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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로봇청소기, 바닥을 닦다가 한 자리에 멈춘다

2026-10-23 16:29:12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로봇청소기, 바닥을 닦다가 한 자리에 멈춘다. 처음엔 “물걸레 모드가 뭔가에 걸렸나” 싶었는데, 그게 단순한 고장일 거라고 믿기까지가 오래 걸렸다. 물을 뿌리고 회전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딱 한 지점에서만 굳어버리더니, 그 뒤로는 같은 패턴으로 멈추는 자리만 바뀌지 않았다.

동네 맘카페에서 산 건 아니고, 중고나라에서 케이스가 좀 있는 모델을 싸게 주워왔다. 판매자 말로는 “흡입은 잘 되는데 물통에 필터를 한 번만 갈아주면 된다” 정도였고, 외관은 생활기스만 보였다. 나는 집이 좀 좁은 편이라 로봇청소기가 제일 편할 줄 알았고, 새로 사는 대신 청소만 잘 되면 되지 뭐 싶어서 바로 결제했다.

처음 사용해보니 흡입은 괜찮았다. 문제는 물걸레로 전환하고 나서부터였다. 물통에 물을 넣고 걸레를 장착한 뒤 시작 버튼을 누르자, 녀석이 바닥을 쓸 듯이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모터 소리가 바뀌면서 바닥에 바짝 붙은 채로 한 점에서 멈추더라. 화면에는 아무 경고도 없고, 그 상태로 계속 미세하게만 움직이는 정도였다.

나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서 리셋을 했고,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청소 경로를 좀 다르게 하려고 가구 배치를 바꿔서 돌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멈추는 지점이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바닥의 특정 무늬가 있는 라인 근처에서 항상 “그 자리”만 고정으로 멈췄다. 마치 누가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안에서만 멈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닥을 점검했다. 그 구역이 왜 문제인지 찾으려고 걸레를 꺼내서 상태를 봤고, 바닥에 뭔가 묻었나 싶어서 물걸레 천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없었다. 그 라인의 먼지를 닦아내면 잠깐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다가, 물을 다시 뿌리기 시작하면 또 그 지점에서 멈췄다. 경고등도 없고, 장애물 인식도 뜨지 않는데 멈춘다는 게 더 찝찔했다.

다음 날엔 앱으로 경로를 확인해봤다. 로봇청소기 앱에서는 지도 표시가 떠야 하는데, 그 구역만 유독 빈칸처럼 비어 보였다. 방 전체를 한 번 쭉 훑어야 정상인데, 그 부분은 계속 “스캔 실패” 표시로 보이면서, 그 근처에서만 회피 동작이 아니라 멈춰선 자세가 반복됐다. 나는 혹시 센서가 망가졌나 싶어서 바닥을 새로 닦고 센서를 불어주고, 걸레도 새 걸로 바꿨다. 그래도 결론은 같았다. 그 자리만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상한 걸 하나 더 발견했다. 로봇이 멈추는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물걸레가 닿아 있는 바닥이 “조금 더 젖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일부러 물을 더 흘려놓은 것처럼, 그 지점만 유독 물기가 오래 남았다. 고장이라면 그냥 멈추고 끝나야 하는데, 녀석은 그대로 바닥을 닦으려고 하면서도 결국 같은 위치에서 계속 마찰을 주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부분을 손끝으로 문질러 보게 됐는데, 미끌미끌한 감촉이 남아 있었어.

나는 결국 집주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 바닥이 유독 젖는 구역이 있는데 원래 그런가요?”라고만 말했더니, 주인은 한 박자 쉬고 “원래 저기 쪽은 리모델링 할 때 뭔가 덮어둔 게 있을 거예요”라고 하더라. 자세히는 안 말했는데, 들리는 말이 ‘배관’ ‘보수’ 같은 단어들이었다. 그때부터 소름이 조금씩 올라왔다. 로봇청소기가 멈춘 자리가 단순히 센서가 아니라, 바닥 구조가 달라서 특정 반응을 보이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느낌은 기술적인 문제로만 정리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로봇청소기를 일부러 그 자리 바로 앞에 두고 “한 번만 더 돌려봐”라는 식으로 실행했다. 녀석이 출발하더니, 정말 멀쩡히 닦아가다가 그 지점에서 또 멈췄다. 그런데 이번엔 멈춤과 동시에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전원 경고음 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터 마찰음도 아닌, “뚝” 하고 끊기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물걸레가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더니, 그 다음부터는 지도에 해당 구역이 끝내 표시되지 않았다. 마치 그 부분만 ‘있는데도 없는 곳’처럼 보였다.

그 이후로 나는 그 로봇청소기를 믿지 못하게 됐다. 청소가 끝났다고 표시가 떠도, 그 자리는 항상 뭔가가 남아 있는 것 같고, 물을 닦아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젖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었다. 누가 보면 그냥 특이한 바닥 구역일 뿐이라고 할 거다. 근데 내 경험은 달랐다. 중고로 받은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닦다가 한 자리에 멈춘 건, 고장이라기보다 “그 자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가끔 그 라인을 지나갈 때, 바닥 아래에서 뭔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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