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군대 이발소 의자 아래에서 작은 종이조각이 자꾸 발견된다

2026-10-14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이발소 의자 아래에서 작은 종이조각이 자꾸 발견된다. 처음엔 그냥 누가 떨어뜨린 영수증이나 메모겠거니 했는데, 그게 매번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면서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면도기 돌아가는 소리랑 가위질 소리 사이로, 누군가 “또 나왔냐?” 하고 묻는 목소리가 이어질 정도였다.

해당 이발소는 신병들 들어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라 사람 왕래가 많았다. 의자도 오래됐고, 발판은 덜컥거렸으며, 정비할 때면 늘 “나중에 하지 뭐” 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머리 자르고 일어나려는데 의자 아래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다. 손을 뻗을 엄두는 안 났지만, 옆에 있던 선임이 먼저 고개를 숙여 종이 한 장을 주워 올렸다.

종이는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구겨져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글씨가 또렷했다. “오늘도”로 시작해서 “아래에서 찾지 마” 같은 말이 적혀 있었고, 문장 끝은 슥 지워진 듯 희미했다. 별것 아닌 장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임은 그 종이를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그냥 찢어 휴지통에 버렸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머리만 다시 정리했다.

문제는 그 뒤로였다. 다음 차례로 이발소에 들어간 날에도 똑같은 위치에서 종이조각이 나왔다. 이번 건 조금 더 작았고, 글씨는 더 얇게 눌려 있었다. “의자 밑” “너의 이름” 같은 단어만 남아 있는 형태였는데, 이상하게도 내 이름이 들어 있었다. 장난치기엔 너무 구체적이라, 나는 그 순간부터 의자 아래를 의식하게 됐다.

다들 처음엔 웃었다. “누가 편지 숨겨두는 거 아니냐” “신병 겁주려고 쓰는 거지” 이런 말들이 돌았고, 실제로 누군가 종이를 넣어두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종이가 나오던 패턴은 계속 같았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타이밍에 맞춰, 바닥 쪽에서 종이가 툭 떨어졌다. 누가 넣는지 보인 적은 없었다.

며칠 뒤엔 종이조각이 단순히 글씨가 아니라, 아주 얇은 종이 재질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영수증을 여러 번 펴고 구긴 것처럼 결이 거칠었고, 가장자리엔 면도 크림처럼 하얀 흔적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가 “손 닿기 싫다” 하면서 장갑을 끼고도 주워 올리려다 멈칫한 적이 있다. 누르던 손끝이 찰싹 붙는 느낌이 났다고, 결국 그 사람은 그냥 못 본 척했다더라.

나는 그때부터 이발소가 싫어졌다. 다른 날엔 병사들이 붐벼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지만, 거울 앞에 앉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의자 아래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해도, 내 눈은 자꾸 바닥 틈을 훑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앉자마자 종이조각이 의자 다리 쪽으로 “살짝” 밀려 나오는 걸 봤다. 분명히 바람도 없었고, 발판은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은 짧았다. “여기서 들리나?”라는 문장 하나뿐이었는데, 그 아래에는 작은 동그라미가 여러 개 찍혀 있었다. 누군가 펜으로 소리를 흉내 내듯 점을 찍은 것 같았다. 나는 그 글을 읽는 순간, 귀가 아니라 머리 안쪽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속으로 “들려”라고 답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는 종이가 매번 다른 글로 바뀌었다. “누가 넣었는지 묻지 말라” “이발 끝나면 뒤돌지 마” “의자 밑은 비워두지 마” 이런 식으로, 경고처럼 보이는 문장들이 돌아가며 나타났다. 다들 처음엔 장난이라며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도 주워 올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이든 선임이든 누가 봐도 “그건 버려” 하고 손으로 밀어 넣는 식으로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종이를 본 날은 내 차례가 끝나고 일어서던 순간이었다. 의자 아래에 손가락만 한 틈에서, 종이조각이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정렬되어 있었다. 그 종이에는 내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고, 맨 아래엔 아주 작은 글씨로 “다음엔 너”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내가 일어서기 전에 이미, 누군가 내 자리를 대신 잡고 있었다는 걸.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