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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 뒤좌석이 결제 단말처럼 반짝거렸다

2026-10-16 00:29:12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내 뒤좌석이 결제 단말처럼 반짝거렸다. 처음엔 그냥 비 오는 날이라 유리창에 빛이 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반짝임이 내 등 뒤에서, 그것도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손으로 만져도 될 것처럼 가까운 느낌인데 실제론 내 시야 바깥, 뒤좌석 공기 속에서 빛이 꺼졌다 켜지길 반복하더라.

그날 나는 늦은 저녁, 약속이 길어져서 거의 막차 시간에 가까운 택시를 탔다. 비가 가늘게 쏟아져서 도로가 매끈하게 번들거렸고, 기사님은 내비 화면만 보고 조용히 운전했다. 뒷좌석에는 내 가방 하나랑 물병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택시가 출발한 지 몇 분쯤 지나자부터 내 바로 뒤쪽에서 얇은 LED처럼 빛이 반짝였다.

처음엔 가방 지퍼 장식이나, 물병 라벨에 불빛이 반사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짝이는 위치가 가방 위에서가 아니라, 뒤좌석 등받이와 창문 사이 경계쯤에 딱 고정돼 보였다. 빛의 색도 카드 결제할 때 단말기에서 뜨는 초록이나 파란 계열이 섞인 것처럼 얇고 선명했다.

나는 고개를 조금 돌려 뒤를 봤다. 택시 내부 조명은 천장 쪽에만 있었고, 뒤좌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님은 앞만 보고 있었고, 앞유리 위로는 와이퍼가 계속 움직였다. 그런데도 뒤쪽에서 ‘띵—’ 하는 느낌의 리듬 같은 게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소리가 실제로 난 건 아닌데, 빛이 켜질 때마다 등골이 살짝 서는 타이밍이 같았어.

“혹시 결제 단말기 같은 거라도 있나?” 싶어서 휴대폰을 뒤쪽으로 비춰봤다. 화면 조명이 반사되는 걸 기대했는데, 휴대폰 빛이 닿는 순간 오히려 그 반짝임이 아주 짧게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마치 누가 내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그때부터는 웃기려고 해도 웃음이 안 나왔고,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숨이 약간 얕아졌다.

나는 기사님께 “뒤에 뭐 켜져 있어요?”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어차피 기사님은 아무것도 못 볼 거 같았고, 괜히 시끄럽게 만들면 내가 더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였다. 대신 안전벨트를 더 단단히 고쳐 매고, 시선을 앞좌석 등받이에 고정했다. 그런데도 빛은 멈추지 않았다. 결제할 때 ‘승인’ 뜨기 직전처럼, 일정한 템포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게 계속 이어졌다.

차가 신호에서 멈췄을 때, 반짝임이 잠깐 더 밝아졌다. 정지선 앞에서 몇 초 동안 엔진 소리가 낮아졌고, 그 사이엔 비 소리랑 타이어 소리만 남았다. 그 틈에 ‘손님’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누가 뒤좌석에 앉은 건 아닌데, 누군가가 내 뒷등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방을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손바닥을 가방 끈 위에 올려놨다.

다시 출발하자 빛이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뒤좌석 창문 쪽으로 가까워졌다가, 다시 등받이 쪽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마치 좌석 등받이 안쪽이나 창문 틈에서 ‘통신’이 되는 것 같은 느낌. 나는 그제야 이상한 걸 하나 떠올렸다. 내가 탑승할 때 기사님이 “카드 되죠?”라고 물었던 적이 없었는데, 택시는 분명 택시 앱에서 잡은 거였고, 기사님은 요금을 현금인지 카드인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냥 계산할 타이밍이 오면 결제 단말이 알아서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 단말이 내 등 뒤에서 먼저 깜빡이는 느낌이랄까.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님이 “여기서 내리실게요?”라고 했다. 나는 얼른 내릴 준비를 했는데, 뒤좌석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아주 짧게 빛이 크게 터졌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내 뒤통수가 아니라, 머리 뒤쪽이 ‘툭’ 하고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가방은 그대로였고, 물병도 쓰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손에는 이미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은 결제 영수증처럼 보이는 화면이 떠 있었다. 분명 내가 눌러 결제한 기억은 없는데, 시간과 금액만 딱 떠 있었다.

기사님은 이미 미터기를 보고 있었고, 나는 멍하니 영수증 화면을 확인하다가 화면이 꺼졌다. 그리고 택시가 출발하려는 찰나에, 나는 뒤좌석을 다시 한 번 봤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반짝임이 사라진 자리에 어딘가 ‘자리가’ 남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카드 내역을 확인하니 결제는 없었다. 대신 통신 기록만 아주 짧게 잡혀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시간과 택시에서 반짝이던 템포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지금도 비 오는 날 택시 문을 닫는 소리를 들으면, 뒤좌석에서 누가 계산 버튼을 찾는 것 같은 잔상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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