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에 누군가 발자국을 찍고 사라진다
시골집 마당에 누군가 발자국을 찍고 사라진다. 처음엔 비 오고 난 뒤 진흙이 굳어서 생긴 자국인 줄 알았어. 그런데 문제는 자국이 마당 한가운데, 집에서 창고 쪽으로 이어지던 길목에 딱 ‘사람이 서서 걷는 각도’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거야. 새벽에 누가 다녀간 것처럼, 발뒤꿈치가 찍히는 모양과 발가락이 벌어지는 모양까지 선명했어.
그날은 내가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었고, 가족들은 멀리 나가 있었지. 밤 11시쯤 마당 정리를 하다가 잠깐 바깥으로 나가서, 쓰레기봉투를 창고 옆에 두고 다시 들어왔거든. 그런데 새벽 3시쯤인가, 뭔가 ‘툭’ 하고 진흙이 눌리는 소리가 들렸어. 귀가 민감한 편이라서 잠깐 깼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천천히 걸을 때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렸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로 마당에 자국이 있었어. 발자국은 한두 개가 아니라, 창고 문 앞까지 이어져 있었고, 중간에 잠깐 멈춘 것처럼 더 깊게 찍힌 자국도 섞여 있었어. 신기한 건 그 자국이 ‘어떤 신발’의 패턴이 아니라, 맨발처럼 보이는데 발등이 살짝 눌린 형태가 또렷했다는 거야. 설마 맨발로 왔나 싶어서 밖을 더 봤는데, 주변에 흔적은 없고 마당 표면만 유난히 정돈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날 오후에 동네 어른한테 물어봤어. 혹시 밤에 누가 돌아다니나, 아니면 야생동물이 아닌가 하고. 어른은 한참 생각하다가 “그거, 요즘 들어 자주들 보더라. 지나가도 길만 남기는 애가 있다더라”라고 하더라. 말이 ‘설’ 같은 분위기였는데도 이상하게 설득력 있게 들렸어. 시골이라 잡동사니가 많고, 가끔 사람 발길도 있다지만, 저렇게 ‘길’처럼 찍히는 건 흔치 않거든.
그래도 나는 그냥 겁이 덜컥 난 상태라, 다음 날부터 CCTV를 확인했어. 마당 쪽을 보려면 방 안에서 각도를 맞춰야 해서, 대충 하루만 시험해보자 하고 설치해뒀거든. 그런데 확인해보니 시간대가 애매하게 끊겨 있었어. 밤 2시 40분부터 3시 10분까지 영상이 ‘정상적으로 재생되다 말고’ 화면이 멈춘 뒤, 그 다음 프레임부터는 마당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어. 저장이 안 된 게 아니라, 마치 그 구간만 누군가가 ‘지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
그날 저녁, 나는 일부러 창고 쪽이 보이는 위치에 앉아서 기다렸어.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는 나는데, 그날은 바람이 없어도 소리가 났어. 아주 희미하게, 마치 젖은 흙 위를 조심조심 밟는 소리. 그리고 12시가 가까워졌을 때, 마당 바깥에서 빛이 아니라 그림자가 먼저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현관문 유리창에 흔들림이 보였고, 창고로 이어지는 쪽에서 한 발씩 ‘딱, 딱’ 하고 찍히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문을 열어보려다 말았어. 그 순간, 발자국이 찍히는 방향이 이상했거든. 분명 창고 쪽으로 가야 하는데, 중간쯤에서 한 번 꺾이더니, 마당 한가운데로 다시 돌아오는 모양이었어. 마치 누군가가 내 시선을 확인하려고, 길을 되짚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발자국이 사라지는 소리가 났어. ‘지나간다’가 아니라, 이미 찍힌 것들이 갑자기 원래대로 돌아가듯 눌림이 풀리는 느낌. 내가 창문을 통해 확인하려고 고개를 내민 순간, 마당의 진흙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새로 생기던 선들은 뚝 끊겨 있었어.
그 뒤로도 몇 번 더 반복됐어. 대개 새벽 3시 전후, 그리고 자국은 늘 창고 앞에서 멈췄다가, 다시 집 쪽으로 반쯤 이어졌어. 그 반쯤이 중요했어. 끝까지 집 가까이 오지는 않았거든. 나는 겁이 나서라도 뭔가를 해보려고, 바닥에 소금도 뿌리고, 마당 입구에 종이 박스도 세워뒀는데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았어. 오히려 종이 박스는 멀쩡한데, 박스가 놓인 자리 주변만 유난히 발자국이 덜 이어지는 식으로 ‘경계’처럼 보이더라. 마치 접근하면 안 되는 선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결국 나는 밤마다 창고 문을 일부러 닫아두지 않고, 반쯤만 열어두는 방식으로 대응해봤어. 그랬더니 다음 날 아침, 발자국이 창고 앞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창고 문턱 안쪽으로 아주 얇게 이어져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턱 안쪽에서는 진흙이 묻지 않았어. 바깥 진흙은 분명 깊이 눌렸는데, 안으로 들어가려 한 것처럼 시작만 있고 끝이 비어 있는 느낌. 그래서 나는 그때 처음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밖에서만 확인하는 거구나” 생각하게 됐어.
지금도 가끔 마당의 흙을 보면, 여전히 발자국과 같은 각도의 눌림이 어딘가에 남아있을 때가 있어. 누군가가 지나간 다음날이면, 새처럼 가볍게 흙이 일어나는 곳이 있고, 그게 마치 ‘누가 서 있었던 자리’를 오래 기억하듯 남아 있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새벽 3시가 되면 무심히 창밖을 보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도 자꾸만 귀가 먼저 듣고, 눈이 나중에 따라오는 기분이 든다. 시골집 마당에 누군가 발자국을 찍고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발자국이 “누구”인지보다, “왜 굳이 멈췄는지”를 더 잘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