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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검사실 커튼이 닫히는 타이밍이 이상하다

2026-10-13 08:29:14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 검사실 커튼이 닫히는 타이밍이 이상하다. 처음엔 내가 예민한 건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자꾸 그 장면이 되풀이돼서 잠깐만 눈 깜빡해도 등 뒤가 서늘해져. 나는 건강검진 때문에 2층 검사실 쪽으로 갔다.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유난히 그 복도는 조용했어. 소리라고는 형광등에서 나는 미세한 지지직 같은 것만 들리고, 사람들 발걸음도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거든.

검사실 앞에 커튼이 달린 작은 문이 하나 있었어. 보통은 담당자가 들어가고 나서, 검사 시작 전에 커튼을 쓱 닫는 정도일 텐데 그날은 타이밍이 달랐어. 내가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중이었는데, 아직 내 차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커튼이 먼저 “딱” 닫혔거든. 닫히는 소리도 그냥 천이 스치는 소리랑 다르게, 뭐가 걸려 단단히 닫히는 느낌이었어.

잠깐 뒤에 간호사 한 분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마치 방금 누군가 기다리다 바뀐 것처럼 얼굴이 굳어 있었어. 내 옆에 앉아 있던 남자는 “원래 이렇게 갑자기 닫혀요?” 하고 물었는데 간호사는 대답을 얼버무리며 “검사 중이라 그래요”라고만 했지. 그 말투가 너무 기계적이어서 오히려 더 이상했어. 내가 들은 건 ‘검사 중’이란 설명인데, 그 커튼은 검사 시작 전에 닫혔잖아?

내가 들어가서 체온을 재고 신분 확인하고 나서, 안내받은 대로 커튼 뒤에 앉았어. 커튼은 반쯤 열린 채로 내 쪽이 보이지 않게 해놨고, 앞쪽에는 검사 장비가 놓여 있었지. 그런데 그때, 장비가 준비되는 소리도 아직 없었는데 커튼이 또 다시 한 번 움직였어. 바람도 아니고, 누가 손으로 당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천이 아주 조심스럽게 당겨지듯 좁혀졌거든.

나는 괜히 놀라서 “혹시 제가 잘못 앉았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려 했는데, 그 순간 담당자가 “고개는 정면으로 두세요”라고 했어. 그런데 그 목소리가 이상했어. 방금 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말한 사람 목소리 같지 않고, 한 박자 늦게 이어지는 것처럼 들렸거든. 마치 복도 어딘가에서 들려야 할 말이, 바로 내 뒤쪽에서 튀어나온 느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면만 보고 가만히 있었어.

검사는 피검사나 기본 검사처럼 금방 끝나는 편인데, 유난히 내 차례는 시간이 길었어. 손끝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독 솜이 가까웠고, 간호사가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순간 커튼이 또 한 번 닫히는 소리가 났지. 이번엔 완전히 닫히진 않았는데, 대신 커튼 옆 틈이 아예 사라질 정도로 딱 붙어버린 거야. 나는 분명히 커튼이 고정된 줄로 묶여 있지 않다는 걸 봤거든. 그런데도 틈이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안에서 밀거나 바깥에서 당긴 거랑 같은 현상이잖아?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까, 내가 들어가기 직전에 들렸던 복도 소리들이 한꺼번에 밀려왔어. 아까는 너무 조용해서 내 심장 소리만 들릴 정도였는데, 그제야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거든. 대기석 쪽을 보니 아까 커튼 닫히는 걸 봤던 남자가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게 인사도 못 하고 눈만 크게 뜬 채로 검사실 쪽을 보고 있었어. 내가 “괜찮으세요?”라고 하려는 찰나, 그가 아주 작게 “또 닫혔지?”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어. 그리고 말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커튼이 또 “딱” 하고 닫혔어.

나는 그때부터 기록을 하듯이 이상한 패턴을 체크했어. 커튼이 닫히는 건 늘 검사 시작 전에만 나는 것 같았고, 더 이상한 건 그 닫힘이 ‘작업 중인 사람의 손’이 움직인 뒤가 아니라는 점이었어. 마치 검사실 안에서 누가 먼저 결과를 확인하듯 커튼을 정해진 타이밍에 맞춰 당겨버리는 것처럼. 어떤 날은 담당자가 문을 열고 “지금 들어가세요”라고 말한 뒤에 닫히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 반대였어. 그래서 나는 커튼이 사람의 행동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신호’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나중에 집에 가서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병원에서 받은 안내지랑 접수 시간표를 대충 다시 확인했어. 검사실 배치도에 커튼은 “프라이버시용”이라고 적혀 있더라. 근데 실제로는 프라이버시보다 ‘통제’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어. 무엇보다 커튼이 닫히는 순간마다, 그 방 안에서 소독 냄새보다 먼저 이상한 공기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거든. 차갑고 금속 같은 느낌, 그리고 아주 짧게—마치 누가 숨을 들이마시는 것처럼—공기가 움찔하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날, 나는 일부러 검사실 앞 복도에서 조금 더 오래 서 있어봤어. 사람이 지나가면 시선이 끌릴 것 같아서 구석에서 서 있는데, 간호사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가는데도 커튼은 먼저 닫히더라. 그 순간 내 뒤쪽에서 아주 조용히 천이 스치듯 소리가 났고, 나는 돌아보지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삼켰어. 커튼 너머에서 들린 건 장비 소리도, 대화도 아니었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릴 만큼만, 아주 낮은 발음이 공기 속에서 부서졌다가 사라졌거든.

그 뒤로도 나는 그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커튼이 닫히는 시간을 먼저 보게 돼. 딱 맞게 닫힐 때도 있고, 한 박자 늦게 따라올 때도 있는데, 공통점은 늘 내가 그 타이밍을 “내가 통과하는 순간”과 겹쳐서 느낀다는 거야. 지금도 가끔은, 창문이 없는 검사실에서 커튼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가 안쪽에서 이미 문을 닫아두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두운 복도를 걷는 내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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