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내 자취방 놀러 와서 냄새 지적한 날 썰
친구가 내 자취방 놀러 와서 냄새 지적한 날 썰. 그날은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문 열자마자 공기부터 어색해지더라. 친구가 먼저 들어오자마자 코를 살짝 찡긋하더니, “야, 여기 뭐 좀… 진짜 특이하다”라고 말하는 거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순간 웃음이 멈췄다.
원래 나는 자취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집이란 게 어느 정도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거든. 빨래는 건조대에 걸어두고, 요리는 주로 볶음류나 국물류를 자주 해. 그러다 보니 냄새가 한 번씩 뭉칠 때가 있긴 한데, 남들은 바로바로 알아채나? 친구는 신발 벗고 들어오면서 거실을 한 바퀴 훑듯이 보더니, “너 혹시 창문 안 열어?” 하고 묻는다.
나는 대충 “오늘 바람 좀 안 들어오게 닫아놨어”라고 둘러댔는데, 친구가 “닫아둔 게 아니라, 냄새가 쌓인 느낌”이라고 딱 잘라 말하니까 더 이상하게 굴어졌다. 솔직히 자존심도 좀 상했지. 자취방은 내 공간인데, 내가 관리 못하는 사람처럼 들리잖아. 그래도 친구가 싫어서 말한 건 아니겠지 싶어서, “뭐가 특히 그래? 요리 냄새야?”라고 되물었다.
친구는 주방 쪽을 손가락으로 툭 가리키더니 “음식 냄새도 있는데, 그 아래에… 뭐랄까. 뭔가 눅눅한 느낌, 그리고 쓰레기 냄새처럼 섞인 거”라고 하더라. 그 말 듣는 순간, 머릿속에 딱 한 가지가 떠올랐다. 며칠 전에 라면 끓이고 나서 컵라면 용기랑 스프 봉지를 바로 버리지 못하고 싱크대 밑에 잠깐 넣어둔 게 있었거든. 그때는 “내일 버리면 되지” 하고 넘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 있었던 거다.
나는 부랴부랴 “아, 그거!” 하면서 싱크대 밑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친구가 먼저 가서 문득 멈추더니 “야, 내가 지금 투덜대려는 게 아니라, 너 놀러 와서 굳이 민폐 끼치기 싫어서 말하는 거야”라고 말해주더라. 그제야 친구의 의도가 이해됐고, 동시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친구가 ‘냄새 난다’고만 말한 게 아니라,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배려하는 말투였거든.
그때부터 나는 수습 모드로 들어갔다. 라면 용기랑 남은 봉지류를 바로 버리고, 싱크대 주변 물기부터 닦았다. 그리고 창문을 최대한 열어 환기하고, 세제 냄새가 확 퍼지기 전에 잠깐 타이머 맞춰 환풍기까지 켰다. 그러고 나서 거실로 돌아오니까 친구가 “어, 확실히 나아졌다”라고 말하더라. 그 한마디에 내가 그동안 너무 자책했나 싶고, 또 안심이 되면서도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근데 웃긴 건, 친구가 냄새를 지적한 순간부터 대화 분위기가 확 바뀌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거다. 우리는 음식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자취 팁도 주고받았다. 친구가 “자취는 결국 관리랑 타이밍 싸움이더라”면서, 쓰레기 버리는 주기나 냄새 잡는 용품(탈취제, 베이킹소다 같은 거) 같은 걸 추천해줬다. 내가 “왜 진작 말 안 했어?”라고 하니까, 친구가 “말 안 하면 내가 계속 참는 게 되고, 참는 게 무슨 의미야”라고 하더라. 그 말이 꽤 솔직해서 더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엔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음에 놀러 올 땐 네가 한 번 더 환기하고 있는지 내가 먼저 체크해볼게”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게 진짜 약간 약속처럼 느껴졌다. 나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남이 냄새 지적하기 전에 내가 먼저 눈치 채자’고. 자취는 혼자 사는 거 같아도, 결국 사람과 관계가 생기면 생활 습관이 표정처럼 드러나는 거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났다. 그날 친구가 한 말이 단순히 무안 주려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해결되는 문제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지금은 내 자취방 냄새를 내가 제일 먼저 체크하고, 요리 끝나면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가끔 누군가 놀러 오면, 문 열기 전에 나도 모르게 창문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날의 지적이 좀 서운했지만, 결국 내가 더 편하게 살도록 방향을 잡아준 것 같아서… 지금도 떠올리면 묘하게 따뜻하게 웃음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