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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벽을 두드리면 답장이 나온다—하지만 누가 먼저 두드렸는지 모르겠다

2026-10-23 20: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벽을 두드리면 답장이 나온다. 처음엔 그냥 층간소음인가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답장은 항상 “정확히” 다음 타이밍에 맞춰서 온다. 문제는, 누가 먼저 두드렸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내가 두드렸을 때만 답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늦게 두드리면 내 앞에서 누가 먼저 시작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사건은 입주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날따라 잠이 안 와서 벽 쪽을 보다가, 그냥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한 번 톡, 두 번 톡, 하고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5초도 안 돼서 옆방인지 모를 벽에서 똑같이 “톡 톡” 소리가 났다. 내가 한 박자랑 똑같이 맞았다. 웃기지 않게, 소리의 강약까지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부터는 더 이상 장난처럼 넘기기 어려웠다. 나는 퇴근하고 들어오면 샤워하고 이불에 누워, 휴대폰 타이머를 켠 다음 벽을 한 번 두드렸다. 그리고 바로 기다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타이머가 10초를 채우기 전에, 내 동작보다 먼저 나는 걸까 싶을 만큼 소리가 먼저 들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머리 뒤가 서늘해졌다. 분명히 손이 먼저 움직인 게 아닌데도, 소리는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처음엔 옆집 사람이 규칙적으로 똑같이 두드리는가 싶어서, 나는 일부러 리듬을 바꿔보기로 했다. 한 번 두드리고 멈추고, 또 두 번 두드리고, 이번엔 세 번을 길게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도 이상하게 맞춰왔다. 세 번을 길게 했을 때는 대답도 길게 왔는데, 그 길이가 “내가 멈춘 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것처럼 정확했다. 마치 누군가가 내 손을 보고 따라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럼 내가 안 두드리면 어떻게 되지?” 그 밤엔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조용히 누워서 숨 소리만 들리게 만들고, 벽 쪽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새벽 두 시쯤, 아주 가볍게 톡 하고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내 쪽 벽에서 났고, 나는 완전히 고정된 상태였다. 당연히 내가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다음엔 또 답이 왔다. 이번엔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소리가 소리를 불러오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는 벽만 보면 목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은 두드릴 생각이 없는데도, 손이 저절로 움직이려는 것처럼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휴대폰 조도 밝기를 낮추고, 방 안 조명을 켠 채로 잠을 청했는데도 소리는 계속 들렸다. “먼저인지, 나중인지”를 따지게 되는 순간부터, 뇌가 계속 그 패턴을 맞추려고 하는지 이상하게 현실감이 흐려졌다.

며칠 뒤에는 이상한 걸 하나 더 알게 됐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책상 위 시계 초침이 미세하게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한 건 아니고, 내가 그 타이밍에 집중해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근데 신기한 건, 그 초침이 빨라진다고 느끼는 순간에 항상 벽 소리가 이어졌다는 거다. 마치 방 안의 어떤 장치가 리듬을 맞춰주는 것처럼, 내 감각과 벽의 소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관리실에 말할까 하다가도, 이상하게 전화를 걸면 바로 끊길 것 같아서 못 했다. 대신 나는 종이에 규칙을 적어두었다. “한 번-대답-두 번-대답” 같은 식으로. 그런데 다음 밤, 내가 종이를 보지 않는 상태에서 똑같은 리듬이 들렸다. 그리고 내가 종이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려고 하는 찰나에, 그 소리가 멈췄다. 마치 내가 “기억하려는 순간”을 기다리고, 그걸 확인하면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결국 사람은 겁을 무시하고 확인하려는 쪽으로 기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손가락이 아니라 연필 끝으로 벽을 톡톡 쳤다. 소리는 똑같이 왔다. 그런데 대답은 내 연필 소리랑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그러니까 두드리는 방식이 아니라, “누가 두드리든” 그 다음에 오는 답이 같은 박자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답을 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은 새벽에 조용해지지 않았다. 벽은 아무렇지 않게 차갑고, 내 방은 평범하게 어둡다. 다만 귀만큼은 계속 깨어 있었다. 내가 먼저 두드리지 않아도 톡 소리가 나면, 그게 내 시작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시작인지 끝내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느 밤엔가, 정말로 답장이 오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그때는 아마 누가 먼저 두드렸는지보다, 이제는 반대로 “누가 멈췄는지”를 알아버리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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