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냉장고에서 누가 자꾸 문을 닫고 열었다
시골집 냉장고에서 누가 자꾸 문을 닫고 열었다. 처음엔 바람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날 밤만큼은 너무 규칙적이어서 잠이 확 깼다. 집이 워낙 오래돼서 어딘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익숙했거든. 그런데 냉장고 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달랐다. ‘딸깍’ 하고 닫히는 소리 다음에, 몇 초도 안 돼서 ‘철컥’ 하며 다시 여는 소리. 마치 누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실까지 가려면 작은 복도를 지나야 했는데, 발을 디딜 때마다 마룻바닥이 얇게 울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복도 쪽은 괜찮았다. 소리는 계속 냉장고에서만 났다. 창문도 없는데, 문득 냉장고 문틈 사이로 누군가 숨을 내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무서워져서, 문을 열어 확인하려다 말고 다시 이불을 끌어안았다.
그날 새벽 2시쯤이었을 거다. 소리는 한 번 더 나더니 갑자기 멈췄다. 나는 그제야 냉장고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문을 손잡이까지 뻗었다. 냉장고는 멀쩡히 닫혀 있었고, 냉기 냄새도 평소처럼 났다. 그런데 손을 얹는 순간, 안쪽에서 아주 얇은 소리가 났다. 사람 손톱이 유리나 금속을 스치듯, 아주 가볍게. 내가 움직이자마자 멈춘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엔 별일 아닌 척하려고 했는데, 냉장고 안 상태가 미묘하게 달랐다. 분명 전날 저녁에 내가 정리해 둔 것들이 아니었다. 특히 문 쪽 선반이 조금 어긋나 있었다. 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긴 했지만, ‘누가 열어놓고 다시 닫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긋남 같았다. 소문은 없었고, 우리 집엔 할머니가 계셨지만 요즘엔 관절이 심해서 새벽에 어디 돌아다니실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신경이 쓰여서, 저녁마다 시간을 맞춰 거실을 지키기로 했다. 냉장고는 거실 한쪽 벽에 붙어 있어서 시야에 들어왔다. 첫 소리는 늘 같은 패턴이었다. 대략 자정이 넘으면, 누군가가 문을 한 번 닫았다가 바로 여는 식으로 ‘확인’하는 소리가 났다. 그 사이 간격이 일정해서, 처음엔 기계가 그러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근데 냉장고 안을 봐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음식은 제자리에 있었고, 물건들이 움직인 흔적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소리만’ 먼저 와 있었다.
셋째 날쯤, 나는 용기 내서 냉장고 앞 바닥에 작은 메모를 하나 붙여 뒀다. ‘어디 손대지 말 것’ 같은 장난스러운 문구였는데, 사실상 확인용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소리가 시작됐다. 닫히는 소리 후에 열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고, 바로 그 다음에 메모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누가 냉장고 문을 열면서, 바닥 쪽을 스치고 간 것 같은 흔들림.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엔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냉장고 안에서, 아주 조용한 ‘똑’ 소리가 났다. 마치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무게를 확인하는 소리처럼.
나는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전등을 켰다. 그런데 냉장고는 닫혀 있었고, 손잡이도 멀쩡했다. 문틈 사이에 틈이 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등을 켜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냉장고 안쪽에서 비친 그림자가, 내가 서 있는 위치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지러웠다. 혹시 전등 반사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건 내가 아무리 봐도 반사각이 맞지 않았다. 그림자는 냉장고 문 안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째 날엔 할머니가 “요즘 냉장고가 좀 이상하네”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그제야 마음이 철렁했다. 할머니는 내게 왜 그런지 자세히 묻기 전에 “예전에 우리 외삼촌도 그랬다”며 말을 흐렸다. “밤에 냉장고 문이 혼자서 닫혔다 열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집에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났어. 결국 외삼촌은 그 방에서 나와서… 그냥 없어졌지.” 할머니는 그 말 끝에 더는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 문 쪽을 한참 보고, 손을 모아 가만히 있다가 “안 만지면 괜찮아”라고만 했다.
그 뒤로 나는 일부러 냉장고를 열지 않았다. 물도 부엌 냉장고 말고 다른 곳에 있는 걸 가져다 마셨고, 밤에 배고파도 참았다. 그런데도 소리는 계속됐다. 열리는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닫히는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더 가까워졌다. 마치 누가 문을 닫는 손이 점점 우리 쪽으로 옮겨 오는 것처럼. 마지막 밤, 냉장고 문에서 ‘딸깍’ 하고 닫히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열리는 소리는 끝내 없었다.
그날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음식은 그대로였고, 선반도 정돈돼 있었다. 다만 문 안쪽에 김이 맺힌 자리가 이상하게도 일정한 모양으로 남아 있었다. 손바닥 크기만큼 동그랗게 퍼져 있었는데, 그게 마치 누군가가 문을 오래 붙잡고 있다가 천천히 떼어낸 흔적처럼 보였다. 나는 그 동그라진 김자국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을 다시 닫는 순간에만 느껴졌다. 아직도 문이 자기 마음대로 닫히려는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이, 오늘도 가끔 밤에 다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