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강장처럼 생긴 곳에서 내 차만 멈췄다
택시 승강장처럼 생긴 곳에서 내 차만 멈췄다.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나오는데, 회사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끝나자마자 이상하게 길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더라. 지도 앱은 아무 문제 없다고 했는데, 차를 몰고 들어가던 골목이 갑자기 ‘정리된 주차장’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어. 누가 봐도 택시 대기열 만들려고 공사한 자리처럼 바닥이 줄로 딱딱 나뉘어 있었고, 유독 내 차만 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어.
처음엔 길 잘못 든 줄 알고 핸들을 꺾었는데, 바퀴는 돌아가는데 차는 거기서 더는 나가지 않더라. 분명히 클러치 떼고 가속을 밟았는데도 속도계가 바닥에 붙어 있는 느낌. 옆 차선에는 아무도 없는데, 정면에는 작은 표지판이 하나 서 있었어. 글자는 멀어서 정확히 안 보이지만, 형태만 보면 “승강장”이란 단어가 들어간 표어 같았고, 아래쪽에 숫자처럼 보이는 칸이 줄지어 있었어. 내 차만 멈췄다는 게 딱 그 순간 확신이 들 정도로, 가속을 계속해도 움직임이 ‘끊겨’ 있었거든.
후진을 해보려고 D에서 R로 바꾸는 순간, 계기판이 잠깐씩 꺼졌다 켜졌다 했어. 시동은 꺼지지 않았는데 전면 유리 위로 들어오던 열기, 에어컨 바람 소리까지 뚝 끊기는 느낌. 나는 당황해서 비상등을 켰고, 문을 열어 바깥을 봤는데 이상하게도 그 주차 라인 바깥쪽 도로는 평범한 골목이 아니라 마치 사진에서 잘라낸 배경 같았어. “아, 착각인가?” 하고 싶었지만, 바닥에 흰 선들은 너무 선명해서 더 현실 같았지.
그때 누가 내 차 창문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났어. 바람 소리도 아니고, 신발이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도 아닌데, 그냥 ‘바로 옆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감각. 하지만 사이드미러를 봐도 아무도 없고, 차 안으로 비친 그림자도 없었어. 이상하게도 손등에 소름이 올라왔는데, 차 안 공기가 더 서늘해지는 게 느껴졌어.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도 잠금 경고음도 안 울렸고, 그래서 더 기묘했지.
나는 결국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봤어. 이러면 해결될 줄 알았거든. 그런데 시동을 걸자마자, 엔진은 잘 돌아가는데 차가 ‘정지된 자세’ 그대로 고정된 것처럼 바퀴가 허공에 뜬 느낌이 들더라. 브레이크를 밟아도 페달 감각이 이상하게 무뎠고, 엑셀을 밟을수록 오히려 더 멈춘 듯한 느낌만 강해졌어. 마치 어떤 자석에 차가 붙은 것처럼, 앞뒤로 아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
그때 표지판이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어. 분명히 내가 차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시야가 바뀌는 게 아니라, 표지판의 글자들이 선명해졌어. 위에는 ‘택시 승강장’ 비슷한 말이 있었고, 아래쪽 작은 글씨에는 “대기 순서 준수” 같은 문장이 보였어. 웃기지, 내가 운전 중에 지켜야 할 순서라는 게 뭐가 있겠어. 근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머리 뒤쪽이 욱 하고 뜨거워지더니, 앞 유리 쪽으로 누가 손으로 얇게 손가락을 대고 지나간 듯한 자국 같은 게 보였어. 김 서린 것도 아닌데, 유리에 아주 잠깐 선명한 자국이 생겼다가 바로 사라졌고.
나는 급하게 창문을 내리고 바깥을 봤어. 그 라인 사이로 발자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 그림자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대기 중인 차’처럼 보이는 게 한 대 있어 보이더라. 분명히 내 차 옆에는 차가 없었는데, 눈을 가늘게 뜨니까 누군가의 차량이 내 시야를 가리고 있는 느낌이었어. 하지만 가까이 가려고 문을 열자마자, 손잡이가 아주 살짝만 당겨지고는 더는 안 움직였어. 차 안에서 잠금 상태를 바꿔도, 손잡이만 미세하게 저항하는 것처럼 계속 그 지점에서 멈췄거든. 마치 “그만해”라고 말하는 기계 장치 같았어.
그제야 휴대폰을 봤는데, 화면은 켜져 있었는데 통화 버튼만 누르면 계속 “신호 없음”이 떠. 데이터가 끊긴 건 아닌데, 마치 바깥 세계와 연결이 끊긴 구간에 들어온 것처럼. 그리고 이상한 건 시계가 멈춘 거였어. 19:17이 고정돼서 바뀌지 않았어. 나는 그때부터 숨을 얕게 쉬면서 차를 “그냥 두면 풀리겠지” 하고 기다려봤거든. 그런데 기다릴수록 더 이상하게, 차의 앞 유리 쪽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났어. 마치 라디오에서 잡음만 들리다가,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듯한 리듬이 반복되는 느낌. 정확한 단어는 안 들리는데, 분명히 ‘내가 있는 쪽’을 찾는 소리였어.
결국 나는 보험사에 전화하려고 번호를 누르는데, 그 순간 차가 아주 천천히, 거의 눈에 안 띄게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속도계는 여전히 0에 가까웠고, 바퀴가 굴러간다기보다 차가 “자리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었지. 몇 초 뒤에야 라인 바깥으로 빠져나왔고, 골목의 현실감이 다시 돌아왔어. 표지판은 그대로인데, 아까처럼 글자가 선명하지 않고 멀게 보였고, 유리에 있던 자국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어. 그리고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내 차 뒤쪽 거울에 택시 대기열처럼 보이는 칸들이 비쳤는데, 그 칸들 안에는 번호판이 흐릿하게 겹쳐져 보였거든. 마치 누군가의 순서가 계속 바뀌는 것처럼.
집에 와서도 그 생각이 계속 따라다녔어. 내가 틀어진 길로 들어간 게 아니라, 누군가가 “딱 그 자리”에 내 차를 세워둔 것 같아서. 지금도 그 골목을 지나가면, 바닥 선이 있는 주차장만 보면 심장이 먼저 뛰어. 택시 승강장처럼 생긴 곳에서 내 차만 멈췄다는 그날 이후로, 나는 운전하면서 ‘정지’가 내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 가끔은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보다, 멈추는 내 차의 느낌이 먼저 떠올라서 잠깐씩 숨이 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