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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에 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26-10-20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에 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날도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문 손잡이 쪽에서 택배기사님이 “아, 여기요” 하며 박스를 툭 내려놓는 순간부터 이상했어. 내 휴대폰엔 분명 내 이름으로 배송 예정이라고 떴거든. 그런데 박스엔 굵은 글씨로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처음엔 오배송이려니 했지. 내 앞집이나 옆호에 사는 사람이랑 비슷한 이름이 있을 수도 있고, 택배 라벨을 잘못 붙였을 수도 있고. 그래서 내가 조심스럽게 “기사님, 이거 혹시 제 거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기사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주소는 맞아요. 사인만 해주세요”라고 하더라. 나는 어차피 사인할 때 확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받았는데, 집에 와서 박스를 확인하니 더 찝찝해졌다.

박스에 적힌 이름은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었어. 정확히 말하면 같은 동네에서 한 번 마주쳤고, 인사 정도는 했던 그 사람이야. 얼굴도 대충 기억나는데, 서로 연락처까지는 몰라. 그런데도 그 이름이 내 현관 앞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게… 기분이 이상하게 꼬이더라. 택배기사님이 대충 적어둔 수준이 아니라, 라벨도 깔끔하게 프린트되어 있었고 바코드도 정상처럼 보였어.

나는 일단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하려고 박스를 뒤집어 봤다. 주소는 내 원룸 건물 주소였고, 수취인 이름만 그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도, 혹시 그 사람이 내 주소를 어디에 적어둔 건가 싶더라. 근데 그 사람은 그런 성격이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난 그 사람에게 내 주소를 준 적이 없었어. 이건 단순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어.

박스를 열지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오배송이면 연락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상자 위에 적힌 메모였어. “받는 즉시 확인 부탁드립니다. 일정이 급합니다.” 같은 짧은 문장이 봉투 스티커 옆에 적혀 있었고, 필체도 누가 봐도 ‘한 사람이 계속 쓰는’ 느낌이었어. 나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는데 동시에 ‘내가 왜 지금 그 사람을 떠올리지?’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지.

그날 밤 나는 인터넷 쇼핑 내역을 다시 뒤져봤어. 내 계정으로 주문한 게 맞는지, 최근 배송지가 혹시 바뀐 적은 없는지 확인하려고. 결론은 내 배송 정보는 그대로였고, 배송 추적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었는데, 정작 택배 상태 사진은 없고 수취인 이름만 어긋나 있었어. 같은 시간대에 누군가 내 주문을 ‘보고’ 라벨을 바꾼 것처럼 느껴져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음 날, 나는 그 사람을 조심스럽게 떠올리며 메시지를 보내지 말고 전화를 걸까 고민했어. 근데 연락처가 없으니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결국 같은 건물 사람에게 물어보려다가 더 불안해져서 그만뒀지. 이상한 소문이 돌면, 오히려 내가 누굴 의심하는 사람이 되잖아. 그래서 나는 택배를 받은 상태 그대로 사진을 찍어두고, 고객센터에 “수취인 이름이 다른데 주소가 맞는다. 라벨 오배송인지 확인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어.

며칠 뒤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결론은 “해당 물품은 다른 수취인 정보로 이미 분류되어 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배송 또는 회수 진행하겠습니다” 같은 말이었어. 재배송이라면 내 이름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다른 수취인’이 바로 그 사람 이름이더라. 나는 속으로 ‘왜 내 주소를 기준으로 분류가 됐지?’라고 생각했어. 그러고 나서 더 무서운 건, 회수 기사님이 오기 전날 밤 창문 틈으로 누가 복도 쪽을 서성이는 걸 잠깐 봤다는 거야.

그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 확실히 보진 못했어. 다만 그날 이후로 택배 올 때마다, 박스 모서리를 보는 습관이 생겼고, 내 계정 알림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됐어. 그리고 가끔은 내가 받은 박스 무게가 ‘내가 주문한 물건 무게’와 조금 달랐던 기억이 반복해서 떠올라. 결국 그 택배가 무슨 물건이었는지 완전히 확인하진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확인 못 했다는 사실이 더 찝찝하게 남았어.

원룸에 택배를 받았는데, 박스에 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던 그 하루 이후로, 나는 주소라는 게 그냥 숫자 줄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 닿는 통로 같다고 느꼈어. 아직도 가끔 생각나. 혹시 그때 내 현관까지 온 건 물건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하려고 했던 과정은 아니었을까…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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