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군복 주머니 안에 낡은 동전이 들어 있었다
군대에서 내 군복 주머니 안에 낡은 동전이 들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을 친 건가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 동전은 ‘아무 의미 없는 물건’처럼 굴지를 않았다. 당시 나는 후반기 교육 끝나고 막 자대에 배치된 초보였고, 훈련이랑 정리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근무복을 다시 챙기려다, 재킷 주머니 안쪽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다.
주머니를 뒤집듯 손을 넣었더니 낡은 동전 하나가 손바닥에 툭 떨어졌다. 지름도 좀 작고 색도 새까맣게 바랬는데, 표면엔 글자 같은 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 동전이 내 거라고 보기엔 너무 상태가 별로였다는 거다. 나는 평소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았고, 아예 동전 자체를 거의 안 썼다. 그런데 그게 내 군복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주머니 안감 사이에 끼어 있는 것처럼 딱 자리 잡고 있었어.
처음엔 기분이 찝찝했지만, 훈련 내내 계속 신경 쓰이진 않았다. 점호하고 짐 정리할 때 잠깐 꺼내서 어디 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누가 넣었는지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내 옆에서 같이 생활하던 동기들은 “야 그냥 동전이겠지” 하면서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군대라는 게 원래 그런 분위기잖아. 별거 아닌 걸로도 괜히 누군가 눈치 보게 되고, 특히 ‘누가 내 물건에 손댔나’ 같은 생각이 들면 더 그렇다.
그날 밤 당직 서고 나서 자려고 누웠을 때, 동전이 생각났다. 바지 주머니에 다시 넣어두긴 했는데 계속 손끝에 감각이 남는 느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옷 주머니를 만지게 되는데, 만질 때마다 동전이 없거나 다른 데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었다. 이게 꼭 미신 얘기라기보다, 이상하게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내가 방금까지 만졌던 그 감각이 맞나?’ 싶은 공백이 생겼다.
다음 날 아침, 근무복을 갈아입다가 다시 주머니 안쪽이 걸렸다. 어제 분명히 동전을 빼서 침낭 옆 서랍에 넣어뒀는데, 오늘은 또 같은 위치에 동전이 들어 있었다. 이번엔 아예 내 손이 먼저 확인했다. 서랍엔 아무것도 없었고, 주머니에는 또 그 낡은 동전이 있었다. 나는 순간 멈춰 섰고,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누가 장난을 쳤다기엔 너무 반복적이었고, 장난이라면 내 서랍을 그렇게 매번 뒤져 놓진 않았을 테니까.
이쯤 되면 웃고 넘기기 어렵다. 점심시간에 동기한테 “너 어제 내 짐 건드렸어?” 하고 물어봤는데, 그 순간 둘 다 말이 빨리 끊겼다. 한 명은 손을 휘저으며 “아니, 난 안 건드렸어”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야 그거 너 아직도 갖고 있어?”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그제야 알았다. 둘이 아는 게 있는 눈치였다. 다만 그 말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마치 누군가가 중간에서 끊어버린 이야기처럼 어색하게 흘러갔다.
그날 저녁, 나는 결국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침낭 바닥에 숨겼다. 혹시 누가 몰래 넣었다면, 내가 위치를 바꿔두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취침 시간이 끝나고 불이 꺼지자, 누군가 문득 내 쪽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 사이로 그림자가 흔들렸고, 나는 숨을 거의 안 쉬면서도 들릴 정도로 긴장했다. 잠시 후엔 소리가 멎었는데, 그 다음 순간 내 침낭에서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누가 내 침낭을 열었는지, 아니면 바닥에서 스스로 굴렀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화장실 앞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같은 생활관 형이었는데 평소엔 말이 적은 편이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했다. “그거… 계속 네 쪽으로 돌아오는 거 봤지?”라고 말했는데, 그 말투가 그냥 농담 같지 않았다. 나는 묻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 형은 동전을 어디에 놓지 말고, 그냥 ‘버리려 하지 말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이 더 무섭게 들렸다. 버리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버리는 순간 뭔가가 “다음 차례”로 넘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날 이후로 나는 동전을 꺼내지 못했다. 주머니에 넣어두면 어디선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고, 빼서 두면 그 자리에서 소리가 나거나 흔적이 바뀌는 것 같았다. 훈련장에서 땀 흘리며 달리다가도, 갑자기 바지 주머니의 묵직함이 느껴져서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이상한 건, 동전을 만질 때마다 머릿속이 잠깐씩 멍해진다는 거다. 멍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동작이 늦어지고, 그래서 더 불안해지고, 결국 더 실수하게 됐다. 마치 동전이 내 시간을 조금씩 잡아먹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 동전이 어디서 왔는지 확실히 알게 된 건, 사건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나는 세탁하라고 옷을 맡기면서 주머니를 확인했는데, 이번엔 동전이 아니라 실밥 같은 게 같이 끼어 있었다. 실밥을 조심히 뜯어보니 안감 안쪽에 작은 종이 조각이 말려 들어가 있었고, 거기엔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내용은 또렷하지 않았지만, 내가 읽은 건 “주머니는 돌아온다”는 말뿐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등줄기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게 규칙이고, 또 가장 많이 잊는 게 ‘그 규칙이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