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촬영실에서 들리는 기계음에 내 이름이 섞였다
병원 촬영실에서 들리는 기계음에 내 이름이 섞였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생긴 착각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는 복도 스피커만 켜져도 심장이 먼저 뛰었다. 촬영실 앞을 지날 때마다 같은 소리가 반복됐고, 그 반복의 틈바구니 어딘가에 내 성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건강검진 예약을 잡고 왔다. 접수할 때도 “촬영실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같은 말만 듣고, 안내 표지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촬영실은 유난히 조용했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는데, 문이 닫히고 나면 마치 소리의 레벨이 다른 공간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검사실로 들어가자 커다란 기계가 정면을 가로막고 있었다. 기사님 같은 사람이 환자 자세를 잡아주면서 “호흡은 천천히, 움직이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목소리도 차갑게 울렸다. 그다음부터는 기계음이 시작됐다. 윙— 하고 올라갔다가, 뚝— 하고 끊기는 소리. 그 리듬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게 오히려 무서웠다.
처음 내 이름이 섞인 것 같았던 건 그 끊기는 순간이었다. 윙-윙-윙, 그리고 뚝 하고 정적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 아주 가깝게 “○○씨” 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머리 속으로 ‘내가 헛들었나?’를 계속 되뇌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발음이 너무 또렷했다. 촬영실 안에서 누군가 내 쪽을 보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검사 자체는 순조롭게 끝났다. 기계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직원이 물을 건네며 “괜찮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얼른 “아까 제 이름이 나왔던 것 같던데요”라고 농담처럼 말했더니, 그분은 잠깐 웃다가 바로 표정을 지웠다. “기계 음향이랑 안내방송이 섞일 때가 있어요”라고만 대답하고 다른 얘기로 넘겼다.
검사가 끝난 뒤에도 찝찝함은 남았다. 로비 쪽으로 나오자 접수대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사이로 직원들이 오가며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멀리서 촬영실 쪽에서 같은 리듬이 들렸다. 윙— 하고 올라가다가, 뚝— 하고 끊길 때마다 이번엔 내 성만 스치듯 들렸다. 정확히 들리진 않았는데도, ‘내가 그걸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구조’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싶어 문자를 확인하고, 예약 내역을 다시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지 문자엔 검사실 이름, 촬영 종류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고, 그 내용이 마치 그날 들었던 안내와 맞물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내가 예민해졌겠지’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밤에 눈을 감으면 기계음의 끊기는 구간이 내 이름을 또렷하게 만들어냈다.
다음 주에 약 처방 받으러 다시 병원에 갔다. 이번엔 촬영실 쪽으로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마자 복도 스피커가 한 번 훅 켜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짧게 “○○씨” 하는 소리가 기계음처럼 틀어지듯 흘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고, 옆에 있던 노인분이 “여기 원래 소리 이상해요”라고 중얼거렸다. 근데 그분 말투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익숙하다’는 쪽에 가까웠다.
검사실 앞에 다시 붙어 서 있을 수는 없어서, 나는 처방전 창구로 걸어갔다. 직원이 신분 확인을 하면서 내 이름을 말했는데, 그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아까 들린 기계음의 발음과 결이 닮아 있었다. 물론 사람 목소리는 사람 목소린데, 그 억양이 너무 비슷했다. 그 뒤로는 어떤 말도 잘 안 들어왔다.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감사합니다”만 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유난히 낯설었다. 내가 들은 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그 공간이 누군가의 통로처럼 작동하는 걸까. 병원에서 기계는 사람을 찍어내는 장치라고 하지만, 그날의 기계음은 내 정보를 뽑아내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지금도 가끔씩, 멀리서 기계가 도는 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이름이 끼어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하게 된다. 윙— 하고 올라가다가, 뚝— 하고 멈추는 순간에,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공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