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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밤마다 보일러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2026-10-13 20: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보일러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처음엔 그냥 고장난 건가 싶었는데,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이 집이 나를 두고 장난치는 건가?” 같은 생각이 들더라. 새벽 두세 시쯤이면 벽에서 ‘찰칵’ 소리가 나고, 곧바로 보일러 불이 들어왔다가 또 꺼진다. 문제는 내가 온도를 건드린 적이 없다는 거야.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날은 입주한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다. 그날도 늦게까지 유튜브 보다가 잠들었는데, 잠깐 깼을 때 보일러가 켜지면서 열기가 방 쪽으로 확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안쪽으로 다시 ‘퍽’ 하고 꺼졌다. 내가 멍하니 천장을 보는데, 그 소리가 또 이어지지는 않아서 그냥 전기나 타이머 문제겠거니 넘겼지.

근데 이게 다음 날부터 패턴이 생겼다. 밤마다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켜졌다 꺼졌다를 하더라. 더 소름은, 내가 샤워를 하거나 난방을 올린 날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야. 오히려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새벽에 소리가 났을 때가 있었어. 처음엔 관리실에 말할까 하다가도, “고장 나면 바로 고치겠지” 싶어서 며칠 더 지켜봤어.

관리실에 얘기했더니 점검 기사가 왔다. 기사 아저씨가 보일러를 만져보고는 “이거 정상인데요. 센서가 좀 민감한가 봅니다.”라고만 하고 가버렸거든. 그런데 그날 밤에도 똑같이 반복됐다. 내가 그때부터 이상했던 건, 보일러가 켜질 때마다 내 방 안에 있는 공기가 아주 잠깐씩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어. 처음엔 한 번 켜졌다가 끝났는데, 어느 날부터는 켜짐-꺼짐-켜짐이 연달아 나오더라. 그럴 때마다 시계 초침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고, 내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있었어. 나는 온도를 확인하려고 조절기를 보지만, 다이얼은 항상 같은 위치였고 표시등도 평소랑 달라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뭔가 잘못 봤나 싶어서 조절기를 찍어두기도 했는데, 다음 날 확인해보면 위치가 그대로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보일러가 켜지는 타이밍이 내 행동이랑 겹치기 시작했다.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폰을 내려놓고 이불을 정리하려는 순간, 정확히 그 타이밍에 ‘찰칵’ 소리가 나. 반대로 내가 불 끄고 누우면 소리가 한참 뒤로 미뤄진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느낌인데, 반복이 너무 많아서 그냥 우연으로 보기 어려웠어. 그러다 보니 내가 먼저 잠드는 걸 일부러 늦추기도 했는데, 그때도 소리는 똑같이 왔어.

그러고 나서 몇 번은 보일러가 켜질 때, 어디선가 아주 작은 소리도 같이 들렸어. 보일러가 도는 잡음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긁히는 듯한 소리. 처음엔 배관이 흔들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소리가 ‘켜진 순간에만’ 나타났다.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려고 이어폰을 켜고 자려고 해도, 몇 초만 지나면 어느새 사라져. 대신 보일러가 꺼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다시 방이 조용해지거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크게 들렸어.

어느 날은 아예 전기계량기 쪽까지 신경 쓰게 됐어. 새벽에 보일러가 켜질 때마다 계량기 불빛이 아주 잠깐 깜빡이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나는 그날 밤, 조심스럽게 방문 틈으로 복도를 봤어. 복도는 늘 어두운데, 그 순간만 유난히 희미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그림자가 아주 짧게 흔들렸어.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그 깜빡임은 보일러가 꺼질 때 같이 멈추더라.

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됐어. 잠이 오기 전에 조절기를 확인하고, 새벽에 ‘찰칵’ 소리가 시작되면 그냥 눈을 감고 버티는 거지. 처음엔 무서워서 관리실에 또 연락했는데, 이번엔 “보일러 자체 문제 아닌 것 같다”고만 하더라. 그래서 나는 생각을 멈췄어. 보일러가 고장난 게 아니라, 이 집이 밤마다 어떤 타이밍을 확인하는 것 같다는 쪽으로. 웃길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로는 내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뭔가가 맞춰지고 있는 것 같았어.

가끔은 낮에 혼자 있을 때도 보일러가 ‘켜질 준비’ 같은 소리를 내는 날이 있어. 물론 실제로 켜지는 건 새벽뿐인데, 그 예고음처럼 들리는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에 전해져.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하나야. 원룸에서 밤마다 보일러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할 때, 그냥 고장이라고 넘기면 편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소리가 내 시간을 재는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이불을 덮고 있으면 그 찰칵이 올 자리만 먼저 비워둔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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