. 나는 그때, 바뀐 얼굴이 조명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바코드가 상품의 정보를 읽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의 타이밍도 맞추는 건 아닐까.
지금도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찍을 때 “삐” 소리가 나면, 잠깐 손님이 아닌 누군가가 내 손을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그냥 기분 탓이겠지. 근데 그날처럼, 직원 얼굴이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걸 본 이상… 나는 더는 스캔 소리를 가볍게 듣지 못하겠어. 다음 번에도 혹시, “맞는 시간”이 오면 또 바뀌는 걸까. 아니면, 이미 바뀐 상태로 계속 계산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