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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스피커에서, 설정하지 않은 파일이 재생됐다

2026-10-22 00: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스피커에서, 설정하지 않은 파일이 재생됐다. 처음엔 진짜 별일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내가 산 게 맞나?” 같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더라.

그 스피커는 중고 마켓에서 올라온 거였어. 상태 좋다고 해서 샀고, 구성품이랑 같이 전원 케이블도 들어있었지. 집에 가져와서 박스 뜯고 바로 연결했는데, 이상하게도 전원을 켜자마자 안내 멘트가 먼저 나왔어. “기본 재생 준비 완료.” 같은 말이 아주 또렷하게 나오더라. 난 그런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인 줄 몰랐어.

그다음 문제가 시작됐어. 나는 재생 목록을 건드린 적이 없는데, 블루투스가 연결되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짧은 노래 조각이 흘러나왔거든. 분명히 내가 틀어야 할 건 없었는데 말이야. 소리가 나오자마자 화면이 따로 있는 모델도 아닌데, 리모컨 쪽 버튼이 스스로 눌린 것처럼 “딸깍” 소리가 났어. 그리고 바로 다음 트랙으로 넘어갔고.

처음엔 내 폰이 먼저 연결된 건가 싶어서 폰 블루투스를 껐다. 그래도 스피커는 계속 재생을 이어갔어. 내가 찾을 수 있는 설정 메뉴는 다 확인했는데, USB나 메모리 인식이 필요하다는 안내도 없었어. 그런데도 스피커는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재생을 누르는 것처럼 타이밍이 딱딱 맞게 흘러나왔지.

더 황당했던 건 곡이 “상식적인” 곡이 아니라는 거야. 중고 판매자가 올린 사진에는 깔끔한 일상 이미지뿐이었는데, 재생되는 소리는 중간중간 말소리가 섞여 있었어. 음악 같기도 하고, 사람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는데 정확히는 어느 상황의 녹음처럼 들렸어. 내가 듣기엔 너무 사적인 톤이라서, 듣고 싶진 않았는데도 계속 이어졌어. 30초도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귀에 걸리는 방식이 이상했어.

나는 급하게 전원을 끄고 다시 켰어. 근데 껐다 켜면 초기화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파일이 나오더라. 이번엔 효과음처럼 “딩” 소리가 한 번 들리고, 바로 이어서 방금 전보다 더 느린 속도의 음성 파일이 재생됐어. 설정하지 않은 파일이라고 느낀 게, 음성에 특정 이름이나 프로그램명 같은 게 섞여 있던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가 메모를 남긴 듯한 문장들이었거든. 내용 자체를 다 적긴 싫지만, ‘지금 켜졌어?’ 같은 확인 질문이 반복되는 느낌이었어.

그때부터는 중고 거래 특유의 찝찝함이 확 올라왔어. 혹시 내부 저장공간에 누가 파일을 넣어둔 거 아닐까, 또는 판매자가 테스트용으로만 넣어놨다가 빼는 걸 잊었을까 싶었지. 그래서 하판을 살짝 열어보려다가도, 나사가 너무 빽빽하게 박혀 있어서 포기했어. 괜히 뜯었다가 고장 나면 더 골치 아플 것 같아서. 대신 리모컨의 버튼을 하나씩 눌러보면서 재생 모드를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계속 “다음”으로 넘어가더라. 마치 재생 큐가 이미 차 있어 보였어.

결국 판매자에게 연락했어. “스피커가 켜지면 제가 설정하지 않은 파일이 재생된다”고 했더니, 판매자는 잠깐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답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고, 그 사이 스피커는 또 재생을 했어. 이번엔 아까보다 더 짧게 끊겼는데, 대신 마지막에 아주 낮게 ‘스으…’ 하고 바람 같은 소리가 섞여 있었어. 그리고 그 다음엔 아무 소리도 안 났지. 마치 녹음이 끝났거나, 누군가가 멈춘 것처럼.

판매자는 결국 “저희 쪽에서는 그런 적 없다. 제품 이상이면 교환해주겠다”고 했어. 문제는, 교환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스피커가 완전히 잠잠하지는 않았다는 거야. 하루에 한 번 정도, 전원을 켜놓지 않아도 대기 모드에서 아주 짧게 소리가 스치고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계속 전원을 콘센트에서 뽑아두곤 했어. 뽑아두면 당연히 아무 것도 안 나오니까 안심이 되긴 했는데, 다시 꽂는 순간 그 짧은 잔재가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찝찝하더라.

지금도 가끔 생각나. 스피커가 자체적으로 파일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고장 난 걸 숨기고 넘겼을 수도 있잖아. 근데 내 입장에서는 “설정하지 않은 파일이 재생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해. 중고거래는 결국 누군가의 흔적을 다시 내 공간으로 들여오는 일인데, 그 흔적이 소리로 남아버리면… 나는 그 뒤로 집에서 스피커를 켤 때마다, 무슨 버튼을 내가 누르는지보다 먼저 “누가 켜둔 건지”부터 떠올리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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