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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후 다음 약속이 계속 미뤄져

2026-10-22 19:12: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나도 소개팅에서 운명 같은 거 기대하진 않았는데, 그날은 생각보다 편했어. 첫인사부터 말이 잘 통했고, 상대가 먼저 웃어주니까 어색함이 확 줄더라. 서로 나이랑 일 얘기하고, 좋아하는 음식/취미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1시간이 금방 갔어. 마지막에 “다음엔 더 편하게 보자”는 말도 나왔고, 헤어질 때도 서로 연락처 주고받으면서 뭔가 ‘이거 다음 약속 잡히겠구나’ 싶었지.

문제는 그 “다음”이 계속 미뤄졌다는 거야. 소개팅 당일에 카톡을 먼저 보냈는데, 상대도 바로 반응하더라. “오늘 감사했어요. 집 잘 들어가셨어요?” 이 말이 오고, 나는 “나도 재밌었어요. 다음엔 더 오래 얘기해요”라고 답했어. 그 뒤로 몇 번 대화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다음 주 중에 저녁 한번 어때요?”라고 내가 제안했지. 답은 의외로 빠르게 왔어.

“좋아요! 근데 다음 주에 일이 좀 몰려 있어서요. 가능하면 다다음 주로 미루면 될까요?” 솔직히 그 정도면 이해할 만했어. 누구나 일정이 꼬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럼 그 주중에 편한 날 골라요”라고 했고, 상대도 “화요일이나 목요일이요. 시간은 편하실 때!” 이렇게 말했어. 여기까지만 보면 진짜 계획대로 가는 것 같았거든.

근데 다다음 주가 되고, 첫 약속 잡으려던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했어. 화요일 아침에 내가 가볍게 “오늘 저녁 가능할까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상대가 “죄송해요. 갑자기 일정이 생겼어요.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내일은 괜찮을까요?”라고 하더라. 나는 처음엔 “아, 진짜 급한가 보다” 싶어서 “내일도 가능해요. 시간만 알려주세요”라고 했지.

그런데 내일도 똑같이 밀렸어. 이번엔 오후에 와서 “오늘도 조금만 더 미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급하게 잡아버린 거 같아서 민망하네요” 이러는 거야. 솔직히 말로는 민망하다고 해도, 나는 이미 두 번이나 기다린 상태였고 마음이 살짝 식기 시작했어. 그래서 “괜찮아요. 그럼 이번엔 제가 날짜 확실히 잡을게요”라고 했고, 상대는 “네! 정말 감사해요” 하면서 바로 날짜를 잡아주더라.

그렇게 ‘이번 주 토요일 저녁’으로 잡혔는데, 이번엔 약속 직전이더라. 토요일 당일 낮에 “오늘 나가서 먹어도 될까요?” 물어봤고, 상대가 “네 좋아요. 제가 근처로 알아볼게요!”라고 했어. 그런데 저녁 7시쯤, 카톡이 툭 오는데 내용이 “죄송해요.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요. 다음엔 진짜 꼭…” 이거였어. 솔직히 여기서 확신이 깨졌지. 물론 아플 수도 있지. 근데 소개팅하고 연락 이어가면서 “다음”을 세 번이나 미뤘는데, 마지막까지 이렇게 가버리면 상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떠오르더라.

그래서 나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정리하려고 했어. “괜찮아요. 그런데 저도 일정이 있어서요. 다음에 편한 주가 있으면 그때 다시 맞춰요. 지금은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했지. 상대는 “정말 미안해요. 제가 일정 조율을 너무 못했네요. 다음엔 꼭 시간 맞출게요”라고 하더라. 대화는 부드럽게 이어졌는데, 나는 계속 ‘다음’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었어. 카톡은 잘 되는데, 실제 만남이 계속 없으니까.

며칠 뒤, 상대가 또 “이번 주 중에 가능하세요?”라고 묻길래 나는 이번엔 단칼에 현실을 꺼냈어. “가능한 날을 딱 정해주시면 제가 맞출게요. 약속 잡고 당일에 취소되는 건 저도 어려워요”라고. 그러자 상대가 “네… 알겠어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 7시에요”라고 했고, 이번엔 진짜로 날짜가 딱 고정되는 느낌이 들었지.

근데 또 이상하게, 그 전날 새벽에 “내일 출근이 갑자기 바뀌어서요. 오후로는 괜찮을까요?” 이런 말이 오더라. 나는 여기서 확 느꼈어.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어. 다만 ‘만남을 지키는 방식’이 나랑 안 맞는 거지. 마음이 식으니까 글도 짧아지고, 답장 텀도 조금씩 늘어났어. 그래도 마지막으로는 예의 있게 “그럼 이번엔 제가 먼저 정리할게요. 다음에 진짜 맞는 때가 있으면 그때 연락드릴게요”라고 했거든.

그 뒤로 상대가 “네… 그래도 감사했어요. 다음엔 더 잘할게요”라고 남겼고, 나는 더 이상 카톡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어. 지금 생각하면 소개팅에서 좋았던 건 분명 맞아. 다만 현실은 ‘말’보다 ‘일정’으로 증명되는 것 같더라. 연락이 끊기진 않았지만,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이미 다음 약속이 아니라 예전 약속을 떠올리면서 정리되고 있었거든. 그리고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감각이 조금 더 소중해졌어. 다음에 누굴 만나면, 나는 “다음”이라는 단어보다 “지금”을 먼저 확인하게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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