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책상 서랍에서 다른 사람 사진이 나왔다
중고거래로 받은 책상 서랍에서 다른 사람 사진이 나왔다. 그날 이후로도 가끔 그 사진 속 얼굴이 눈에 걸려서, 잠깐만 방 안을 둘러보게 된다. 처음엔 그냥 ‘누가 실수로 넣어놨나 보다’ 싶었는데, 서랍을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뭔가 흐름이 이상하게 꼬였다.
상대는 동네 카페에서 책상 내놓는 글을 올렸고, 가격도 싸게 해서 바로 거래했다.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했고, 직접 가져가면 더 깎아준다고 해서 나는 퇴근하고 그날 바로 실어왔다. 박스도 없이 나무 냄새만 진하게 풍겼는데, 이상하게도 서랍 쪽만 유난히 손때가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집에 와서 조립할 필요가 있는 줄 알았는데, 책상은 그냥 완성품이었다. 그래서 서랍부터 확인했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서랍이 부드럽게 빠지질 않았다. 힘을 좀 줘서 당기니 ‘툭’ 하는 느낌과 함께 안쪽 바닥이 살짝 들썩였다. 그때 마른 먼지랑 종이 냄새가 같이 올라왔다.
서랍 바닥에 얇게 깔린 나무판 사이로 뭔가 끼어 있는 게 보였다. 손톱으로 긁어내니 종이 모서리 같은 게 나왔고, 처음엔 영수증이나 메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펼치는 순간 속이 서늘해졌다. 사진 한 장이 접혀 들어가 있었고, 사진에는 남자 얼굴이 정면으로 찍혀 있었다. 그 사람은 웃고 있었는데, 웃는 표정이 너무 ‘그냥 찍힌’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마음먹고 찍은 느낌이었다.
사진 뒷면엔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딱히 누군가를 지칭하는 문장은 아니었다. 다만 날짜처럼 보이는 숫자랑, 짧은 문장 몇 글자가 적혀 있었고 글씨체가 깔끔해서 더 이상했다. 내가 산 책상인데, 왜 이 정도로 신경 써서 보관한 흔적이 있지? 게다가 사진이 서랍 속 가장 안쪽에, 쉽게 안 나올 위치에 있었다.
나는 일단 사진을 다시 접고, 서랍을 더 뒤져보기로 했다. 혹시 동전이나 열쇠 같은 걸 같이 넣어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서랍 바닥 아래쪽에 얇은 종이 조각이 더 보였고, 그걸 살짝 들어 올리자 작은 주머니처럼 보이는 부분이 드러났다. 안에는 아주 작은 봉투가 하나 있었는데, 안을 완전히 열어보진 못했어도 무언가가 계속 바스락거리며 움직였다. 내용물이 사진처럼 ‘물건’이 아니라, 뭔가 기록이나 메모였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사진이 들어 있었다고 말하자마자, 상대가 한 템포 쉬고는 “아, 그런 거 없었는데요. 제가 받을 때도 그냥 그 상태였어요”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찝찝했다. 마치 누군가가 이미 한 번쯤은 겪어본 듯한 말투였고, 나는 “혹시 책상을 예전에 쓰던 사람이 따로 있었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상대는 “제가 중고로 산 거라, 그 전까지는 몰라요. 그냥 거래했을 뿐이라…”라고 답을 흐렸다. 그 사이에 메시지 읽음 표시만 계속 뜨고, 상세 질문을 하면 답이 느려졌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사진이 단순 실수라기보다, 누군가가 서랍에 넣어 둔 걸 ‘정리’할 생각이 없었거나, 아니면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을지도 모른다는 걸.
밤에 사진을 책상 위에 잠깐 올려뒀다가 다시 서랍에 넣었는데, 그때는 이미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사진 속 남자는 무표정하진 않았지만, 눈빛이 되게 ‘가까이서 보는 사람’을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이 내 집을 몰라도, 적어도 내 책상은 이미 누군가의 시선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사진을 다시 접으면서 손끝에 남은 종이의 눅진한 감촉이 계속 신경 쓰였다.
며칠 뒤 나는 마지막으로 서랍 안쪽을 다시 확인했는데, 바닥 나무판 아래에 아주 작은 스티커 조각이 남아 있었다. 떼었다가 다시 붙인 흔적 같았고, 그 조각은 누가 봐도 ‘표시’가 목적이었던 형태였다. 결국 나는 그 스티커의 글자를 읽기엔 너무 작아서 못 봤지만, 그 부분만큼은 손때가 아니라 유난히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서랍을 열 때마다 사진이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됐고, 혹시 또 다른 게 숨겨져 있지 않을까, 괜히 문득문득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도 가끔 책상 서랍을 열면, 종이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그 냄새가 예전에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그냥 중고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진 속 그 남자의 웃음이, 내게는 ‘기억해달라’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게 착각이길 바라면서도, 나는 아직도 서랍을 완전히 비우는 걸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