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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신호가 바뀌는 게 내 숨소리와 맞아떨어졌다

2026-10-19 20:29:12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신호가 바뀌는 게 내 숨소리와 맞아떨어졌다. 처음엔 그냥 타이밍이 우연히 겹친 거라고 넘겼는데, 그날 밤 이후로는 “내가 뭘 숨 쉬고 있는지”를 자꾸 의식하게 됐다. 이상하게도 그 구간만 지나가면 가슴이 움찔하고,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먼저 뭔가에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 지하주차장 2층으로 가는 편인데, 출구는 항상 같은 위치였다. 주차 차단기 옆으로 작은 대기 라인이 있고, 위에 신호등이 하나 달려 있어서 차가 지나갈 타이밍을 알려준다. 평소에는 파란불 나오면 그냥 나가면 그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신호가 바뀌는 순간이 꼭 내 입에서 나온 숨과 같이 끊겼다. 숨을 들이쉴 때면 노란불이 깜빡이고, 내쉴 때면 빨간불이 바로 파란불로 바뀌었다.

처음엔 그럴듯한 생각을 했다. “내가 오래 멈춰 서 있으니까 센서가 반응하는 거겠지.” 출구 쪽에는 차 감지기가 달려 있을 테고, 내가 차를 약간 앞뒤로 움직이는 타이밍도 비슷하겠지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음번엔 일부러 천천히 숨을 쉬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호흡을 억지로 늦추는 순간 신호도 같이 느려졌다. 정확히는 내 리듬을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이었다. 차 유리창에 물기가 잔뜩 끼어서 바깥이 흐릿했고, 주차장 천장 조명은 깜빡이는 것처럼 어둡게 떨렸다. 나는 음악도 끄고 창문을 올린 채로 출구 앞에 섰다. 숨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서, ‘이 정도면 내 숨이 센서에 닿나?’ 하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신호등이 바뀌는 타이밍이 숨소리의 쉼표처럼 정확하게 맞았다. 딱— 들이마신 끝에서 노란불이 들어오고, 내쉰 시작에서 파란불로 바뀌었다.

나는 그때부터 차 안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신호를 기다릴 때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데도, 뒤통수 쪽이 자꾸 간질거렸다. ‘사람이 있나?’ 싶어서 백미러를 봤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출구 방향은 일자라서 옆으로 사람이 숨어 있을 공간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내가 숨 쉬는 동안 누군가도 같은 호흡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진짜로 누군가가 내 옆에서 맞장구치듯, 내 리듬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뒤, 나는 일부러 실험처럼 행동했다. 출구 앞에서 일부러 숨을 참아봤다. 물론 숨이 금방 답답해지긴 했지만, 그 짧은 순간이라도 신호가 멈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신호등은 그냥 그대로였다. 내가 숨을 참는 동안은 바뀌지 않다가, 숨이 터져나오는 그 순간에 신호가 툭 하고 바뀌었다. 숨을 참는 게 아니라, 숨을 ‘내보내는’ 타이밍에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무서워졌다.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감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는 차단기 앞에서 잠깐 하차해서 출구 방향을 걸어가봤다. 바닥에는 자동차 바퀴자국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차단기 아래쪽에는 먼지와 물때가 얇게 껴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출구 바닥, 신호등 아래쪽에 작은 통풍구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서 미세한 바람이 올라오는 듯했다. 실제로 내가 손을 대보려다가 멈칫했다. 혹시나 내가 뭔가를 만지면 더 확실하게 ‘연결’될까 봐. 돌아서 차에 다시 타는데, 손끝이 차갑게 떨렸다.

그 이후로 나는 지하주차장을 지나갈 때 숨을 의식하게 됐다. 옷깃을 올리고, 입김이 보이지 않게 창문을 닫아두고, 가능하면 정차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웃긴 건, 조심할수록 더 자주 맞아떨어졌다는 거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신호가 먼저 바뀌는 것 같았고, 숨을 작게 조절하면 깜빡임도 작아졌다. 마치 신호가 내 숨을 조율하는 악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그 출구가 내 숨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도 종종 그 생각이 떠오른다. 출구 신호등은 여전히 똑같이 켜지고, 차단기는 똑같이 내려가고, 사람들은 그냥 지나간다. 그런데 나는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정말 짧게, 숨을 멈추고 싶어진다. 멈추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것 같아서가 아니라… 멈췄을 때 그쪽에서 먼저 무언가가 움직일까 봐. 비슷한 말을 누가 들으면 그냥 장난 같겠지. 근데 그날 이후로는, 신호가 바뀌는 ‘순간’이 아니라, 바뀌기 직전의 공기까지 기억하게 됐다. 그리고 가끔,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이미 출구 쪽에서 “자, 지금” 같은 타이밍을 맞춰두고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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