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개가 아닌 ‘다이렉트’ 주문이 자꾸 내 번호로 온다
배달 중개가 아닌 ‘다이렉트’ 주문이 자꾸 내 번호로 온다 그날도 그냥 평소처럼 배달 앱에서 알림이 울렸는데, 화면에 뜬 건 “중개”가 아니라 “다이렉트 주문 접수 완료”라는 문구였어요. 게다가 주소는 제 집이 맞는데, 주문자 이름이랑 연락처가 전혀 제 번호로 연결된 적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거든요. 처음엔 장난인가 싶어 넘겼는데, 그 다음부터는 매일 밤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온 건 치킨이었어요. 결제는 결제수단 그대로 들어가고, 라이더가 출발했다는 알림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는데 이상한 건 “주문자에게 직접 연락하세요” 같은 안내가 뜬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주문자 연락처가 제가 설정해둔 제 번호로 찍히는 겁니다. 저는 분명 제 번호로 주문한 적이 없는데, 앱 안에서는 제가 주문한 사람처럼 안내가 나오니까, 라이더가 전화해도 이상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그냥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어요. 근데 몇 분 뒤에는 문자로 “고객님 주소 확인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구가 옵니다. 내용도 참 황당한데, 제 집 현관 앞에 있는 분리수거함 위치를 물어보거나, 엘리베이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거나, 심지어 “문 앞에 두고 가겠습니다” 같은 말이 적혀 있었어요. 제가 주문한 게 아닌데도 말투는 제가 주문한 사람처럼 되어 있어서, 읽는 순간 괜히 뒷목이 서늘해졌습니다.
둘째 날엔 더 노골적이었어요. 이번엔 편의점 도시락이었는데, 배달 완료 알림이 떠 있는데도 라이더가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전화로 “고객님, 지금 위치가 헷갈립니다”라는 통화가 왔는데, 상대가 제 번호로 걸려온 걸 보고도 “여기 맞나요?”를 반복하더라고요. 저는 주소는 제 집이 맞다고 말했지만, 그 다음 순간 상대 목소리가 조용해지더니 “아, 네… 죄송합니다. 전 주문자 번호로 안내받아서요”라고만 하고 끊었습니다.
이상하긴 해도, 앱이 가끔 오류를 내겠지 싶어서 고객센터에 문의했어요. 상담원은 “다이렉트 주문이라도 중개 정보가 섞일 수 있다” 같은 말을 하더니, 제 쪽엔 별다른 조치가 어렵다는 답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주문한 적이 없다”를 강조했는데도, 로그 확인을 해봐도 제 번호로는 주문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만 반복됐어요. 결국 저는 “혹시 제 번호가 누군가 결제 정보에 잘못 들어간 건가요?”라고 물었고, 상담원은 잠깐 말이 멈추더니 “가능성은 낮지만 확인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확인이 시작된 날부터, 주문이 더 빨라졌어요. 밤 9시쯤이면 늘 오던 게, 8시 40분쯤으로 당겨지고, 메뉴도 이상하게 제 취향을 건드리는 것처럼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전에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브랜드 음료, 한 번도 결제하지 않은 쿠폰 조합 같은 것들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느꼈어요. 이건 단순한 오배송이나 연결 오류가 아니라, 누군가가 제 번호를 ‘통로’처럼 쓰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요.
어느 날은 ‘다이렉트’ 주문이 오기 전에, 먼저 제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짧은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이 딱 한 줄이었어요. “내가 지금 주문 넣을 건데, 수신 거부하지 마.” 저는 당연히 무시했는데, 그 날 새벽에 또 주문 알림이 떴습니다. 이번엔 배달이 아니라 “기사배정 대기 중” 화면만 계속 새로 고침되는 상태였어요. 저는 신고 버튼을 누르려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화면 어딘가에 ‘주문자 통화 이력 있음’ 같은 표시가 있었는데, 그 통화 이력의 시간대가 제가 잠든 시간과 겹치고 있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저는 조심해보기로 했습니다. 배달 앱 계정 로그인 기록을 확인하고, 휴대폰 번호로 연결된 서비스 동의를 하나씩 꺼봤고, 통신사에도 “내 번호가 어떤 경로로 주문에 쓰이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돌아온 답은 늘 비슷했습니다. “외부에서 번호가 조작되는 흔적은 없다.” “계정 탈취 가능성은 낮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제 생활은 계속 흔들렸습니다. 누군가 제 번호로 주문을 넣고, 제 번호로 기사들이 연락하고, 저는 계속 ‘주문한 적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구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소름이 돋았던 날이 있어요. 그날은 다이렉트 주문 알림이 오자마자, 제 집 앞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그런데 현관문 열고 보니까 아무도 없었어요. 대신 문 앞 바닥에 작은 종이 쪽지가 놓여 있었고, 거기엔 주문 내역도 아니고 배송 안내도 아닌, 제 배달 앱 닉네임이 적혀 있었습니다. 종이는 손으로 찢은 듯한 모양이었고, 잉크가 살짝 번져 있어서 누가 급하게 적은 것처럼 보였죠.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건 배달 문제가 아니라, 제 번호와 제 일상을 누군가 ‘이미 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요.
지금도 가끔 알림이 오긴 하는데, 예전처럼 계속 이어지진 않습니다. 대신 밤마다 휴대폰 진동이 한 번씩 울리는 날이 있어요. 화면을 켜면 아무것도 뜨지 않는데, 배달 앱 알림이 뜨기 직전의 시간대랑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전 가끔 생각해요. 다음 주문이 정말 ‘다이렉트’로 제 번호를 타고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제 번호를 통해 저를 확인하고 있는 건지… 그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