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통로에서 바퀴 소리가 ‘한 걸음 늦게’ 따라온다
지하주차장 통로에서 바퀴 소리가 ‘한 걸음 늦게’ 따라온다. 처음엔 단순히 내 착각이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도 귀가 먼저 움찔했다. 밤에 차를 빼러 내려가면 늘 조용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통로 한가운데쯤 오면 “두둑… 두둑…” 하고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생겼다. 문제는 그 소리가 내 발소리보다 딱 한 박자, 아니 한 걸음 늦게 따라온다는 거였다.
처음 겪은 날은 비가 막 그친 직후였다. 지하 1층 통로는 물기 때문에 바닥이 좀 반들거렸고, 가로등 불빛이 얇게 번져서 발밑이 길게 늘어졌다. 나는 키를 꽂고 손잡이를 당기면서 ‘이 시간엔 사람 없을 텐데’ 싶었다. 그런데 뒤에서 바퀴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누군가가 카트 같은 걸 끌고 있는 소리였다. 근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일부러 속도를 바꿔봤다. 천천히 걸으면 바퀴 소리도 같이 천천히 들렸다. 그런데 내가 한 발 내딛는 순간, 바퀴 소리는 늘 그보다 “딱 한 발 늦게” 붙었다. 예를 들면 내가 오른발을 디딜 때쯤 바닥에 울리는 소리가 먼저 났고, 그 다음에 뒤쪽에서 바퀴가 굴러가는 둔탁한 소리가 따라왔다. 나는 그걸 리듬으로 느낄 정도였다. 소리가 따라오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내 걸음의 시간을 늦춰서 복제하는 느낌이었다.
통로 끝은 경비실 쪽이라 시야가 짧지 않다. 그래서 한 번은 아예 뛰어봤다. 계단 앞까지 급하게 달리면 당연히 소리도 같이 빨라져야 정상인데, 바퀴 소리는 오히려 계속 같은 간격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뒤에서 들리던 소리가 옆 벽 쪽에서 먼저 “탁” 하고 울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때 바퀴 소리는 아주 조용해졌다. 내가 멈추자, 소리도 멈춘 게 아니라… 내 뒤에서 멈춘 뒤, 다른 데서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은 결국 차를 빼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버렸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귀가 간질거렸다. 샤워기 물소리 속에서도 ‘두둑…’이 섞여 들릴 것 같아서 자꾸 확인했다. 다음날엔 관리사무소에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소문만 만들까 싶어서 못 했다. 대신 나는 통로를 지날 때 휴대폰을 켜고 녹음을 해뒀다. “내 걸음이랑 바퀴 소리의 타이밍 차”가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려고.
녹음본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착각’이라고 우길 수가 없었다. 내 신발 소리가 먼저 찍히고, 뒤이어 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일정한 지연을 두고 들어왔다. 게다가 그 지연은 매번 같았다. 한 걸음 정도의 간격,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보폭을 줄이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지연 시간이 고정된 것 같았다. 소리가 커지는 구간도 있었다. 통로 중간쯤,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자리 앞에서 바퀴 소리가 더 크게 났다. 그럼 그 ‘무엇’이 그 지점을 통과할 때 바닥을 더 세게 긁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쯤 지나자, 나는 이상한 규칙을 하나 더 발견했다. 통로에서 카메라 사각지대처럼 보이는 구간을 지나갈 때면 바퀴 소리가 ‘딱 한 번’ 먼저 튀어나왔다. 내가 아직 한 발 내딛지 않았는데, 먼저 “탁” 하고 소리가 나서 등골이 식었다. 그 다음부터는 다시 정상처럼 한 걸음 늦게 따라왔다.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맞추다가, 어떤 횟수에서는 반대로 먼저 찍어버리는 것처럼. 그래서 그 구간을 지나갈 때마다 숨을 짧게 들이마시게 됐다.
어느 날은 주차장에서 같이 내려온 이웃이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통로로 들어서면서도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그 사람도 별말 없이 따라오다가, 한참 뒤에 갑자기 “여기 바퀴 소리 들려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너무 오래 신경 쓰고 있었나 싶었는데, 그 사람이 느낀 건 내 타이밍과 비슷한 거였다. 그분도 “내가 걷는 것보다 한 발 늦게,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릴 뻔했다고 했다. 그런데 둘 다 돌아보면 역시 아무도 없었다. CCTV가 걸려 있는 구조인데, 그날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도 “특이사항 기록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 후로 나는 지하주차장 통로를 통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차 키를 손에 쥐고 뛰지 않고, 발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서 리듬을 깨려고 해봤다. 그런데 어떤 날은, 내가 리듬을 바꾸는 순간 바퀴 소리도 덩달아 바뀌면서 다시 ‘한 걸음 늦게’ 맞춰졌다. 마치 내가 조절하는 걸 따라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통로 끝까지 가기 전에 일부러 문득문득 멈춰 섰다. 멈추면 소리가 멈출 줄 알았는데, 반대로 그때부터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따라온다’는 게 아니라, ‘앞질러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그 통로를 지나갈 때면 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오지만…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소리가 사라지는 날에는, 대신 바닥의 진동이 먼저 느껴졌다. 내 발이 닿기도 전에 아주 낮게 “툭” 하고 울리는 감각. 그게 진짜 발자국인지, 아니면 그게 내 뒤에서 걸어오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안쪽으로 스며들어버린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지하주차장 통로는 늘 똑같은데, 나는 이제 차를 빼러 내려가면서도 문득 떠올린다. 바퀴 소리가 한 걸음 늦게 따라온 게 아니라, 내가 한 걸음 늦게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