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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 CCTV 화면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 있다

2026-10-20 20:29: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야간 CCTV 화면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 있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인 줄 알았어. 새벽 2시쯤 손님이 빠지고 계산대 앞이 한산해졌을 때, 모니터를 켠 채로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었거든. 화면 오른쪽, 냉장고 옆 자판기 앞에 내 그림자가 서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시간에 잠깐 화장실 다녀오고 있었는데도 누군가가 멈춰 서 있더라.

처음 본 건 진짜 찰나였어. CCTV 재생바를 한 칸만 당겨도, 조명이 바뀌는 타이밍은 똑같았는데 사람만 달랐어. 조용히 서 있는 자세가 딱 내가 습관처럼 취하던 포즈랑 비슷했거든. 점퍼 소매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도, 고개가 기울어지는 각도도.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 화면이랑 실제랑 타이밍이 어긋났나?” 하고 넘어가려고 했지.

근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어. 나는 다시 매대 쪽으로 걸어가서 물건 진열을 하고 있었는데, CCTV 화면에서는 그 사람이 그대로 자리에 서 있었어. 내가 움직이는 동안 화면 속 인물도 같이 움직여야 정상인데, 마치 내 동선을 따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 자리만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어. 손이 담배를 찾듯 주머니 근처를 만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을 내리더라.

나는 일단 CCTV 시간을 확인했어. 점검표에도 적혀 있는 시간이랑, 화면 오른쪽 위에 뜨는 날짜가 맞는지 몇 번이고 봤고, 녹화 설정이나 날짜 포맷이 틀어진 건 없는지 따져봤지.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존재”였어. 화면 속 인물이 멈춰 서 있는 구역이 딱 편의점 천장 스피커가 비추는 사각지대랑 겹쳤거든. 그래서 더 이상했어. 그 구역은 원래 흐릿해서 사람 윤곽이 잘 안 잡히는데, 그날은 오히려 너무 또렷하게 보였거든.

나는 결국 재생을 여러 번 돌려서 확인했어. 1분 전, 2분 전. 놀랍게도 그 인물은 매번 “내가 없는 시간”에만 나타났어. 내가 계산대 앞에 있으면 화면에는 아무도 없는데, 내가 정산 때문에 뒷쪽 창고로 잠깐 걸어가거나, 잠깐 유리문 밖으로 담배 사러 나갔다 들어오면 그 사이에 그 사람이 서 있더라. 마치 내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만 골라 “자리 교대”를 하는 것처럼.

그러다 한 번은 진짜로 확인하고 싶어서, 일부러 일부러 모션을 크게 했어. 계산대 앞에서 휴대폰을 내려다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카메라 방향을 확인했거든. 그런데 CCTV 속 인물은 내가 고개를 드는 것과 같은 순간에 고개를 들지 않았어. 오히려 한 박자 늦게, 아주 천천히, 마치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듯 움직였어. 그게 더 소름이었어. 사람의 반사 신경이 아니라, 누가 “맞춰” 주는 느낌.

나는 겁이 나서도 웃기게도 “설마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었어.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점주한테 말하지 않고, 혼자 CCTV를 다시 체크하면서 흔적을 찾았지.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인물은 늘 같은 곳에서만 멈춰 있어.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날에도,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화면은 그 인물을 한 번도 다른 동선으로는 보내지 않았어. 마치 편의점 안에서 돌아다닐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딱 그 자리에만 서 있어.

결국 나는 가장 무서웠던 장면을 재생하다가 멈췄어. 한밤중에 내가 잠깐 창고 쪽 문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오려는 찰나, CCTV에서 창고 쪽 출입문이 열리기 전부터 이미 화면 속 인물이 계산대 옆에 서 있었어.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게다가 그때는 내가 평소에 쓰지 않는 패딩 색이었어. 난 분명 같은 유니폼을 입었는데, 화면 속 인물은 다른 색 옷처럼 보였고, 조명 때문에 더 확실히 그렇게 느껴졌어.

그날 이후로 나는 야간 근무가 더 피곤해졌어. 누군가를 본 것도 아닌데, 계속 “내가 아닌 누군가”가 화면 속에서 나를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거든. 특히 CCTV 화면을 끄기 직전에 한 번씩 보게 돼. 너무 자주 확인해서 습관이 됐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그 인물은 내가 모니터를 꺼버리려는 순간 항상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치 내가 화면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다음 사람을 찾는 것처럼. 지금도 가끔 편의점 야간 CCTV를 볼 일이 생기면, 화면 어딘가에서 내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가 서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하게 돼.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느낌도… 계속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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