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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진열대에서 똑같은 제품만 계속 새로 채워진다

2026-10-22 12: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진열대에서 똑같은 제품만 계속 새로 채워진다. 그날도 그냥 평소처럼 야근 끝나고 편의점 들러서 물이랑 간단한 거 하나 집으려는데, 진열대 맨 끝쪽에 있던 그 제품이… 내가 손댄 직후랑 비슷하게, 아주 정확히 똑같은 개수로 다시 정렬돼 있더라.

처음엔 내가 잘 못 봤겠지 싶었어. 해당 제품이 원래 잘 팔리는 편이라, 누가 보충하고 정리한 걸 내가 뒤늦게 본 걸 수도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그게 “보충”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거야. 보충은 보통 박스에서 꺼내서 다른 자리로 몇 개 더 얹는 느낌인데, 그건 마치 내가 꺼낸 칸만 딱 맞춰서 다시 들어오는 것 같았거든. 진열 선, 라벨 방향, 간격까지.

나는 물을 계산대에 올리고, 잠깐 진열대 쪽을 다시 봤어. 방금 전까진 내가 고른 제품이 한 칸 비어 있었는데, 계산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그 칸이 다시 꽉 차 있었어. 더 소름인 건, 상품이 바뀐 흔적이 없다는 거야. 같은 날짜 스티커, 같은 배치. 누가 다른 묶음에서 꺼내다 넣은 느낌이 전혀 아니었어.

그래서 점원한테 장난 반, 진지함 반으로 물어봤지. “이거 방금 누가 다시 채우셨어요?” 그러자 점원이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아니요, 방금 손님들 들어오기 전까진 그대로였는데요.” 말투가 딱 “보충한 적 없다”는 확신이었어. 나는 그 순간, 내 눈이 이상해진 건가 싶었는데… 그 다음이 더 이상했어.

저녁 손님이 조금 뜸해진 시간에 다시 그 진열대로 갔거든. 딱 하나만 집었어. 진짜로 하나만. 손에 잡히는 감촉이 평범했는데, 열고 나서 포장을 확인하는 순간, 그게 내가 아까 집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구겨짐 자국이 있더라.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손가락이 스친 자리에 똑같은 주름이 있었어.

그리고 다시 진열대로 돌아오는 길에 봤는데, 또 똑같은 제품이 채워져 있었어. 내가 아까 뗀 칸이 다시 채워진 것도 모자라, 방금 전엔 없던 위치의 제품까지 순서가 맞게 정리돼 있었지. 그 정리 방식이 이상했어. 그냥 “다시 넣었다”가 아니라, 진열이 한 번 쓱— 하고 리셋된 것 같은 느낌. 마치 화면이 새로고침되는 것처럼.

나는 그날부터 편의점에 가는 횟수를 늘렸어. 일부러 다른 상품은 안 건드리고, 계속 그 똑같은 제품만 확인했지. 어떤 날은 내가 집고 1분쯤 지나면 바로 복구됐고, 어떤 날은 계산대에서 영수증 받는 사이에 이미 다시 채워져 있더라. 타이밍이 사람의 움직임과 맞지 않았어. 그렇다고 CCTV 사각지대 같은 걸 떠올리기엔, 진열대 위치가 화면 안쪽이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물건을 집기 직전에 진열대 유리 쪽에 비친 내 얼굴이 잠깐 찌그러지는 느낌이 들었어. 조명 때문에 생기는 착시겠지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진열대 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탁” 하는 소리가 났어. 누가 박스를 내려놓는 소리도 아니고, 제품이 흔들리는 소리도 아닌데… 내가 손을 대기 전인데도, 그 소리와 동시에 빈 칸이 채워졌어.

점원은 또 모르겠다는 얼굴이었고, 관리자는 내가 “오류 보충” 같은 말을 하니까 그냥 웃으면서 “원래 재고 들어오면 그렇게 맞춰져요”라고만 했어. 근데 내가 체감한 건 재고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가 건드린 만큼 세계가 다시 원상복구되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 제품만 그랬어. 다른 간식, 다른 음료는 절대 그런 식으로 다시 채워지지 않는데, 유독 그 품목만 계속 “나의 손길”에 맞춰 돌아오는 거야.

결국 나는 그 편의점에 더 이상 가지 않기로 했어. 대신 멀리 돌아서 지나가게 됐지. 근데 가끔, 길 건너에서 진열대 조명이 번쩍일 때가 있거든. 그때마다 맨 끝 칸에 있는 그 제품이, 내가 아직 손대지 않았는데도 이미 제자리에 딱 맞춰져 있는 걸 상상하게 돼. 혹시 그건 재고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음 손님’으로부터 계속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는 중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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