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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훈련장 사격장 근처에서 금속성 웃음소리가 들렸다

2026-10-21 04:29:10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훈련장 사격장 근처에서 금속성 웃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그냥 바람이 철제 난간을 스치면서 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날 따라 소리가 너무 또렷했다. 초소에서 사격 통제랑 생활을 같이 하는 편이라, 소리의 결이 익숙한 편인데도 그 웃음은 이상하게 “사람이 낸 것”처럼 들렸다.

사건이 시작된 건 저녁 훈련이 끝나고 탄피 수거를 돌리던 시간이었다. 사격장 바로 옆 철책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였고, 멀리서 포성 잔향이 가라앉는 중이라 공기가 묵직했다. 그때 누군가가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런데 웃음이라기엔 너무 딱딱하고 금속에 튕기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

처음엔 “누가 장난하나” 싶어서 옆 동기한테 물었다. 동기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훈련장 주변엔 바람이 이상한 방향으로 불면 저렇게 울린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난 그 설명이 잘 안 맞았다. 바람이면 높낮이가 일정하게 흔들리거나, 연속으로 웃음처럼 끊어지지 않거든. 그 소리는 마치 말끝을 또박또박 끊는 것처럼 들렸다.

탄피를 줍다가 나는 시선을 철책 쪽으로 돌렸다. 사격장 후방에는 사용하지 않는 철제 장비들이 쌓여 있었는데, 그쪽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뭔가가 굴러가는 소리는 아니었고, 대신 “끼익… 끼익…” 같은 마찰음이 먼저 났다가, 그 뒤에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타이밍이 마찰음 직후로 거의 고정돼 있었다.

그날 우린 야간 경계 인원이 줄어든 날이었다. 인원 배치 때문에 내가 잠깐 초소에 들어가서 라디오를 정리하고, 밖에서 동기가 주변을 살피는 상황이었는데, 라디오 잡음이 커지더니 금속성 웃음이 다시 들렸다. 라디오에서 나온 잡음이 아니라, 내 귀에 직접 박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초소 창문을 열고 밖을 봤다.

철책 너머로 그림자가 하나 스쳤다. 사람처럼 팔이나 다리가 보인 건 아니고, 그냥 검은 면이 지나가는 정도였는데도 “누가 거기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웃음이 또 났다. 이번엔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웃음이 들리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데, 시야에선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도 소리만 정확히 내 쪽으로 붙어오는 느낌이었다.

동기한테 소리 위치를 말하려는데, 입을 열기 전에 동기가 먼저 다가왔다. 표정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동기가 “아까… 사격장 안에서 탄이 굴러가는 소리 들렸어?”라고 묻더라. 우린 사격이 끝난 뒤라 탄이 굴러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동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철제 바닥 어딘가에서 작은 “딸깍” 소리가 들렸고, 그 직후 금속성 웃음이 한번 더 터졌다.

그날 이후로 우린 사격장 근처를 지날 때 일부러 속도를 줄이고, 장비 더미 쪽을 오래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웃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훈련이 있는 날엔 가끔, 비가 오면 더 자주, 새벽에 정비조가 이동할 때 특히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단순히 바람이나 철제 부딪힘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 소리에는 “기다리는 것” 같은 리듬이 있었거든.

며칠 뒤, 선임이랑 함께 보고를 하려다 말았다. 괜히 말 꺼냈다가 소문만 더 커질까 봐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 떠올랐다. 웃음이 들릴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가벼워지다가, 마지막엔 목 뒤가 서늘해졌다. 오늘도 그 훈련장 근처를 지나가면, 나는 멀리서 사격 준비 소리가 나지 않아도 철제 울림부터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그 금속성 웃음은 누군가를 놀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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