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데, 사진 속엔 없었다
배달기사님이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데, 사진 속엔 없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초인종 소리 한 번 들리고, 현관문 앞에 무언가 놓이는 소리까지는 들렸는데 이상하게도 택배 앱에는 배송 완료 사진이 올라오더라. 문제는 그 사진 속에 우리 집 문 앞이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는 거야.
아파트 1층이라 문 앞이 잘 보이는 구조였거든. 원래는 기사님들이 가게 앞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찍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그날 문 앞에 오자마자 찍는 걸 스마트폰으로도 느낄 정도로 가까이서 들었어. 딸깍, 하고 사진 찍는 소리처럼. 그리고 잠깐 뒤에 앱에 사진이 떴지. 문 앞에 박스가 있어야 하는데 찍힌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처음엔 기사님 실수겠거니 했어. 배달은 워낙 바빠서 사진 각도 잘못 잡히는 일도 있잖아. 그래서 바로 현관문을 열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이상함이 더 커졌어. 문 앞 바닥은 멀쩡했는데, 내가 주문한 음식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라도 느껴졌거든. 분명 배달이 완료됐다고 뜨는데, 눈으로 확인은 안 되는 느낌이랄까.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문을 반쯤 열었어. 밖 복도는 밝았고, 누가 지나간 흔적도 없었어. 바닥에 박스 같은 건 없고, 발자국도 없고, 누군가 문 앞에 두고 간 흔적이 전혀 없더라. 그런데도 손에 남아있을 것 같은 열감은 있었어. 마치 누가 아주 잠깐 열어둔 따뜻한 음식을 두고 간 것처럼, 공기가 이상하게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지.
그 다음이 진짜 소름이야. 앱의 사진을 확대해 보니까, 문 앞의 바닥 타일이 보이긴 하는데 타일 사이사이의 먼지 패턴이 우리 집이랑 달랐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 집 현관문 앞처럼 보이는데 세부가 미묘하게 달랐어. 조명이 약간 다르고, 문 옆 우편함 모서리 그림자가 이상하게 길게 늘어나 있었거든.
솔직히 여기까지만 들으면 “각도 문제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런데 사진의 문 앞에는 사람이 서 있지 않았는데도, 사진 속 화면에 그림자처럼 보이는 게 있었어. 누군가 문을 향해 서 있었던 듯한 실루엣. 다만 그건 사람 형태라기보단, 어떤 물체가 아주 얇게 가린 것 같은 그림자였어. 딱 한 번만 깜빡이는 필름 잔상처럼.
나는 기사님께 전화하려고 했는데, 통화 연결이 안 됐어. 메시지도 읽음이 뜨지 않았고. 혹시 재배송을 해달라고 하려고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이미 사진 제출된 건으로 처리됩니다”라는 말만 돌아오더라. 사진이 있으니 끝이라는 거지. 나는 속으로 ‘사진이 왜 저래…’ 하고 계속 앱을 들여다봤어.
그날 저녁이 되자, 현관문 앞에 작은 종이 하나가 생겨 있더라. 누가 끼워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음식 주문 내역과 똑같은 가게명이 적혀 있었어. 봉투나 박스는 없었는데, 종이만. 그리고 종이 아래쪽에는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급하게 쓴 것처럼, “사진에는 안 담겼다” 라는 문장이 아주 희미하게 번져 있었어. 잉크가 번진 정도가 아니라, 누가 젖은 뭔가로 종이를 눌렀던 흔적처럼.
다음 날 아침, 나는 경비실에 물어봤어. 혹시 전날 문 앞에 누가 서성였냐고. 경비 아저씨는 “그 시간대에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하시고 나서 한참을 말이 없었어. 그러다 조용히 “문 앞에서 자꾸 사진 찍는 기사님은 가끔 있긴 한데… 사진이 이상할 때가 있더라고”라고만 덧붙이셨어. 뭐가 이상하냐고 묻자, 그분은 그냥 “요즘 앱이 가끔 버벅일 때가 있지”라고 넘겼지.
솔직히 아직도 결론은 없어. 앱 사진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내 착각일 수도 있고. 근데 그날의 냄새, 문 앞의 공기, 그리고 종이에 남은 문장까지 겹치니까 자꾸 같은 생각이 들어. 혹시 사진에는 ‘사라진 것’만 남고, 실제로는 다른 쪽에서 배송이 끝난 건 아닐까. 아직도 문 앞에 기사님이 오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카메라가 어디를 비추는지부터 보게 돼. 다음엔 내 현관에도 ‘없는데 있는’ 게 또 찍히지 않을까, 그게 제일 무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