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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복도 끝에서 내 발소리만 반대로 들렸다

2026-10-17 04: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복도 끝에서 내 발소리만 반대로 들렸다. 처음엔 그냥 누가 뒤에서 걷는 줄 알았어. 새벽에 돌아오던 날이었는데,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순간부터 이상했거든. 복도 끝에서 “딱… 딱…” 하고 내 발소리 리듬이 들리는데, 내가 지금 걷는 방향이랑 타이밍이 미묘하게 엇갈렸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상태라 계단으로 올라왔고, 4층 복도까지는 익숙해. 보통은 내 구두 소리가 먼저 나고, 누가 지나가면 그 다음에 겹치지. 그런데 그날은 반대였어. 내가 한 발 내딛으면, 복도 끝 어딘가에서 먼저 발소리가 울렸어. 거리는 분명 한참인데도 마치 가까운 곳에서 미리 들리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복도 천장이 울림이 심한 건 맞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느리게 걸어봤어. 그런데도 복도 끝에서 들리는 “내 발소리”는 그대로 느리게 따라오지 않고, 한 박자 늦거나 빠르게 변했어. 마치 내가 걷는 걸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복도 어딘가에 붙어 있는 내 리듬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 같았어.

복도 중간쯤 오면 방 번호가 쭉 보이는데, 그날은 유독 불빛이 깜빡였어. 형광등이 아니라, 누가 스위치를 살짝 흔드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더라. 나는 자연스럽게 401호 앞까지 가서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또렷하게 내 발소리가 들리면서도 정작 내 뒤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

몸이 먼저 굳었어. 뒤돌아보면 누가 서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뒤를 봤는데, 복도 끝이 아니라 바로 눈앞의 계단 방향 쪽은 텅 비어 있었고, 그 “반대로 들리는” 소리는 그대로 이어졌어. 내가 문 앞에 서 있는 동안에도, 복도 끝에서 내 발소리가 계속 걸어오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거든.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돌리는데, 이상하게도 손잡이가 차갑지 않았어. 손바닥이 아니라, 귀 쪽이 먼저 차가워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차가움이 소리와 같이 이어졌어. 복도 끝에서 들리는 내 발소리가 점점 빨라지더니, 마치 “방금 들어갈 거야”라고 말하듯이 내 걸음과 완전히 맞물리는 순간이 왔어.

순간적으로 확신이 들었어.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질러 방으로 오는 게 아니라, 복도가 내 움직임을 가져다 써서 소리를 내고 있다는 거. 그래서 난 일부러 문을 닫고 다시 복도 밖으로 나갔어. 미친 짓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밤새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될 것 같았거든.

밖으로 나오자마자, 복도 끝에서 내 발소리가 “먼저” 났어. 이번엔 아예 속도가 달랐어. 내가 뛰지 않았는데도 달려가는 리듬으로 변하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소리는 한 발짝씩 정확히 내 쪽으로 오지 않고, 내 방 앞에서 멈췄어. 멈춘 자리에서, 아주 낮게—진짜로 낮게—내가 숨 쉴 때 나는 소리 같은 게 섞여 들렸어.

난 그때부터 문 앞에 서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 휴대폰 화면을 켜도 복도 끝이 아니라, 내 방 문 틈과 손잡이만 자꾸 신경 쓰였고, 귀는 계속 복도 끝을 향했어.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더라. 이 건 누가 내 뒤를 걷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어딘가로 가는 소리”가 복도 끝에서 먼저 울리는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도착한 게 아니라… 내가 이제 도착할 쪽에서 소리가 먼저 오는 것.

그날 이후로 나는 복도 끝을 잘 안 봤어. 샤워하고 나오면 일부러 신발을 신고 천천히 걷고, 발소리가 내 귀에 맞춰지는지 계속 확인했지.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소리가 한 박자 늦게 오더라.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다음엔 네가 뒤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올라오고, 문 닫는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려서 더 무서웠어. 지금도 계단 내려갈 때, 가끔은 복도 끝 어딘가에서 내 발소리가 먼저 ‘딱’ 하고 울리고, 그 다음에야 내가 따라오는 느낌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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