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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길가에서 누군가 내 번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2026-10-21 20: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길가에서 누군가 내 번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날 저녁,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이라 마당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는데도, 길 건너 쪽에서 누가 “야, ○○○○!” 하고 또렷하게 내 번호를 불렀다. 난 그냥 동네 방송이나 장난인 줄 알았고, 순간 웃으면서 “누구세요?” 하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정작 고개를 돌릴 땐 아무도 없었고, 차 소리도 없었다.

우리 집은 길에서 한참 들어간 편이라, 낮에도 사람 발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는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바람을 타고 오지 않고, 마치 누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는 괜히 등골이 서늘해져서, 방문을 꼭 닫은 채로 창문으로 바깥을 훑었다. 길가 가로등은 멀쩡히 켜져 있었고, 논두렁 너머로는 트럭 한 대 지나가는 것 같다가도 금방 사라졌다.

“○○○○!” 하고 두 번 더 불렀다. 이번엔 아주 짧게, 마치 누가 급하게 숨을 고르듯 끊어졌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내 번호가 맞았다. 더 이상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다. 그래도 혹시 아는 사람 누가 차 세워놨나 싶어서, 대문 쪽으로 걸어 나가려는 찰나 현관문 안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밖에서 문손잡이를 만진 것처럼.

나는 발을 멈췄다. 집 안은 조용했는데, 딸깍 한 번 뒤에 바로 내 이름이 아니고 번호만 또 불렸다. “야, ○○○○.” 그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됐다. 목소리의 높낮이가 계속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가까워졌다 멀어졌다가 반복됐다. 무서워서 손이 차가워졌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냥 도망치지 못하고 문틈으로 바깥을 봐버렸다.

대문 밖 길가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가로등 불빛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고, 그 빛 사이로 희미한 연기 같은 게 지나가듯 보였다. 연기라기엔 너무 얇았고, 발자국이라기엔 선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길바닥에 먼지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도 대문에서부터 길 한가운데까지 뭔가가 쓸고 지나간 듯한 가느다란 선이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끌고 간 것처럼.

“전화해.” 하고 누가 말한 것처럼도 들렸다. 정확히는 말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문장처럼 얹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소름이 끼쳤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켰고,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그 순간 부재중 통화가 하나 떠 있었다. 발신자 번호가 내 번호와 동일했다. 동시에 진동이 울렸다. 화면엔 아무것도 없는데, 손끝은 계속 떨렸다.

나는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혹시나 싶어 창문을 닫으며 전등을 꺼버렸다. 깜깜해지면 소리가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길가 쪽에서 “○○○○”를 부르던 목소리가, 이제는 마당이 아니라 현관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까웠다. 바깥 공기가 문틀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고, 손잡이 아래가 아주 천천히 눌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잡아당기지 않았는데.

그때 엄마가 갑자기 거실에서 “거기 누가 있어?”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목소리가 너무 커지면 들킬까 봐가 아니라, 대답하는 순간 뭔가가 “네가 들었구나”라고 확인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바깥을 살피러 나가려 했고, 나는 급히 소파 뒤에서 휴대폰을 쥔 채로 “아무도 없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을 하는 동시에, 길가에서 울리던 번호 부름이 뚝 끊겼다. 대신 아주 낮게, “너, 이미 받았잖아” 같은 말이 스쳤다.

다음 날 아침, 경찰이나 관리사무소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아무 증거가 없어서 포기했다. 다만 이상한 건 있었다. 마당 한쪽에 어젯밤에 보이던 쓸린 듯한 선이 더 길어져 있었고, 그 끝이 대문 쪽이 아니라 우리 집 바깥 창가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등 뒤가 서늘해서 바로 커튼을 쳐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밤이 되면 가끔 휴대폰이 진동을 한 번 울리는데 화면엔 통화도 문자도 없다. 다만 내 번호만 표시되듯이, 잔상처럼 떠 있다가 사라진다. 지금도 길가에서 바람 소리가 멀리서 들리면, 혹시 누군가 또 내 번호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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