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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책상 밑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고, 다음날 흔적이 없다

2026-10-19 16: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책상 밑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한 건, 그냥 업무 시작하는 날처럼 평범한 아침이었다. 마감도 아니고, 야근도 아니었는데 9시 12분쯤부터 내 책상 아래에서 톱니가 맞물리는 것처럼 드르륵 하고 아주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처음엔 케이블이 헛돌거나 의자가 스프링 소리를 내는 줄 알았는데, 소리가 나는 위치가 이상했다. 분명 책상 아래 바닥 쪽이었거든.

나는 고개만 숙여서 아래를 봤다. 먼지 쌓인 바닥과 케이블 정리함, 그리고 다리 프레임이 보일 뿐인데도 소리는 계속됐다. 드르륵— 드르륵— 하고, 마치 누가 아주 작은 장치를 돌리는 것처럼 타이밍이 일정했다. 소리의 리듬이 너무 사람 손으로 “우연히” 내는 느낌이 아니라서, 괜히 등 뒤가 서늘해졌다.

그때 팀장님이 지나가면서 “어제 야근한 거야?”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면서도 계속 아래를 봤다. 왜냐면 소리가 딱 그 질문이 오가는 순간에 잠깐 멈췄다가, 내가 고개를 다시 들자마자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날은 회의가 길었고, 점심도 대충 먹었지만 신경이 책상 아래에 고정돼서 다른 생각이 안 들어갔다.

오후가 되자 소리는 더 정확해졌다. 매번 시계 초침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고, 특히 내가 컴퓨터를 켜거나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소리의 강도가 미세하게 변했다. 그래서 나는 아예 확인하기로 했다. 책상 아래를 손전등으로 비추고, 케이블 정리함을 조심스럽게 당겨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이 닿는 순간엔 소리가 사라졌다가, 다시 놓는 순간에 또 시작됐다.

“어… 뭐가 있나?”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 순간 바로 옆 자리 직원이 “뭐 찾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아, 케이블 정리할 게 있어서요”라고 얼버무렸다. 근데 그 직원이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한 발 물러서더니, 자기 책상 밑도 한 번 보고는 “요즘 여기 밑에서 뭐 소리 나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만 듣는 게 아니었단 뜻이니까.

그날 저녁, 회사 청소 시간에 맞춰서 정리함을 통째로 꺼내 볼까 했다. 그런데 청소반장님이 “여기 책상 밑은 건드리지 마세요. 선로가 얽혀 있어서 고장 나면 누가 책임져야 되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더라. 그 말이 왜 그렇게 무섭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마치 “그걸 만지면 고장이 아니라 다른 일이 생긴다”는 느낌으로 들렸거든.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꿈에서도 드르륵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베개 옆에서 손을 뻗으면 실제로 손끝에 먼지가 묻어있는 것처럼 찝찝했다. 다음 날 출근했을 때, 나는 그 소리가 다시 시작될 걸 예상하고 책상 아래를 먼저 봤다. 그런데 어제처럼 단단한 리듬이 없었다. 드르륵— 같은 건 아예 시작도 안 됐다. 대신 책상 아래는 더 깔끔해져 있었다. 어제 내가 정리함을 살짝 당기며 보던 케이블들이 이상할 정도로 가지런했다.

처음엔 내가 착각했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다. 손전등으로 비춰도 어제 보이던 흔들림 같은 게 없고, 바닥 먼지 자국도 그대로였는데도 소리가 없었다. 나는 이상해서 사무실 전체를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고, 메신저를 켰다. 누가 “어제 뭐 소리 났어요?”라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 옆자리 직원이 지나가다 잠깐 멈춰서 내 책상을 보고는 아주 짧게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어제는 못 들었어요?”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요. 그런데 어젯밤에 누가 책상 밑에 뭔가 넣어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침에 보니까 없더라구요.” 말끝이 흐려지면서 그는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드르륵 소리는 누군가를 숨기기 위한 신호가 아니라, 누군가가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소리는 완전히 사라졌고, 회사도 평소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오늘도 가끔 책상 아래를 볼 때마다 눈이 먼저 움직인다. 바닥은 깨끗하고 선로는 정상인데, 이상하게 마음만은 항상 뒤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끔은, 아무 소리도 없을 때가 오히려 가장 큰 소름으로 남는다. 책상 밑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고, 다음날 흔적이 없다…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도 “흔적”이 다른 방식으로 남아있을까 봐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숨을 한번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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