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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계단 난간에 내 손때와 같은 새까만 자국

2026-10-23 04: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계단 난간을 잡는 순간부터 이상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늘 그 난간을 짚고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손바닥이 닿자마자, 뭔가가 “묻는” 느낌이 들어서요. 계단 초입, 2층쯤 될 법한 중간쯤 난간에는 유난히 새까만 자국이 줄처럼 번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제 손때랑 똑같은 농도랑 모양이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먼지겠지 싶었어요. 저도 평소에 장갑을 잘 안 끼고 다녀서 손에 검은 때가 묻는 편이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 자국이 난간 여러 군데에 “점”처럼 찍혀 있다는 거예요. 제 손가락 끝이 닿는 위치랑 거의 일치했어요. 마치 누가 제 손을 보고, 그 자리만 골라 찍어 놓은 것처럼요.

저는 습관적으로 손바닥을 문질렀어요. 휴지로 한 번 닦아보고, 물티슈로 한 번 더 닦았는데도 자국은 더 번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닦는 동안, 제 손바닥에서 묻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계속 이어졌어요. 이상하게도, 닦아내면 닦아낼수록 난간의 새까만 줄이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관리실 쪽 유리창에 비친 제 손을 봤는데요. 손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손바닥 중앙만 묘하게 까매 보였어요. 조명이 바뀌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집에 와서도 손을 씻고 나면 손바닥 자국이 한동안 희미하게 남더라고요. 물론 검게 남는 건 아니고, 마치 “검게 묻을 준비”를 해둔 것처럼 살짝 탄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음 날, 일부러 계단 내려가서 다시 확인했어요. 난간에 새까만 자국이 여전히 있었고, 더 늘어나 있었습니다. 제가 어제 닿았던 위치 옆으로, 손가락이 닿는 모양만큼만 이어져 있었어요. 저는 일부러 난간을 안 잡고 난 옆 벽을 타고 올라갔는데도, 올라가는 내내 귀 뒤가 간질간질했어요. 마치 누가 제 손을 대신해서 난간을 문지르고 있는 것 같은.

그날 저녁에 저는 문득, 예전부터 우리 건물 지하주차장 계단 난간이 좀 이상했다는 말을 떠올렸어요. 몇 년 전부터 “손만 대면 묻는다”는 얘기가 가끔 나오긴 했거든요. 근데 늘 ‘그냥 오래돼서 그렇다’는 식으로 넘기고, 실제로 관리하시는 분도 자주 닦는 편이 아니었어요. 저는 그래서 그 새까만 자국이 단순한 때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제 손이 닿지 않은 날에도 자국이 늘어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며칠 뒤에는 더 확실해졌어요. 밤에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난간 자국이 제 손가락 모양대로 이미 “완성”되어 있었어요. 어제 제가 잡고 올라간 위치와 정확히 겹쳤고, 그 사이사이에 아주 얇은 선들이 덧그려져 있었어요. 누가 덧칠한 것처럼, 하지만 손으로 칠한 흔적이라기엔 너무 정교했어요. 저는 그 순간, 난간이 더럽혀진 게 아니라 누군가 제 움직임을 따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닿을 때마다, 누군가가 내 손 모양을 ‘기록’해두는 것처럼.

그래서 저는 일부러 조심했어요. 다음 주부터는 계단을 아예 다른 동선으로 돌아서 이용했죠. 집으로 들어갈 때는 엘리베이터에서 바로 통로로 빠졌고, 지하주차장 계단 쪽은 거의 안 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계단을 피한 날에도 손바닥에 묘한 감각이 남아 있었어요. 마치 손끝에 미세한 감전이 남은 것처럼, 아무것도 안 잡았는데도 난간을 잡은 뒤의 감촉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확인했어요. 오늘은 낮에 잠깐 건물 안 볼일이 있어서 지하로 내려갔는데, 계단 난간 새까만 자국이 이전보다 더 길어져 있었습니다. 제 손이 닿지 않았는데도요. 무엇보다도, 자국 끝이 누군가의 발자국 방향처럼 계단 아래를 향해 얇게 번져 있었어요. 저는 그걸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 뻔했어요. ‘아, 이제는 제 손뿐 아니라 내가 내려가는 걸 기다리고 있구나’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그냥 때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 공간에서 저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을 배운 것 같았습니다.

손 씻고도 손바닥에 남는 그 미세한 열감이 아직도 있어요. 계단 난간을 잡지 않았는데도요. 그래서 지금도 문득, 지하주차장 계단 쪽을 떠올리면 손가락 끝이 먼저 기억을 하는 것 같아요. 만약 그날 제가 난간을 닦아낸 게 아니라, 누군가가 “닦아내도 다시 남길 수 있게” 만들어둔 거라면… 결국 남는 건 손때가 아니라, 제가 그 자국의 주인이 되어버리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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