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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창고 문을 닫아도, 틈에서 바람이 계속 새어 나온다

2026-10-15 04: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창고 문을 닫아도, 틈에서 바람이 계속 새어 나온다. 처음엔 장난처럼 느껴졌어. 비가 그치고 나서도 창고 안쪽이 계속 서늘했고, 문짝에 대고 손바닥을 대면 바람이 분명히 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거든. 닫을 때마다 “딱” 하고 잠금쇠가 걸리는데도, 다음 순간엔 또 얇은 바람이 스르륵 새어 나왔다.

그날은 내가 정리한다고 며칠 쌓아둔 짐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어. 창고엔 예전 농기구랑 전기 난로, 쓰지 않는 천장 환풍기 부품 같은 게 섞여 있었고, 문은 오래돼서 한 번 닫히면 대충은 막혀야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바람이 어디서든 “통” 하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어. 나는 문틀을 따라 고무 패킹이 떨어진 건가 싶어서, 손전등 켜고 틈을 훑어봤다.

그런데 틈은 별로 없었어. 문이 휘었다고 보기엔 너무 곧았고, 나무결도 크게 벌어진 곳이 없더라. 오히려 문을 닫는 순간엔 잠깐 숨이 막히는 것처럼 조용해졌다가, 10초쯤 지나면 다시 바람이 나왔어. 마치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제 통과해도 된다”는 듯이 틈이 생기는 느낌.

처음엔 바람 방향이 문제인 줄 알았지. 그래서 창고 안쪽 창문이나 환기구가 있는지 찾았는데, 창고에는 딱히 숨구멍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어. 대신 벽 한쪽 구석에 낡은 판자 하나가 있었는데, 그 판자 아래를 손으로 밀어보면 푹 꺼지는 것도 같고 단단한 것도 같고 애매했어. 거기서 바람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나는 판자 밑을 조심히 들춰보려다 멈췄어.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더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더라고.

그날 밤, 나는 창고 문을 반쯤만 닫고 자 봤어. “내가 졸려서 착각하는 건가” 확인하려고 일부러 틈을 크게 남긴 거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쯤 닫아 둔 상태에서는 바람이 훨씬 약해졌어. 문을 꽉 닫을수록 틈이 더 살아나는 느낌. 어차피 시골이라 밤바람이 드나들 수는 있지만, 이건 방향이나 세기가 일정하지가 않았어. 마치 누가 바람을 조절하는 것처럼, 시간만 되면 한 번씩 스르륵 새어 나왔다.

며칠 뒤 동네 어르신이랑 마주쳤을 때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 괜히 입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르신은 말없이 창고 쪽을 한 번 보더니 “그거 아직도 그러냐”고만 물었고, “닫히는 걸 싫어해” 같은 소리도 했다. 그때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웃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어르신이 아주 천천히 “고쳐야 하는데, 고치는 순간 다른 데서 또 새어 나온다더라”라고 했어.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결국 나는 문 틈을 막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했어. 고무 패킹을 사다가 붙이고, 문틀 주변에 방풍 테이프도 둘렀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테이프가 붙은 곳에서는 바람이 줄어든 듯했는데도, 대신 문을 닫는 반대편, 즉 문 손잡이 쪽 아래에서 바람이 올라왔어. 더 이상 틈이 없을 것 같은데도, 분명히 공기가 올라오는 감각이 손끝에 잡혔고, 창고 안쪽 먼지가 들썩이는 게 보일 정도였어.

나는 그제야 뭔가 “바람의 길”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걸 느꼈어. 틈을 막아도 다른 길을 찾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상하게도 바람이 새어 나올 때마다 창고 안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 딸깍, 하고 잠깐 잠금쇠가 울리는 것 같은 소리, 아니면 물건이 바닥을 스치며 정리되는 소리 같은 거. 소리의 크기는 크지 않은데, 반복되니까 더 신경이 쓰이더라. 특히 내가 문 앞에 서 있으면, 바람이 잠깐 멈추는 것처럼 느껴졌다가 다시 이어졌어.

그래서 결국 나는 창고 정리를 포기하고, 문을 아예 열어 두는 방식으로 바람을 피했어.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낮 동안은 괜찮다가도 해가 지고 집안이 서늘해지면, 창고 문이 스스로 “닫히려는 듯” 천천히 당겨졌거든. 손잡이에 걸어 둔 끈을 다시 묶었는데도, 다음 날이면 끈이 느슨해져 있었어. 누가 일부러 당겨놓은 것처럼 방향이 맞게 풀려 있었고, 바람은 여전히 문틈에서 이어졌어. 나는 그때부터 바람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창고 안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지금도 가끔 창고 문을 닫아야 할 일이 있으면, 손잡이를 잡는 순간부터 등 뒤가 서늘해져. 잠깐은 괜찮다가, 어느 타이밍엔지 틈에서 바람이 스르륵 새어 나오고,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만 먼지 냄새가 바뀐다는 걸 느꼈거든. 솔직히 아직도 확신은 없어. 다만… 문을 “완전히” 닫으려고 할수록, 바람이 더 교묘해진다는 것만은 확실해. 마치 누군가가 닫는 법을 알고 있고, 더 단단히 막는 순간엔 다른 문장으로 이어질 준비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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