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천장 형광등이 켜질 때마다 방 냄새가 바뀐다
원룸 천장 형광등이 켜질 때마다 방 냄새가 바뀐다. 처음엔 그냥 환기 타이밍이랑 전구가 데워지는 냄새인가 싶었는데, 그게 너무 규칙적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형광등 스위치만 봐도 손끝이 좀 차가워지더라.
사건은 입주 2주차쯤부터 시작됐어. 밤에 샤워하고 돌아와 불을 켜면 늘 비슷한 냄새여야 정상인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향이 확 달라졌어. 처음엔 달달한 향이었는데 몇 분 지나면 금속 비린내 비슷한 게 스쳤고, 또 다른 날엔 젖은 신발장 같은 냄새가 났어. 공통점은 딱 하나, 불을 켜는 순간부터 냄새가 “교체”되듯 바뀐다는 거야.
나는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냄새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 기록을 해봤어. 불을 켤 때마다 시간, 냄새 종류, 지속 시간까지 메모했는데 웃긴 게, 냄새가 한번 바뀌면 보통 7~10분 정도 유지되다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어. 그리고 다음날 또 불을 켜면 또 다른 냄새로 시작됐고. 같은 냄새가 두 번 연속 뜬 적이 거의 없었어.
처음엔 건물 공조 문제겠지 싶어서 창문을 열어 환기해보기도 했어. 그런데 창문을 열어도 불을 켜는 순간 냄새가 더 선명해졌어. 마치 공기 중에 떠 있던 무언가가 조명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전등이 켜지면 형광등 주변에서 희미하게 “공기 흐름”이 생기는 느낌도 들었고, 눈에 보이진 않는데 피부에 닿는 감각이 달랐어.
그래서 설비 쪽을 의심해서 관리실에 연락했지. “전등 켤 때마다 냄새가 바뀌어요”라고 말하니까 직원이 한 번 웃고는 “전구 교체해드릴까요?” 하더라. 전구 교체 후에도 현상은 그대로였어. 오히려 전구를 바꾼 날은 냄새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어. ‘냄새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위치가 냄새를 바꿔주는 것처럼’ 말이 맞나?
그때부터 나는 형광등을 켜기 전에 일부러 냄새를 한 번씩 맡아봤어. 불 꺼져 있을 때는 대체로 “평범한 원룸 냄새”였거든. 그런데 불을 켜는 순간, 거의 즉시 다른 냄새로 덮어졌어. 어떤 날은 오래된 종이 냄새, 어떤 날은 세탁 덜 된 옷에서 나는 쉰내, 또 어떤 날은 누군가 자른 과일 껍질에서 나는 신 향 같은 게 섞여 들어오는 느낌. 문제는 그 냄새가 내 기억 속 특정 장면과 연결된다는 거야.
예를 들어 젖은 신발장 냄새가 났던 날은, 내가 어릴 때 비 오는 날 신발을 말리던 집의 계단 쪽 냄새랑 똑같았어. 종이 냄새가 났던 날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 넘기던 손 냄새가 떠올랐고, 금속 비린내가 났던 날은 바닷가 근처에서 들리던 냄새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어. 실제로 내가 그 냄새를 맡을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는데, 조명만 켜지면 머릿속이 먼저 반응하는 거지.
그래서 가장 소름이었던 건, 냄새가 “방 안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을 때야. 밤에 불을 켜고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 내 얼굴 옆으로 아주 잠깐 공기가 비틀리는 것처럼 보였거든. 분명 연기나 먼지는 없는데, 형광등 빛이 아니라 공기 자체가 다른 색으로 바뀌는 착각 같은 거였어. 그리고 그 순간 냄새도 같이 바뀌었어. 그 후로는 스위치를 누르는 게 아니라, 뭔가를 “호출”하는 버튼처럼 느껴지더라.
어느 날은 아예 스위치를 켜지 않고 버텼어. 휴대폰 밝기만 켜고 생활하려고 했지. 그런데 저녁이 깊어지니까 냄새가 서서히 올라오더라. 불이 꺼져 있어도, 기존에 불 켰을 때 남았던 것들이 지워지지 않고 천장 근처에서 아주 느리게 퍼지는 느낌. 결국 참지 못하고 형광등을 켜는 순간, 냄새가 한 단계 더 진해지면서 “다른 종류”로 갈아타는 게 느껴졌어. 그때 깨달았어. 꺼져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구나, 그냥 다음 교체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
결국 나는 이사 결정을 하고 짐을 싸면서도 스위치를 몇 번 확인했어. 마지막 날, 짐 정리 중에 불을 켰다가 바로 끄지 못하고 한참 멍하니 있었거든. 불이 켜지자 냄새가 너무 익숙해서 숨이 멎는 줄 알았어. 그 냄새는 내가 아직 한 번도 이 방에서 맡은 적이 없는 냄새였는데, 이상하게도 어릴 때 고향 집에서 “사람이 없던 방”을 열었을 때만 나는 냄새였어. 그리고 그 냄새가 사라질 때, 형광등이 깜빡이더니—마지막으로 남은 건 냄새가 아니라, 아주 얇은 기척 같은 침묵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