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식당에서 내 그릇만 먼저 비워진다
군대 식당에서 내 그릇만 먼저 비워진다. 처음엔 그냥 내가 빨리 먹는 편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그날부터 이상한 게 계속 이어졌어. 점심 대기 줄이 늘어서 있을 때도 내 쟁반은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고, 막상 앉아 국부터 떠먹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훨씬 먼저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거든.
사단 급식이야 뭐 맛이 들쑥날쑥한 건 다들 알지. 그래도 기본은 유지되니까, 국은 국대로, 반찬은 반찬대로 나와. 근데 내 그릇에만 이상하게 양이 얇아지는 느낌이 들었어. 처음엔 “내가 국을 빨리 떠먹어서 그런가?”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내가 일부러 천천히 먹어도 똑같이 먼저 비워진다는 거야. 옆 자리 선임이랑 속도 맞추려고 숟가락을 멈추면, 내 쪽만 이상하게 더 빨리 사라졌어.
처음 목격한 건 바로 사흘째. 난 일부러 국을 남겨두고 반찬을 먼저 집어먹었는데, 선임은 내 그릇을 보더니 “야 너 국 왜 이렇게 빨리 비냐?”라고 하더라. 나는 “나 안 먹었는데?”라고 말했지. 근데 국물 표면은 그대로인데, 어느 순간부터 바닥이 말라 보이기 시작했어. 설마 뜨거운 국이 순식간에 증발할 리가 없잖아. 식당은 에어컨 빵빵한데다가, 국은 계속 끓는 온도였거든.
그래서 난 그날부터 그릇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어. 국을 떠서 반찬 위에 잠깐 올려놓으면, 잠깐 고였던 국물도 금방 사라지는 것 같았고, 내가 숟가락으로 휘젓는 순간에는 거품이 유난히 빨리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어.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한데, 그게 매일 반복되니까 미치겠더라. 점심때마다 내 자리만 “다른 시간”을 사는 것처럼 흐르곤 했거든.
중간에 급식실 근무하는 행정병이랑 잠깐 이야기한 적도 있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선임들처럼 퍼지지 않게 주는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그 애는 웃으면서 “야 그런 거 없어. 그냥 네가 복이 있는 거지”라고 넘어가더라. 근데 그날 이후로는 복이라는 말이 더 무서웠어. 뭔가 내가 ‘먹는 것’ 자체가 아니라 ‘사라지는 것’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 뒤로는 내 주변 사람들이 자꾸 내 그릇을 먼저 보게 됐어. 반찬이 남아있는데도 내 그릇만 비어 보이니까, 누가 지나가다 “어? 벌써 다 먹었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게 반복됐어. 그런데 정작 내가 먹는 양을 확인하면, 내가 남기지 않았다는 기억은 없는데도 내 쪽만 텅 비어 있더라. 특히 국은 이상하게 나중에 보면 그릇 가장자리만 남아있고, 중앙은 먼저 사라진 것처럼 되어 있었어.
어느 날은 내가 일부러 제일 늦게 먹으려고, 숟가락을 내려놓고 반찬을 한입만 남기고 기다렸어. 시간이 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해졌는데, 내 그릇에서만 조용히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 물이 졸아드는 소리도 아니고, 국자가 바닥에 닿는 소리도 아닌데, 아주 미세하게 “툭, 툭” 하고. 그 소리에 고개를 들면 내 그릇이 천천히 비어가고 있었어. 누가 내 쪽을 치운 건가 싶어서 주변을 봤는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어.
이상한 건 그 다음이었어. 내가 먼저 비운 자리에 앉아 있던 후임이 다음 교대에서 내 옆자리로 바뀌었는데, 그 애도 똑같은 일을 겪더라. “형, 저 오늘도 먼저 비워져요”라면서 웃는데, 웃는 얼굴이 계속 어딘가 굳어 있었어. 그러다 결국 그 후임이 조용히 말하더라. “형, 혹시 식당에… 다른 사람 그릇이 있는 거 아니에요?” 순간 식은땀이 났지. 군대에서 그런 얘기 나오면 다들 웃어버리잖아. 근데 그때는 웃을 수가 없었어.
마지막으로 그날, 난 급식 다 먹고도 손을 비우지 못했어. 접시를 비운 다음엔 보통 그릇을 정리하러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내 그릇만 잔열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고, 누가 앞에서 기다리는 것처럼 뒷덜미가 계속 서늘했거든. 그날도 내 접시는 제일 먼저 텅 비었고, 나는 아무리 봐도 누가 가져간 흔적을 찾지 못했어. 식당은 늘 똑같이 시끄럽고 사람은 늘 같은데, 내 것만 먼저 사라진다는 사실이 계속 남아서, 지금도 가끔 군대 급식실 냄새가 떠오르면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