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구입한 삼각김밥이 매번 칼로리가 다른 날처럼 나온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삼각김밥이 매번 칼로리가 다른 날처럼 나온다. 처음엔 그냥 계산대에 찍히는 번호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그날부터 이상하게도 매번 영수증에 찍힌 ‘예상 칼로리’가 달라졌다. 먹는 건 똑같은 삼각김밥이었는데, 날짜만 바뀌면 숫자가 들쭉날쭉하게 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주 반복됐다.
처음 발견한 건 점심시간쯤이었다. 난 늘 같은 브랜드, 같은 메뉴(참치마요)만 사 먹었고, 보통은 “칼로리 확인” 칸을 보면서 대충 먹는다. 그런데 그날 영수증 하단에 ‘예상 칼로리 318kcal’이라고 떠 있는 거다. 평소엔 대략 290대에서 끝났던 것 같아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다시 훑었다. 혹시 점원이 다른 걸 잘못 찍었나 싶어서 포장지랑 라벨을 확인했는데, 제품명은 똑같았다. 심지어 제조 시간도 전날이랑 비슷한 구성이었다.
다음 날도 똑같이 사러 갔다. 바쁜 출근길이라 주머니에서 휴대폰도 안 꺼내고, 그냥 습관대로 계산했다. 그런데 영수증을 보고 멈칫했다. ‘예상 칼로리 402kcal’이 찍혀 있었다. 분명 어제보다 80kcal 이상 차이가 났다. 나는 순간, 내가 어제 본 숫자를 착각했나 싶었는데, 영수증을 집에 가서 사진으로 저장해 둔 걸 떠올렸다. 숫자는 그대로 318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본 게 틀린 게 아니었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뭘 확인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됐다. 편의점은 보통 냉장 진열대에서 제품을 꺼내면 바코드가 찍히고, 시스템이 칼로리를 계산해 영수증에 노출하는 구조잖아. 나는 “설정이 바뀌었나” “제품 라벨이 업데이트됐나” 같은 흔한 이유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또 샀고, 이번엔 세 개를 한 번에 비교해봤다. 삼각김밥은 하나만 사도 되는데, 이상하게 세 개를 사면 패턴이 보일 것 같았다. 결과는 더 소름이었다. 같은 참치마요인데도 290대, 360대, 410대가 섞여 나왔다. 같은 제품인데 숫자만 달랐다.
어느 날은 숫자가 너무 낮게 나왔다. ‘예상 칼로리 198kcal’이 찍혔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건 삼각김밥 크기로는 말이 안 됐다. 포장지 뜯자마자 속이 텅 빈 느낌이 아니라, 평소랑 똑같이 꽉 차 있었다. 맛도 당연히 참치마요였다. 그런데 영수증만 배신하듯 너무 작은 숫자를 내놓았다. 그날은 계산하고 나서도 계속 손에 영수증을 쥐고 있었다. 혹시 영수증이 잘못 출력된 건가 싶어서 점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점원은 “프로그램이 가끔 오류 뜨는 날이 있어요”라고만 하고 넘어갔다.
그 후로 나는 ‘매번 다르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문제는 달라지는 방식이 랜덤 같으면서도, 묘하게 내 컨디션과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예를 들어, 늦게 자서 몸이 무거운 날이면 칼로리 숫자가 높게 찍혔다. 반대로 컨디션이 괜찮고 식욕이 안정적인 날은 숫자가 낮게 나왔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지만, 계속 겹치니까 믿고 싶지 않아도 머리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그제야 생각했다. 혹시 이 숫자가 음식의 칼로리가 아니라, ‘나’에 대한 어떤 값으로 변환되는 걸까?
어느 밤, 나는 아예 의도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확인해봤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바로 먹지 않고, 집에 와서 봉지를 열어 포장지에 적힌 영양 정보를 다시 봤다. 포장지엔 고정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영수증에 찍힌 ‘예상 칼로리’와는 계속 차이가 났다. 포장지는 같았고, 시스템에서 나온 숫자만 매번 다른 형태였다. 나는 그때부터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 숫자가 쌓일수록 마치 어떤 문장처럼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날짜별로 늘 같은 규칙을 따르진 않는데, 어쨌든 한 주기 안에서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흐름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건, 어느 날은 칼로리 숫자가 아니라 다른 글자가 끼어 나온 영수증이었다. 글자를 정확히 읽으려다 눈을 찌푸렸는데, ‘예상’이라는 단어 옆에 아주 짧게 다른 문장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뒀는데, 휴대폰 갤러리로 옮기자마자 화면이 잠깐 멈칫하더니, 사진이 흐릿하게 변했다. 다시 확대해도 똑같이 뿌옇게 번져서 형태만 어렴풋이 보였다. 그날 이후로는, 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면 손이 먼저 멈췄다. 계산대 앞에서 “오늘은 뭘로 찍힐까”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뭐가 나오지”가 먼저 떠올랐다.
결국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삼각김밥의 칼로리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영수증의 숫자가 어떤 방식으로 ‘매번 다르게’ 조정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정이 우연처럼 보여도, 분명 내 생활의 리듬과 얽혀 있었다. 오늘도 그 편의점 앞을 지나가면 잠깐 멈추게 된다. 누군가는 그냥 프로그램 오류라고 말하겠지. 근데 나는 아직도 영수증 한 장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숫자가 바뀌는 순간이 마치 누군가가 내 하루를 훑고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혹시 다음엔, 칼로리가 아니라 다른 값이 찍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생각이 계속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